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칭얼이, 살살이.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0-03-15 10:53

조회수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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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형수가 있었습니다.

곧 목에 밧줄이 걸릴 한 사형수한테 재판관이 말을 합니다.

어미에게 할 말이 있으면 유언을 남기라고 합니다.

그러자 사형수가 어미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어미가 다가섰음에도 사형수는 더 가까이 오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어미의 귀를 물어뜯고 절규합니다.


내가 처음 도둑질을 했을 때 왜 나를 나무라지 않았는지

그리고 점점 더 큰 걸 훔쳐올수록 좋아했는지 묻습니다.

처음 물건을 훔쳤을 때 당신이 나를 야단쳤더라면

내가 이 자리에 서있지 않았을 텐데... 라며 후회합니다.

물론 핑계일수도 있겠지만 가볍게 흘릴 애기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웃에 세 아이가 있는데 가장 큰 아이는 열다섯 먹은 여자아이입니다.

그 아이를 처음 본 건 칠팔년 전의 일입니다.

그러니까 아이가 일고여덟살 때의 일입니다.

모처에서 엄마랑 만나기로 한 모양인데 엄마가 조금 늦었습니다.

그랬다고 엄마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사정없이 걷어찹니다.

그 모습을 보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무언가 문제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지요.


세월이 흘러서 아이가 초등고학년이 되고 중학생이 되었습니다만

별로 변하는 게 없습니다.

여전히 엄마하테 까칠하게 대하고, 어른을 봐도 인사할 줄도 모릅니다.

알은 체를 하기는 하는데 제 기분이 내키거나 아쉬운 게 있을 때만

인사를 합니다.

엄마나 아빠가 말을 하면 생각해보기도 전에 '아니.'라는 말부터 합니다.

그래서 제가 '아니야.'라고 부르면서

'왜 생각해보기도 전에 부정부터 하는지?'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아이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열네살 먹은 남자아이입니다.

수년 간에 걸쳐서 제주에 놀러왔을 때 몇번이나 본 아이입니다.

"오랜만이다. 잘 지냈니?"하고 먼저 인사해도 어물어물 피하고 맙니다.

그 아이가 머무는 집에 방문을 해도 벌렁 드러누운 채 본체만체 합니다.

열 네살이나 먹은 아이가 잠투정하는 아기처럼 늘 칭얼댑니다..

그리고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한테 모두 해달라면서 매달립니다.

심지어는 귤껍질까지도 까달라고 징징거립니다.


며칠 전에도 어른 셋이 아이 다섯을 데리고 식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말고기전문점엘 갔는데 열넷 먹은 남자아이가 양념구이를 먹겠다고 합니다.

뭐 엄마랑 둘이 있을 때라면야 얼마든지 그럴 수 있지만 사람이 많습니다.

그전의 승마비는 내가 계산한 관계로 제 엄마가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엄마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떼를 쓰다가 제 엄마의 친구에게 야단을 맞았습니다.

어른들도 곰탕보다는 구이를 더 좋아한다는 걸 모르는 건지

초등학생들앞에서 칭얼댑니다.


거기서 끝났으면 '철딱서니 없는 것'이라 치부하고 말았을 텐데

그 아이의 칭얼거림은 계속 됐습니다.

배고프다던 아이가 밥을 깨작거리니까 왜 그러는지 엄마가 물어봅니다.

말곰탕이 맛이 없다로 시작해서 왜 무를 넣은 거냐고 칭얼거립니다.

파는 또 왜 넣었냐고도 칭얼거립니다.

무 하고 파때문에 밥을 먹을 수가 없다면서 엄마한테 징징댑니다.

그 아이의 엄마가 파와 무를 건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심란해집니다.

밥 먹는 내내 칭얼거렸던 아이가 제집처럼 식당에 벌렁 드러눕습니다.

'저렇게 버릇없이 아이를 양육하는 게 사랑인가?'의문이 듭니다.


말고기전문점을 나와서 지인의 집으로 차를 마시러 갔습니다.

지인이 반갑다면서 아이에게 악수를 청합니다.

아이가 주뼛주뼛하며 아주 성의없이 한쪽 손만 내밉니다.

내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동생들은 어울려 뛰노는데 한쪽에서 심심하다고 계속 투덜거립니다.

어른들이 이야기를 하는데 칭얼대며 자동차 안에서 빨리가자고 재촉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남자아이의 별명은 '살살이'입니다.

기저귀를 찰 때부터 보아온 아이인데도 늘 눈치를 살살봅니다.

(그래 내가 아이들한테 못된 어른인가 싶기도 합니다.)

눈치빠른 것도 하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겠지만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물이나 과자, 과일이 먹고싶으면 "아저씨 OO 먹고싶어요."라거나

"아저씨 OO있어요?"라고 하면 좋을 텐데 그렇게 말하는 법이 없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아! OO먹고 싶다."내지는 "아! OO먹고 싶은데..."

그 아이의 아빠는 그런 모습이 엄청 사랑스럽다지만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위 세 아이한테 저는 불편한 어른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향이가 아기때부터 끊임없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 어른들을 보면 인사 잘 해라.

- 세상은 너 혼자 사는 게 아니니까 이웃을 잘 배려해라.

- 꽃 한송이, 개미 한마리도 소중한 생명이니까 함부로 해하지 마라.

- 게임(승부)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거니까 졌다고 투덜대지 말고

  게임자체를 즐겨라.

 - 뭐든 음식이 주어지면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라.

  (세상엔 먹을 게 없어서 굶어죽는 사람도 많다)

- 비겁하게 이기는 것보다는 정정당당하게 져라.(지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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