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질문 세례

글쓴이 디토

등록일 2010-02-05 16:44

조회수 1,113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어제 밤 잠 자려고 누운 해민이가 물었다.

 

'나 아빠는 어디 있어?'

 

어렸을 땐 이모부를 간혹 아빠라고 부르더니

 

세돌 반이 지나고 우리 나이로 다섯살에 접어들자

 

드디어 질문들이 이어진다.

 

 

 

'응, 해민이는 아빠 대신 할아버지 할머니랑 살고 있지?

 

엄마 아빠랑 함께 사는 아이도 있지만

 

다른 가족과 사는 아이도 있어.

 

사람마다 다 다르거든?

 

해민이는 아빠 대신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이모부, 누나

 

이렇게 함께 살고 있지?'

 

 

 

이렇게 답을 하고 나서 아주 잠깐 가슴이 서늘해졌다.

 

독신자 입양의 어려운 점은 

 

아이에게 한부모 가정을 이해시키는 것이 단순치 않다는 거다.

 

아빠가 돌아가셔서 하늘나라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이혼으로 어쩔 수 없이 따로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처음부터 아빠라는 존재가 '없다'는 사실.

 

지금이야 아빠의 부재보다는 다른 가족의 존재에 초점을 맞추어 얘기해 주지만

 

좀더 자라면 구체적인 설명을 해야 한다.

 

 

 

설명하는 방식과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건 내 마음가짐이다.

 

무거운 내용일수록 가볍게 가자,

 

그러나 아이의 마음이 움직이는 섬세한 결을 간과하지 말자...

 

이런 생각은 하고 있으나 오~막막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신앙이 중요한 건데 점점 날라리 신자가 되어가고 있으니...

 

 

 

오늘 아침 밥을 먹으면서는 해민이의 세번째 같은 질문,

 

'나 엄마 뱃속에서 나왔어?'

 

창의성 없는 이 엄마는 또 같은 레퍼토리를 읊조린다.

 

'응, 해민이는 다른 엄마 배 속에서 나왔는데

 

그 엄마가 키울 수 없어서..'

 

여기까지 하자 지난번과는 달리

 

해민이가 몸을 흔들며 '아앙!'하고 화난 표정을 짓는다.

 

 

 

곧이어 늘 하는 말이 이어지자 다시 녀석의 얼굴엔 웃음이 감돈다.

 

'낳아준 엄마가 해민이 키워줄 엄마 찾아주세요, 하고 수녀님께 보냈거든?

 

그래서 수녀님이 엄마한테 이쁜 아기 데려 가세요, 해서

 

엄마가 얼른 뛰어가서 엉덩이에 까만 점이 있는 예쁜 아기를 안고

 

이모랑 누나랑 같이 차 타고 엄마가 운전해서 집으로 왔어!'

 

 

 

해민이 엉덩이엔 귀여운 까만 점이 있는데

 

하느님이 젤 이쁜 아기 엉덩이에 까만 점 찍어놓고

 

엄마한테 찾아가라 했다고 늘 말해주었더니 아주 재미있어 했다.

 

이제 조금 지나면 해민이가 우리 집으로 온 첫날인 '가족 탄생일'이다.

 

나의 무딘 감성이 해민이의 성장을 따라가느라 헉헉거리지만

 

이젠 아이의 역사를 제대로 써가야 한다.

 

 

 

옛날에 동료교사들과 우스개로 치매협회를 만들었을 때

 

내가 부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남부럽지 않은 건망증을 자랑했었다.

 

흐린 정신으로 총명한 아들과 어떤 얘길 만들어 갈지

나도 참 궁금할 따름이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글수 글수(37,107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24326   일찍.. 6 이겨울님..2010-02-081326
24325   즐거운 한주 되세요^^ 12 자연2010-02-081161
24324   김치 도둑이 누군꼬?.잉잉 10 맘마미아..2010-02-081218
24323   설 연휴에 스파여행 가요~~ 5 꿀물2010-02-081270
24322   이번엔 시어머니 자랑 1탄요^^*** 12 박영희2010-02-071362
24321   잘 다녀왔서요 5 이경화2010-02-071059
24320   욕 하다 혼난 울 꼬맹이.. 6 맘마미아..2010-02-072392
24319   생고구마 깎아 먹고 있어요. 5 낙랑공주..2010-02-071607
24318   조카 선물^^* 13 뽀샤시2010-02-071133
24317   아바타 보고 있어요 7 박경진2010-02-071202
24316   울아들 3 이겨울님..2010-02-071162
24315   명절준비 4 배해순2010-02-071133
24314   교회.. 3 이겨울님..2010-02-07994
24313   둘째 녀석이 공부와는 너무 멀어요 3 박경진2010-02-071258
24312   병원에 다녀왔어요... 5 별똥별2010-02-061254
24311   ▶개 키우는 할머니 4 박경진2010-02-062175
24310   임신중독중... 4 이겨울님..2010-02-061398
24309   네 ~ 선생님.~! 4 맘마미아..2010-02-061150
24308   생일 선물 샀어요 6 박경진2010-02-061255
24307   청소.. 5 이겨울님..2010-02-061004
24306   영상 1도가 되었어요^^* 7 뽀샤시2010-02-061190
24305   아빠가 놀러~` 6 이겨울님..2010-02-061151
24304   대학교 새내기 OT 가기전에 준비해야 하는 것!!! 2 스노우2010-02-061648
24303   아들운전 4 배해순2010-02-061143
24302   좋아하고 고등학교에 갔어요 8 자연2010-02-061273
24301   오늘 점심은 짜장면~~~~~~~~~~ 3 박경진2010-02-061067
24300   시어머님께서 또 쌀을 부치셨어요. 7 낙랑공주..2010-02-061235
24299   집에 딸과 단둘이.. 5 이겨울님..2010-02-061080
24298   던지기는 운동장에서... 3 박경진2010-02-061315
24297   봄 소풍가요 5 teresung..2010-02-06996
24296   저도 긴장하고 있어요^^ 8 자연2010-02-061218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