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생일.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0-03-03 11:00

조회수 748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얼마 전에 정희씨의 업무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퇴근시간이 늦어졌습니다. 오후 7시 30분쯤이면 퇴근을 했었는데 9시에서 10시로 바뀌었습니다. 도시에 살 때처럼 출퇴근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걸어서 15분 거리인데도 그렇습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출근해서 일을 합니다.

 

식구래야 고작 셋뿐인데 함께 밥 먹을 시간이 없습니다. 늦은 퇴근시간으로 제삿밥(?)을 먹고, 아침은 생식으로 대신합니다. 몸이 상할까 걱정됩니다. 그래 대보름 나물을 여럿 만들었습니다. 고사리, 취, 토란대, 호박, 가지, 고구마줄거리 등등. 어울리는지는 모르지만 전도 부치면서 ‘이거라도 먹고 힘을 내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아! 맛있다. 잘 먹을게요.”라거나 “여보, 고마워.”하면 좋을 텐데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아, 말이 있기는 있었습니다. “호박나물이 조금 싱거운 거 같은데……”

“……”

 

음력 1월 24일, 정희씨의 생일입니다. 올해는 양력 3월 9일로 화요일입니다. 그날만큼이라도 식구끼리 오붓하게 지내고 싶은데 평일입니다. 그래 토요일인 3월 6일에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로 합니다. 미역국을 끓여주고, 꽃과 와인, 케이크를 선물하고 외식하는 틀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사흘 전에 서귀포자연휴양림엘 올라갔습니다. 생태계의 정점을 보여주는 숲 안에 삼나무로 지은 숙소가 있습니다. 그곳의 방을 하나 예약하고 내려왔습니다. 편백나무 숲과 삼나무 숲, 그리고 노루가 뛰노는 곶자왈을 산책하고 싶습니다. 손을 잡고 산책하며 옛일을 이야기하고, 미래를 그려보고 싶습니다. 초를 밝혀놓고 폼나게 와인도 한잔 마시고 싶습니다.

 

그런데……. 너무 비싸답니다. 그러면서 바닷가에 있는 OO펜션이 낫겠다며 그곳의 가격을 알아보라고 합니다. 정희씨가 때때로 놀러가는 곳인 만큼 그곳이 마음에 드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어제 아침에 OO펜션엘 갔었는데 마침 예약되지 않은 방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 정희씨한테 전화를 걸어서 어디가 마음에 드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휴양림에 금요일로 예약을 해요.”합니다. 그래 의아해져서 묻습니다.

“금요일에도 늦게야 끝날 텐데 왜 그날로 예약을 해야 돼요? 그러면 캄캄한 산길을 올라가야 하는데.”말하면서 한숨이 나옵니다.

 

휴양림에 방이 여럿 있는데 정희씨는 4인용에 자고 싶은 것입니다. 4인용의 주중가격이 38,000원인데 주말엔 50,000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주말에 6인용 실, 85,000원짜리를 예약한 것입니다. 가격이 세니까 주중에 4인용 실을 이용하자는 걸로 알고 휴양림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4인용은 없고, 6인용은 예약되지 않은 게 하나 있는데 85,000원이랍니다. 금요일도 주말요금에 포함되는 모양입니다.

 

다른 날도 아니고 자신의 생일을 기념해서 추억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가격만 따져서 나와 다향이의 기분을 가라앉게 만듭니다. 뻔질나게 외박이나 외식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내가 허투루 돈을 쓰는 사람이 아닌데도 그렇습니다. 결국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도 재미있게 살기위해서인데 그 사실을 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살림하는 사람으로서 비애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내가 살림을 시작하지 않고 경제활동을 계속 했었더라면 정희씨의 생일을 맞아서 다향이의 하루 희망사항을 들어줬을 텐데. ‘중문바다에서 요트를 탄 다음에 씨-푸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신라호텔에서 잠자는 것’이 다향이의 하루 소망입니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글수 글수(37,092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24861   괘씸한 하루. 6 맘마미아..2010-03-05872
24860   어제 라면먹고 잤더니 얼굴이 ... 10 천자맘2010-03-051389
24859   요양보호사 교육이 얼마남지 않았어요. 5 낙랑공주..2010-03-051351
24858   꿈을 꾸고나니 영 기분이 13 송죽2010-03-05818
24857   오늘은 날씨가? 7 이겨울님..2010-03-05846
24856   이쁜이와 예쁜이 하루 10 맘마미아..2010-03-05937
24855   지갑들 조심하세요.. 19 은지맘2010-03-041455
    자매의 끈끈한정 무럽네여 김은정2010-03-05792
24854   지엔느 4기면접 6 신디2010-03-04840
24853   남편 외사천형님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요 8 자연2010-03-04717
24852   자랑해 보옵니다^^; 9 뽀샤시2010-03-04778
24851   저는 추노를 보러갈께요~ 12 쏙이♡2010-03-04797
    추노에 빠진 한사람으로써~! 1 김은정2010-03-05802
24850   이제막 들어온 새내기입니다. 5 편안한의..2010-03-04742
24849   도둑이랑 눈이 딱!!! 6 최경희2010-03-041789
24848   처음인데...... 새내기미션! 좋은데요..ㅋㅋ 5 은솔맘2010-03-04888
24847   "스미요"센세의 문자 ㅋㅋ 12 미니장미..2010-03-04910
    다정다감하신 센세이~! 김은정2010-03-05865
24846   어떤이야기를 쓰는건지~~ㅠㅠ 11 현민마미..2010-03-041088
24845   거절 햇어요. 6 맘마미아..2010-03-04911
24844   3월달 되면 언제나 생각난 저의 할아버지 6 자연2010-03-04775
24843   커피대신 우유로,,, 10 천자맘2010-03-04798
24842   오늘 비오는데... 5 젊은맘2010-03-04765
24841   오늘 메뉴 카레라이스 되버렸어요^^ 11 자연2010-03-041112
24840   티브만화를 보고 10 맘마미아..2010-03-04980
24839   남편자랑~ㅋㅋ 7 이경화2010-03-041182
24838   연합 모임 만들어도 재밌을거 같아요. 8 쏙이♡2010-03-04920
24837   어제,오늘 대박~ 8 이경화2010-03-04979
24836   미즈에서 사은품왔네요 덕분에 효도를~~ 23 이겨울님..2010-03-041558
    복에 복을 더하사~~! 김은정2010-03-051177
24835   이상하네요 창문이 자꾸 열려요.ㅣ 7 맘마미아..2010-03-04983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