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시오."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0-03-11 09:37

조회수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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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안과에 다녀왔습니다.

다향이가 눈이 나빠진 것 같다기에 시력검사를 받으러 다녀왔지요.

날은 춥고, 길은 얼어 있으며 눈발이 날립니다.

자연히 속도를 낼 수가 없습니다.

백밀러로 슬쩍보니 다향이 얼굴에 지루함이 묻어납니다.

그래 이야기를 하나 해줍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자린고비 영감이 한 명 살았는데 아주 대단했대.

뭐든 한 번 손에 쥐면 내놓을 줄 몰랐고,

남의 것은 모두 거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단다.

하루는 그 구두쇠영감이 시장엘 갔는데 한 장사꾼이 갓이랑

잣을 팔고 있는 거야.

자린고비영감은 그 잣이 먹고싶었지만 돈을 내긴 싫은 거야.

그래서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가게앞을 왔다갔다하면서 궁리했어.

어떻게 하면 '저 잣을 공짜로 먹을 수 있을까?'하고 말이야.


어느 순간, 자린고비영감이 손뼉을 짝 쳤어.

그리고 잣을 가리키면서 "이보게 저게 무언가?"라고 물었어.

그러니 장사꾼은 "예, 자시오(잣이오)"하고 대답을 했어.

그러니까 이 자린고비가 잣을 담아 논 소쿠리앞에 앉아서 잣을 까먹어.

맛난 잣을 실컷 먹은 자린고비가 이번엔 갓을 가리키면서 또 물어.

"이보게 그럼 이건 뭔가?"하니까 장사꾼이 "가시오(갓이오)"했어.


그 말을 들은 구두쇠영감이 손을 탁탁 털고 일어나서 가는 거야.

그 모습을 본 장사꾼이 깜짝 놀라서 물었어.

"아니 잣을 먹었으면 돈을 내고 가야지 그냥 가면 어떡합니까?"

그러니까 자린고비영감이 구렁이 담 넘듯 능글대며 대꾸를 했어.

"아니, 이보게. 난 자네가 '자시오(잣이오)'해서 먹었을 뿐이고,

'가시오(갓이오)'해서 가는 건데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다는 건가?"

"......."


다향이가 빙긋 웃습니다.

얘기를 다 들은 다향이가 재밌다고 하면서 말합니다.

"그런데 아빠. 장사꾼이 '갓이오'하면 자린고비영감이 '무슨 갓이오'

하고 물으면 어떨까?' 그럼 장사꾼이 '그냥 가시오(갓이오)할 텐데."

다향이의 말을 듣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30여년 전 쯤 코미디프로의 한 장면입니다. 그리고 제 기억이 맞는다면

배삼룡선생님이 자리고비역을, 구봉서선생님이 장사꾼역을 했습니다.

고 배삼룡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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