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이 제주에 사는 죄.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0-03-18 10:35

조회수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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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전화벨이 울립니다.

'누구지?'하면서 전화를 받았는데 정희씨입니다.

저녁을 먹고 출근하던 정희씨가 전화를 걸어와서 자동차를 빼달라고 합니다.

누가 주차공간이 아닌 곳에 차를 세워놔서 빠져나가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 후다닥 달려나갔는데 웬 아저씨가 정희씨에게 시비를 걸고 있습니다.

황당해서 무슨 일이냐고 묻자 자신이 걸어가는데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당신의 눈을 비추어서 화가 났다고 합니다.


그래 정중하게 말을 합니다.

"선생님께서 기분나쁘셨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야간에 헤드라이트를 끈채

운행을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니 이해하시고 들어가시지요.

이 사람은 이제 또 출근을 하는 길입니다."

"내가 누군줄 알아? 내가 고등학교졸업하고 21살에 면서기로 일을 했다고...

(정희씨를 가르치며)이 아주머니가 여기 동사무소에 근무하잖아. 내가 잘 안다고."

그러면서 정희씨한테 자기를 모르냐고 묻습니다.

한두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아닌지라 정희씨는 기억에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하겠다, 여기 사는 강형사도 알고, 누구도 알고,

누구는 내 친구고... 하며 주워삼킵니다.

슬그머니 부아가 납니다. 술을 마셨으면 곱게 삯일 일이지 웬 행패?

누가 당신이 오현고등학교를 나왔는지, 누구의 친구인지 궁금하다기나 합니까?

그러면서 말합니다. 한 단지에서 살면서 이웃간에 친하게 지내야한다고 합니다.

"그럼요. 선생님 말씀처럼 친하게 지내야지요?  그런데 이 사람은 초보운전이고

헤드라이트는 자동으로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시동을 걸면 자동으로 켜집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지금 출근해야 하니까 먼저 가라하고 저랑 얘기하시지요?하면서

시동을 켰다가 끄는 시범까지 보여주었습니다.


"가만 있어봐. 거기 출신이 어디야? 어디서 왔냐고?"

한참을 말한 다음에야 제주말씨가 아닌 걸 눈치챘는지 그 예의 고질병이 나옵니다.

그래 서울에서 내려왔다고 했더니 대뜸 한 마디 합니다.

"그러니까 잘난 체 하지 말란 말이야. 제주와서 살면  조용히 고분고분 살아야지.

제주사람들이 그렇게 만만해 보여. 왜 잘난 체를 하냐고?"

'아! 잘난 체를 했다고? 제 못된 술주정도 다 받아주고 있는데...'

-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정희씨의 사무실에서 재촉 전화가 옵니다.

제 편한대로만 주차를 해놨던, 사건의 발단자가 자동차를 끌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정희씨가 빼다 만 차를 두고, 그냥 가겠다면서 걸어갑니다.


울화통을 참고 술 취한 아저씨를 겨우겨우 달랩니다.

겨우 달래서 보내는데 또 엉뚱한 말을 합니다.

"부부간에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게 최고야. 알아?"

"......"


자동차가 정지상태에서 행인의 눈을 비춘 것도 아니고, 운행중에 눈에 빛이 들어왔다고

행패를 부리더니만 묻지도 않은 자신의 이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한바탕 자랑(?)을 하고는 나더러 잘난 체 하지 말라고 합니다.

사건의 본질과는 전혀 다른, 출신지를 가지고 시비를 걸더니만 부부끼리 잘 살랍니다.

잘 살고 있는 부부의 가슴에 열불나게 해놓고 잘 살라니...

만약 운전자가 남자였거나 제주말로 "삼촌 와 그라멘?" 했어도 계속 시비를 걸었을지

의문이 듭니다. 아! 외지인이 제주에 사는 죄인 것만 같습니다.


2010년 3월 15일(월) 저녁 8시에서 8시 25분 사이에 있었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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