아침부터 일냈습니다.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0-05-26 09:11

조회수 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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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김치항아리를 와장창 깨먹었습니다.


지난주에 몸국을 넉넉하게 끓여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냉동실에 넣어둔 절반의 몸국을 어젯밤에 꺼내놓고 잠들었지요.

아침에 일어나 해동된 몸국을 냉장실에 넣는데 "와장창!"

사달이 벌어졌습니다.


활짝 열린 냉장고 문밖으로 며칠 전에 담가놓은 김치가 속살을 드러냅니다.

'이게 어쩐 일이지?' 뻘건 김칫국물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합니다.
김치항아리 위에 몸국이 담긴 플래스틱 통을 얹었는데 그게 균형을 잃고

쓰러진 것입니다.


김치항아리 아래에는 열무김칫국물이 담긴 작은 플래스틱 통이 있었습니다.

'공연히 김치부침개를 만들어 먹었나?'싶습니다.

김치를 다 먹고 남은 김칫국물로 밀가루를 반죽해서 부침개를 부쳐먹습니다.

예전에 한번 그렇게 만들었더니 정희씨가 그것을 알뜰한 살림법이라 여겼는지

김칫국물을 버릴 줄 모릅니다.


손바닥만한 작은 플래스틱 통 위에 지름이 30cm넘는 김치항아리,

그 위에 몸국이 담긴 큰 플래스틱 통을 얹어놓으니 균형을 잃은 것입니다.

성한 김치를 골라내서 다른 통에 담고, 항아리 조각들은 신문지에 쌉니다.

그리고 김칫국물을 닦아내느라 한참이 걸렸습니다.


뒷수습이 끝날 무렵, 캠페인이 있다고 5시 50분에 출근한 정희씨가 돌아옵니다.

황망한 표정으로 왜 김치항아리를 깼냐고 묻는 정희씨에게 되묻습니다.

왜 항아리 밑에 작은 통을 받쳐놓았는지 묻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문이 닫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도 잘 아는 내용입니다.

작은 통에서 '작은'은  정희씨가 또 간과한 모양입니다.

그래 웃고 말았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단도리를 하지 못한 내 탓이려니 생각하고 웃었습니다.


결혼생활 17년째를 맞다보니 성한 가전제품들이 없습니다.

냉장고에는 뭘 넣어두기에 터무니없이 작아졌고, 날이 습한 날이면

텔레비전의 화면이 시커매져 볼 수가 없습니다.

자동차도 여덟살로 접어들면서부터 여기저기 삐걱거립니다.

세월 앞에서는 생명체도 비생명체도 똑같이 늙어가는 모양입니다.


* 모임터>클럽>'밥상맨의 수다'에 오시면 그동안 쓴 150편의 글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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