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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웃기엔 슬픈 이야기들 |
글쓴이
오홋
등록일
2003-03-11 20:27
조회수
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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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사고로 희생된 수많은 아픈 영혼들의 명복을 빕니다*
1.
지하철에는 언제나 앵벌이들이 있다.
앵벌이, 말그대로 앵앵~ 거려서 동정심을 자극해 돈을 버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난데없이 무릎에다가 무슨 쪽지같은걸 내던졌다가 읽을새도 없이
도로 가져가버리기도 한다.
........뭘 읽어야 내가 알지.
여튼, 난 그날도 지하철에 타고 별 생각없이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다.
........기차내에서 찬송가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허리 굽은 할아버지가 맹인지팡이를 툴툴대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날 나는 로또를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좋은 일을 하믄 복이 올꺼야;;"
그리고 주머니에서 굴러다니던 돈 700원을 모조리 꺼냈다.
그리고 그 아저씨가 내 앞에 오기를 기다리고 기다렸다.
......왔다.
난 쩔렁거리는 돈을 통째로 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순간 떠오르는게 있었다.
"아빠, 빠나나우유"
그렇다. 빠나나우유를 사야한다.
내 지갑엔 2000원이 있었으나, 로또를 했다;.
700원은 총 자산 이었다.
난 폈던 손을 쪽팔림에도 불구하고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자,
"(고개를 내쪽으로 돌리는 맹인;;)"
"(입을 서서히 벌린다.)"
"씨벌럼..."
결코 그 총기어린 눈빛은 맹인이 아니었다.
어쩔수가 없이 앞에서 멋적어 하던 나는,
주머니에 떨고있는 손으로 100원을 줬다.
........그렇다. 우리집앞 구멍가게에서 바나나우유 한개에 600원이다;;
어쨌든 100원이 총자산, 난 그걸 모두 줬다.
그랬더니 그 할아버지,
이를 악물고 다시 맹인지팡이를 툴툴대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웬지 내가 불쌍해보였다.
바나나우유를 제외하면,
난 그순간 거지보다 돈이 없었던 것이다.
2.
이미 잡쳐버린 기분을 뒤로하고 아이의 웃는얼굴을 기대하며
바나나우유를 사러갔다.
집앞 가게를 들려 바나나우유를 사서 아이에게 주면, 무지하게 좋아한다.
그게 내 일상의 행복중에 하나이며, 가장 크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구멍가게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신다. 다 좋으신 분들이다.
그러나;;
"할머니 안녕하세요~"
"예~ 바나나우유요?"
"네~"
"응~ 650원."
"네?;;;;;;;;"
"올랏서 50원"
........구멍가게의 한계다;;
갑자기 가격을 올리고 내릴수 있는것은 구멍가게만의 특권이라고 볼수도 있지.
그러나, 50원에는 연연하지 않던 내 주머니에는,
오로지 600원뿐;;
여기서 많은분들이 생각하시겠지만, 그럼 집에가서 돈들고 나옴 되잖아!
모르시는 말씀;;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는 그순간 집앞 현관에서 아빠왔다! 아빠왔다!!
이소리를 듣고, 내 뒤에 숨켜둔 바나나우유를 짜잔~ 하면서 내놓았을때와,
아빠가 돈이 없어서 못사와서 그런데 돈 가지고 나와서 사올께라고 말한뒤에
나오는 아이의 반응은 천지차이인것이다;;
"저 50원 깎아주세요;;"
"안되는디;;"
둘다 난감하다 초난감이다;;
"자주 사가는데 50원만;;"
"안뒤야 이거 팔아서 50원 남어;;"
그때 할아버지가 나왔다.
활짝 웃고 있던 할아버지를 보는 순간,
아 저 호탕한 얼굴이 나의 50원을 메꿔주겠구나!!
구원의 손길!!
저 온화한 눈빛!!!!
"뭔소리여 그거 700원인디"
추가로 50원 인상;;;
이런 제길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외상되나요;;;;;;;"
할머니가 화났나부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내 바나나우유를 뺐어가더니
그러더니
검은 비닐봉다리에 넣어서 빨대까지 넣어주신다.
오오오.. 멋진 모습...
그리고 무슨 책같은걸 들고 오시더니..
"주소 불러~ 이름하고~ 가까운건 안디 어디사는지 모르것네~에헤헤~"
........난 그날밤 100원 외상했다;
3.
어찌됐든, 난 바나나우유를 산것이다.
아 좋아;;
이제 딸내미의 활짝 웃는 얼굴을 기대하며
난 초인종을 눌렀다~
"아빠가왔어요~"
"왔어...하아아품;;"
내 앞에는 자다가 머리를 긁으며 뛰쳐나온듯한 얼굴이 서있었다.-_-
와이프-_-
아무리 두리번 거려도 뛰쳐다니는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저...딸은?"
제발 그말만은,
제발 그말만은 하지말아줘,
내가 바나나우유 하나때문에 얼마나 고통의 시간을 보냈는지
니가 그중 100분지 일이라도 안다믄 그말하믄 안돼,
하지마,
하지마!!!!!!!!!
".....................자....................."
바나나우유를 바닥에 내던질뻔 했다;;
빙그레를 해킹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내머릿속에는 바나나우유 하나 때문에
희생당한 맹인할아버지와 내인생에서 평생 처음해본
외상 100원이라는것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딸내미 얼굴은 봐야지..
지금 와이프는 화장실 갔다..
지금 이방에 있는건..
딸과 나..(쿵덕쿵덕)
내손은 딸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옆구리를 찔렀다;;
"야야야;; 아빠가 왔어 여기 아빠가 바나나우유를 들고;;"
"(자고있다)"
"어이 유시영양 일어나서 좀 바라바줘 응? 노라줘;;"
"(눈을 뜬다;;오오오;;)"
"오오;; 시영아 이거봐라!! 바나나우유 바나나우유~~~"
"(중얼거린다..)"
"뭐라구 시영아 크게 말해봐~"
"빠나나우유 시져..자끄야..(바나나우유 싫어 잘꺼야-_-)"
난 그순간 바나나우유를 손에 꼭쥐고 내방으로 와서
한번에 까서 마셔버렸다;;
아 맛있어;;
아 너무 맛있어;;;
4.
다음날 회사를 와서, 매일같이 하던것 처럼
그냥 일을 하고 있다가,
뉴스를 봤다.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으로 3명사망 부상 70명-
"어라, 무슨 지하철에서 방화야 방화는 거참 할일도 없다"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으로 30명 사망 부상 100명-
"뭐 30명 사망? 야 이거 뭐야 대체 뭔일이야 테러야 테러?"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으로 100명이 넘는 사망자 발생, 시신 확인 어려워-
"아니 이런 어떤 개같은 새끼야!!!!"
회사는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대체 무슨 일일까.
그때 티비에서는 자세한건 나오지 않다가,
정신병력이 있는 50대의 남자가 초록색 우유병에 신나를 담아
지하철에 불을 질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살아있댄다.
그리고 그 아저씬 병원에 항시 불만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추론해봤다.
그 아저씨는 애초에 지하철에 불을 지르려고 한게 아니었을것이다.
병원에 가서 저질를려고 하는데 지하철에서 잘못해서 엎질렀다.
근데 누가 자꾸 뭐라고 그러니까 화가난다.
그래서 같이 죽자라는 심정으로 불을 붙이고 자기도 뛰어들려고 하다가,
지하철문이 닫힌다;;
이 이야기를 하고, 회사사람들과 웃다가, 가만히 보니 웃을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순식간에 찬물 끼얹은 분위기였다.
세세한 이야기는 너무 많은 분들의 눈물과 함께 읽혀지고 보여졌을꺼라 믿고 적지 않겠다.
다만, 나는 그날 밤도 바나나우유를 들고 집에 들어가서, 아이의 웃는 모습에 행복해 했다.
어쩌면 사람은 객관적일수 밖에 없다.
자신의 앞에 놓인일이 남의 아버지 돌아가신것보다 훨씬 중요하고,
아무리 아프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것보다
내가 죽는것이 아플것이다.
그러나 ,그날밤 뉴스를 보며
갑자기 밑도끝도 없이 올라오는
이유조차 알기 힘든 아픔과,
세상에서 백화점 무너지고 다리 무너지는 이 나라에
몸담고 있다는 분노가
눈물샘을 쉼없이 자극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정말 참기힘들만큼의 것이었고,
슬픈 영화를 보고도 눈물한방울 흘리지 않던
내 냉정함을 완전히 무시해버리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와이프가 보지 않았다;;
그럼 얼마나 쪽팔렸겠는가;;
뉴스에서 실신하여 몸을 덜덜 떨면서도
양말을 챙겨 신으며,
병원을 가자는 주위의 말에도 한사코 거부하며
"딸한테 전화올지도 모르는데.."
를 작게 말씀하시던 그 아버지의 모습이
얼마나 가슴아프던지,
잊을수가 없다.
ps. 글을 쓰는 순간 마다 가슴이 아픈데,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분들의 가슴은 얼마나 아플까요.
그 뜨거운 철관 속에서 숨도 제대로 못쉬고 앞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마주한채 죽어야 했던 수많은 억울함은 어떻게 하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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