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인생

글쓴이 드림

등록일 2003-05-20 09:40

조회수 2,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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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어린아기일 때

엄마 말이 나는 위가 작아서 3시간마다 배가 고프다고 한다.

그래서 새벽 1시, 4시에 꼭 일어나서 밥을 먹어야 한다.

졸려도 배가 고픈데 어떻해.


< 2 > 유치원 때

이제 엄마가 다 컷으니 혼자 자라고 한다.

드디어 내 방을 가지게 된 것이다.

헉....그런데 밤이 무섭다.

혼자 자는게 너무 무섭다.

창문 밖에서 누가 확 들어올 것 같고 침대 밑에서 갑자기 검은 손이

올라올 것 같다.

오줌 마렵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누군가가 화장실에서 기다릴 것 같다.

졸려도 무서운데 어떻해.


< 3 > 초등학교 때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엄마가 이야기하셨다.

하지만 애들하고 노는라고 10시 넘어서 잤다.

엄마가 새벽에 깨우신다.

졸려도 새나라의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하는데.


< 4 > 중학교 때

엄마가 여자는 요물이라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관심이 가는 것을 어떻하란 말인가.

오늘도 육교 밑에서 1시간동안 죽쳤다.

같은 반 희선이가 육교 위를 올라갈 때 분홍색 팬티를 보았다.

가슴이 벌렁벌렁 된다.

상현이가 빨간책을 주었다.

저녁 늦게까지 그 빨간책을 보았다.

엄마가 잘자냐고 문밖에서 물어보신다.

조용히 이불속에서 스탠드 켜놓고 보았다.

이상하게 빨간책만 보면 꼭 휴지를 가져와야 한다.

헉....오늘도 세 번 하니깐 벌써 새벽 3시다.

(나는 삼세번을 꼭 지킨다. ^^)

졸려도 볼 건 다 보고, 할 건 다 해야된다.


< 5 > 고등학교 때

엄마가 전화요금 엄청 나왔다고 혼내신다.

솔직히 죄송하다.

하지만 희선이하고 전화하다 보면 새벽 2시가 넘어간다.

어제는 희선이랑 나이트 가서 새벽에 들어왔다.

이제 고 3 이 되면 공부하는라 아무 것도 못할거다.

그 때는 더 못자겠지.....4당 5락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4시간 자면 합격이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말 뻥이다. 수석한 놈치고 잠 못잤다는 놈 못보았다.

졸려도 희선이는 만나야겠고 공부도 해야 한다.


< 6 > 대학교 때

놀자.

여자 만나자.

술 먹자.

겜방 가자.

매일 새벽에 집에 들어간다.

한 번에 저녁 일찍 들어갔다 엄마가 숨 넘어가는 줄 알았다.

넘의 자식인줄 알고 놀라셨다고 한다.

하기야 간만에 일직 들어갔으니.....

대학교 4학년 되니깐 이런....고 3이나 똑같다.

졸려도 놀 건 다 놀고, 공부도 미친듯이 해야 한다.


< 7 > 군대 가서

군대 가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 있다.

배고프고, 춥고, 졸립다.

잠 제대로 못 잔 거 이야기하면 삼박사일 풀어도 모자라고,

토끼머리에 뿔 날때까지 이야기해도 모자란다.

졸려도 근무는 서야 한다.


< 8 > 회사 가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매일 저녁 늦게까지 야근한다.

어제는 새벽 3시에 들어갔는데 회사에서는 택시비도 안 준다.

오늘은 늦게까지 술마셔야 한다.

마시지 말라고.....왕따 당한다.

졸려도 일하고 술 먹어야 한다.


< 9 > 장가가서

나는 왜 이렇게 '의무방어전'이 많은지 모르겠다.

비록 신혼이라지만 남들은 일주일에 3번인데 나는 하루에 3번이다.

오눌 아침에 드디어 쌍코피가 났다.

노총각인 김대리님이 쌍코피 나는 내 코를 보고 부러운 듯이 쳐다본다.

졸려도 사랑은 해야한다.


< 10 > 그 날 이후

이녀석이 새벽마다 나랑 아내를 깨운다.

아내랑 둘이서 각자 눈치 보다 뒷심 좋은 내가 꼭 먼저 일어나서 달랜다.

1시와 4시, 완전 인간시계다.

매일 토끼눈이다.

노총각인 김대리님이 졸지말라고 갈군다.

'너도 장가가서 애기 나 봐라.'

졸려도 애기는 봐야 한다.


< 11 > 딸내미가 학교들어갔을 때

이 녀석이 제대로 공부하는지, 남자랑 놀아나는지 걱정된다.

요즘 수상하다.

저녁마다 전화를 누구랑 전화를 하는 것 같다.

살짝 들으려고 수화기를 들면 귀신같이 알고 끊는다.

이제 고 3이 되면 뒷바라지 하는라 정신 없을 것이다.

이런 이번 달 과외비 낼 때가 되었는데...며칠 야근해서 야근수당으로

메꾸어야겠다.

졸려도 딸내미 걱정때문에.....


< 12 > 딸내미가 대학을 들어갔을 때

어제 녀석이 과앰티를 갔다.

다 큰 처녀가 밖에서 자다니....

비록 허락은 했지만 걱정때문에 잠이 안 온다.

내일은 김부장을 만나서 술 좀 사주고 녀석 취직자리 좀 알아봐야겠다.

빨리 취직시켜야지.....

졸려도 딸내미 생각때문에....


< 13 > 녀석이 시집간 후

허전하다.

녀석이 없으면 잠 좀 푹 잘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더 잠이 안 온다.

아내에게 하나 더 낳자고 이야기했다가 그냥 쌍코피 날 뻔 했다.

아내도 잠이 안 오나 보다.

졸려도 졸린게 아니다.


< 14 > 드디어 손자를 보았다.

허허...이제 할아버지다.

딸녀석이 몸조리 때문에 사위랑 같이 와 있다.

손자녀석의 울음소리, 딸내미와 아내의 잡담소리,

사위의 이런저런 이야기...

간만에 집안이 시끄럽다.

허허...이 녀석도 지 애미 닮아서 새벽 1시와 4시에 꼭 운다.

좀 있으면 다시 조용해지겠지.

졸려도 이상하게 안 졸립니다.


< 15 > 환갑이 지나서....

신은 정말 자비롭다.

우리같이 시간이 아까운 늙은이에게는 잠을 덜 잘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

새벽 4시만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옆에 아내도 거의 비슷하게 눈이 떠진다.

정말 늙으면 잠이 없어진다.

졸려도 그리 졸립지는 않다.


< 16 > .......

이제 푹 자러 가야 할 때다.

평생동안 제대로 못 잔 잠을 이제 자러 가야겠다.

아내도 좀 있으면 꿈에서 만나겠지.

이제 정말 자야겠다.

언제 깨어날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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