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

글쓴이 바구니

등록일 2001-07-12 12:39

조회수 3,733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얼마전 부처님 오신날~ 이었습니다.
금욕 금식에다가 몸 깨끗히 하고 큰언니랑 동생이랑
작은 암자에 갔었습니다.

늦게 가서 인지 스님이 벌써 여러 사람들 앞에서 축원을 하고 계셨고 우린 구석에
쭈그리고 앉았지요. (절도 못하고)
나는 생전 처음 절에 가본지라 두리번~ 두리번~ 멀뚱멀뚱하니
남이 절을 하면 절을 하고, 남이 마하반야~ 를 외치면 나도 입을 벙긋 거리곤
했어요. (기냥 아는칙 할라고)

스님의 기나긴~ (하품하는 사람, 소 근 대는 사람, 나가는 사람, 다 있으니
기나길다고 할 밖에요) 설법이 끝나고 모두들 대웅전 아래로 점심을 먹으러
가려는데 큰언니가,

"우린 늦게 와서 부처님께 절도, 시주도 안 했으니 절 하고 나서 밥먹으러 가자~ "
카길래, 며칠전에 배운 21배 하는 법을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열심히
절을 했어요.
근데 절을 하면서 가만히 생각하니....

'.......이러다가 밥도 못 얻어먹는 것 아냐? 아침도 안먹고 왔는데..... '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몇년전에 봉암사 갔다가 진짜로 밥을 못 얻어 먹은 적이 있었거든요.
일년에 한번 개방하는 봉암사에 손님이 너무 많이 와서 떡도, 과일도 동이
나는 바람에 늦게 간 우리는 쫄쫄 굶고 허기를 달래며,
"내 다시 봉암사에 오나봐라 ~ 밥도 안 주고 씨이~ 하고 내려온적이 있었어요.

솔직히 거기에 스님을 뵈러 간것이 아니고 밥 얻어 먹으러 갔기 때문에
절에 간 목적을 내가 잃어버린 터라 무지 한이 되었었죠. ㅎㅎㅎ

그 한으로 하여 오늘도 절 하느라 식당에 늦게 내려가면 밥도 못 얻어 걸리지
싶은 생각에 21배고 뭐고 후딱 해치우고 (사실 13-4번 했을거다)
밥을 먹으러 뛰어 내려갔어요.
사람들은 모두들 떡이야 ~ 과일이야~ 한상씩 푸짐하게 앞에 놓고 먹고 있는데
내 마음은 밥통으로 달려 가고 있었어요.
우선은 밥통에 내가 먹을 밥이 남아있느냐가 젤로 문제 였거든요.

일하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밥통을 열어제꼈어요.

" 우~와~ "

밥은 두 솥이나 얌전히 들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때의 행복감이란~ 절에 내가 잘 왔지 싶더라고요.
(골때엄마 밥 굶고 사냐고요? 모르겠어요. 그런지....)

' 그래? 그럼 됐어. 그럼 나물은....? '
싶어서 얼른 나물을 돌아봤죠.

행복하게도 나물들이 양푼에 듬뿍듬뿍 담겨 날 잡아 잡수~ 하는 것 같았어요.

그제서야 마음을 놓고 팔을 걷어부쳤죠.
왜 팔을 걷어 부쳤냐구요? 맞춰 보세요.

1. 밥 많이 먹는 이핀네 쫓아 내려고~

2. 큰 양푼에 밥을 쓱쓱 비벼서 배 터지게 먹으려고~

3. 옷 소매에 꼬치장이 묻어서~

뭘까요?

1번과 2번이 정답일것 같다고요?
그것도 맞아요. 푸히히히~

근데 정답은 4번~

일단 내 밥은 확보 되어 있으니 부엌에서 일좀 거들려고요...

(집에서는 일도 안하는 것이 나가면 꼭 일 억씨기~ 하는척 하지요 왜~)
다른이들 밥먹은 그릇 날라다가 설겆이 하는 보살님들에게
갖다 드리고, 음식 날라주고, 음식 먹은 상 닦고, 스님 밥상
갖다 드리고 (이 영광을 우찌 하오리까~ 생전 처음 가서 스님의
밥상을 들게 되다니~ )
하여튼 이렇게 한참을 일 하다보니 배가 고파 죽겠는기라~
그래서 내 밥과 큰 언니 밥을 한 그릇씩 퍼서 동생이 먹고 있는 밥상 곁에
앉았지요.

김치꿍물~ 짱~ 고추 절임 짱~ 콩나물 국 짱~ 모두 짱이었어요.
한마디로 밥맛이 대낄이었지요.

근데 스님과 얘기하러 들어간 큰 언니가 안 나오는기라~
다른 이들이 큰 언니 밥을 가져다가 먹으려고 눈독을 들이는데.....

"이거 주인 있어요. 제가 두 그릇 먹을라고 하는거 아니라요~ "
하며 묻지도 않는 말을 오는 사람, 가는 사람에게 해대며 밥숟가락이
입이 미어터지도록 밀어 넣었지요.
우째요~ 꿀맛인데.....

그렇게 먹다가 보니, 그래도 핏줄은 땡긴다고 큰 언니의 고픈 배를 생각하니
밥이 넘어가질 않았어요 (아니아니~ 거기 아니고 먹을 만큼 먹어서~ 키키~)
그래서 내 옆에서 밥을 먹고 있는 동생더러~

"야야~ 큰 언니 배고플낀데 함 가봐라~ 밥 먹으라고...."
캤더니 착한 동생 내 말 듣고 가대요. (내동생 옛날부터 내 말 기똥차게
잘들어요. 결혼도 내 말듣고 내가 정해준 사람과 했다 아입니까)
근데 동생이 큰 언니에게 갔다와서 하는말,

"ㅎㅎㅎㅎ 큰 언니 있잖아~ 스님들과 마주 보고 앉아서 벌써 밥먹고
있더라~ 하여튼 사교성은 좋아여~ "
카대요.

그 말을 듣고 내 퍼뜩 떠 오르는 것이

'그럼 여기 비벼 먹을 라고 나물까지 얹어 온 이 밥은 어짜나? 벌써
다른사람 먹을까봐 고추장까지 발라 놨는데....'
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동생보고,

" 뭐~ 별수 없다. 큰 언니가 벌써 먹고 있다 캉께 우리가 더 먹자~ "
하니까 동생은 실컷 먹어서 더는 못 먹는다며 손을 젓대요.
그러니 그 밥을 내가 꾸역꾸역 다 먹었죠.

옆에 사람들이 욕을 하는 소리가 귀에 웽웽~ 하는 것 같았지만 우째요~
먹는 음석 버리면 부처님께 더 죄를 짓는 일인데....
비빔밥 곱 배기 두 그릇을 다 먹은 기라요.
쯥~ 배는 좀 불렀지만 기분은 좋대요. 절에 와서 드디어 한 맺힌 절밥
한그릇 아니, 두 그릇 얻어 먹었다 싶은께.....

그래서 밥값이라도 하려고 다시 팔을 걷어부치고 열심히 일을 했어요.
씻은 그릇 물기도 닦고, 상도 치우고 .....
그러다 보니 어떤 보살님이 스님이 드시던 밥상을 들고 나오는 기라요.

그걸 옆눈으로 가만히 보니 우리가 아까 먹던 것과는 다른것이 얹혀 있었어요.
바로 표고전이었지요.
그래서 얼른 그 밥상위의 것을 아무도 몰래 내 입에 하나 넣고 우물거리며
룰루~랄라~ 일을 했어요.
근데 그것을 씹다가 생각하니

' 스님은 이런 풀만 드시고 우째 지내나~ 난 일주일에 서너번 고기를 먹지
않으면 눈앞에 뭐가 어른 거리는 것이 풀썩~ 쓰러지는데.... '
싶대요.
그래서 제 속으로 언제 고기근이나 좀 끊어서 스님과 마주 앉아 눈 흘기가며
쌈싸서 좀 먹어야지.... 싶더라고요.
스님은 고기를 안 드신다는 것을 깜빡하고요.

그렇게 한참을 부엌뒤 하수구의 나물 낑긴 것도 씻어내고, 일을 해도 비빔밥
두그릇을 해 치운 배가 꺼지질 않았어요.
그래서 배도 꺼주고 절본김에 절한다고 부처님 앞에가서 스님 표고부침개
안 훔쳐 먹은양~ 밥 두그릇 안 먹은양 넙죽~납죽 ~ 절을 했죠.
밥 배터지게 먹고 절 해 보셨어요?
그것도 머리가 땅에 닿게요?

그것 죽을 맛이라요~ 그래서 전 생각했죠.
아까 스님의 설법중에

"욕심을 버리라~ 그러면 근심이 사라진다 " 카시던 말씀이 생각이 나대요.

그 벌을 바로 부처님 앞에서 받는 다 싶대요.
그래도 우째 겠어요.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 카는데.... ㅎㅎㅎㅎㅎ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글수 글수(6,962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244623   깍두기 형님의 미팅 ^^ 센스2001-07-144468
244622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 바구니2001-07-123734
244621   곧 이사해야 하는데 큰일이네..~~~ 스마일주..2001-07-033561
244620   황당 미스테리 믿거나 말거나.. -.-;; toto2001-06-264028
244619   이런말 하면 안돼요.~~(푼글) 스마일주..2001-06-133849
244618   [푼글] 그날밤, 여관에서 있었던 일 호야맘2001-06-104332
244617   이런 엄청난 사실을 아십니까?? (푼글) 스마일주..2001-06-094578
    Re: 이런 엄청난 사실을 아십니까?? (푼글) 아케미2001-06-123593
244616   상한 바나나 장미2001-06-085246
244615   ♥♡♥♡ 첫 사 랑...... 바구니2001-05-234242
244614   ★ 아줌마들의 반란~~~★ 노을2001-05-214651
244613   진짜 조폭이 본 영화'친구'.... 김예미2001-05-174487
244612   심리테스트 손님2001-05-164093
    심리 테스트 결과 힘내셔2001-05-223641
    Re: 심리테스트 ???2001-08-243014
244611   그저 생각나서.. 라라2001-05-163766
244610   뒤지버지는 얘기(펌) 또미2001-05-154333
    Re: 뒤지버지는 얘기(펌) 박정욱2002-03-073142
244609   아줌마가 아저씨보다 나은 11가지 이유. 아짐마2001-05-084444
244608   MS사를 해킹한 사람이 한국 스님들이었다네~~!!! 또미2001-05-043913
244607   방귀에 대한 보고서 바구니2001-04-134152
244606   [퍼온글] 쬐금 야하다고 해서 펐는데, 기냥 웃깁니다. 웃음골2001-04-104373
244605   할머니의 조건.. 민이맘2001-04-103986
244604   스트립쇼... 민이맘2001-04-103700
244603   이런!!!!! 민이맘2001-04-103475
244602   맞은 진짜이유?? 민이맘2001-04-103585
244601   우린 똑똑했다 -.ㅜ; 이상희2001-04-063412
244600   가수 "싸이" 의 새..(허무개그버전) 민이맘2001-04-053405
244599   잔잔한 미소가 생길때.. 민이맘2001-04-043406
244598   아버지와 아들 민이맘2001-04-033293
244597   되살아난 아내.. 민이맘2001-04-033733
244596   개는 어떻게 울지? 은사시나..2001-04-023560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