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의 힘.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0-04-04 08:02

조회수 2,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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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오후, 집 근처의 마트로 장을 보러 갔습니다.

커피, 물티슈, 계란, 고구마를 사기로 합니다.

사흘 내내 몸국만 먹으니 뭔가 가볍고, 기름기없는 걸 먹고싶어서

아침대용으로 고구마를 구워먹기로 했습니다.

집게로 고구마를 집어올리던 다향이가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아뿔사! 고구마가 천안함처럼 두 동강 나고 말았습니다.

다향이가 얼른 주워들더니 난처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러더니 동강난 고구마를 자꾸 맞춰봅니다.

엎지러진 물을 다시 주워담을 수 없듯이 고구마도 똑같습니다.

잘라진 고구마를 진열대구석으로 슬며시 밀어놓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묻습니다.

"다향아, 그거 어떻게 할까?"

"몰라."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면서 말합니다.

"그냥 사갖고 가서 날로 까먹자."

"알았어  아빠."


멀쩡한 건 비닐봉지에 담고, 동강난 건 손에 들고 갑니다.

고구마의 잘린 단면에 흙이 묻을까봐 그러는 것 같습니다.

중량을 달아 가격표를 붙이는 아주머니한테 말합니다.

"이거 고구마를 깨뜨렸는데 어쩌지요? 두고가면 안 되겠지요?"


아주머니가 멀쩡한 고구마만 무게를 재서 가격표를 붙입니다.

그리고 동강난 고구마를 비닐봉지 안에 넣어주며 말합니다.

"고마워서 그냥 드리는 거에요.

어떤 사람들은 깨뜨린 걸 그냥 던져두고 가거든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주니까 고맙고 저도 기분이 좋네요."

"......."


인사를 하고 마트를 나서면서 다향이한테 말합니다.

"봐, 다향아. 만약 동강난 고구마를 그냥 두고 나왔으면 네 기분이

어땠겠어?"

"좋지 않았겠지."

"그래, 네 기분도 엉망이었을 거고, 일하시는 분들도 그랬을 거야.

하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니까 서로 기분이 좋잖아?"

"맞아, 아빠. 잘했어."


이 지면을 빌어서 마트아주머니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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