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질문 세례

글쓴이 디토

등록일 2010-02-05 16:44

조회수 1,097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어제 밤 잠 자려고 누운 해민이가 물었다.

 

'나 아빠는 어디 있어?'

 

어렸을 땐 이모부를 간혹 아빠라고 부르더니

 

세돌 반이 지나고 우리 나이로 다섯살에 접어들자

 

드디어 질문들이 이어진다.

 

 

 

'응, 해민이는 아빠 대신 할아버지 할머니랑 살고 있지?

 

엄마 아빠랑 함께 사는 아이도 있지만

 

다른 가족과 사는 아이도 있어.

 

사람마다 다 다르거든?

 

해민이는 아빠 대신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이모부, 누나

 

이렇게 함께 살고 있지?'

 

 

 

이렇게 답을 하고 나서 아주 잠깐 가슴이 서늘해졌다.

 

독신자 입양의 어려운 점은 

 

아이에게 한부모 가정을 이해시키는 것이 단순치 않다는 거다.

 

아빠가 돌아가셔서 하늘나라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이혼으로 어쩔 수 없이 따로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처음부터 아빠라는 존재가 '없다'는 사실.

 

지금이야 아빠의 부재보다는 다른 가족의 존재에 초점을 맞추어 얘기해 주지만

 

좀더 자라면 구체적인 설명을 해야 한다.

 

 

 

설명하는 방식과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건 내 마음가짐이다.

 

무거운 내용일수록 가볍게 가자,

 

그러나 아이의 마음이 움직이는 섬세한 결을 간과하지 말자...

 

이런 생각은 하고 있으나 오~막막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신앙이 중요한 건데 점점 날라리 신자가 되어가고 있으니...

 

 

 

오늘 아침 밥을 먹으면서는 해민이의 세번째 같은 질문,

 

'나 엄마 뱃속에서 나왔어?'

 

창의성 없는 이 엄마는 또 같은 레퍼토리를 읊조린다.

 

'응, 해민이는 다른 엄마 배 속에서 나왔는데

 

그 엄마가 키울 수 없어서..'

 

여기까지 하자 지난번과는 달리

 

해민이가 몸을 흔들며 '아앙!'하고 화난 표정을 짓는다.

 

 

 

곧이어 늘 하는 말이 이어지자 다시 녀석의 얼굴엔 웃음이 감돈다.

 

'낳아준 엄마가 해민이 키워줄 엄마 찾아주세요, 하고 수녀님께 보냈거든?

 

그래서 수녀님이 엄마한테 이쁜 아기 데려 가세요, 해서

 

엄마가 얼른 뛰어가서 엉덩이에 까만 점이 있는 예쁜 아기를 안고

 

이모랑 누나랑 같이 차 타고 엄마가 운전해서 집으로 왔어!'

 

 

 

해민이 엉덩이엔 귀여운 까만 점이 있는데

 

하느님이 젤 이쁜 아기 엉덩이에 까만 점 찍어놓고

 

엄마한테 찾아가라 했다고 늘 말해주었더니 아주 재미있어 했다.

 

이제 조금 지나면 해민이가 우리 집으로 온 첫날인 '가족 탄생일'이다.

 

나의 무딘 감성이 해민이의 성장을 따라가느라 헉헉거리지만

 

이젠 아이의 역사를 제대로 써가야 한다.

 

 

 

옛날에 동료교사들과 우스개로 치매협회를 만들었을 때

 

내가 부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남부럽지 않은 건망증을 자랑했었다.

 

흐린 정신으로 총명한 아들과 어떤 얘길 만들어 갈지

나도 참 궁금할 따름이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글수 글수(36,918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24292   썰렁한 미역국 7 소엽2010-02-051104
24291   우리딸 10일날 졸업식입니다만 12 자연2010-02-051123
24290   세상의 둘도 없는 울 큰형님... 5 박경진2010-02-051125
24289   저녁밥.. 7 이겨울님..2010-02-05980
24288   한샘 욕실 무료체험단 10 송죽2010-02-051256
24287   만두.. 5 이겨울님..2010-02-05854
24286   안경 필요 없다고 하네요 8 자연2010-02-051054
24285   대학 새내기들이 받고싶어하는 입학선물 이런것?! 2 happy2010-02-051875
24284   하존 그레이스 샴푸 왔네요... 5 박경진2010-02-051048
24283   아이의 질문 세례 3 디토2010-02-051098
24282   일 배우기 힘드네요~~ 3 시현맘2010-02-051023
24281   **며느리 속풀이 2탄!!** 8 박영희2010-02-051101
24280   1박2일 보고.. 5 이겨울님..2010-02-05947
24279   이시간에는.. 4 이겨울님..2010-02-05954
24278   봉틀이를 돌려볼까합니다^^* 4 뽀샤시2010-02-051111
24277   감... 4 이겨울님..2010-02-051120
24276   40대 중분 생신선물 뭐가 좋을까요? 4 박경진2010-02-051164
24275   준비하고 나가요 6 자연2010-02-051238
24274   명절 분위기가 벌써나요. 3 낙랑공주..2010-02-05955
24273   날씨가 여전히 춥네요,. 5 이겨울님..2010-02-051085
24272   **며느리 보다는 손주, 손주 보다는 딸** 8 박영희2010-02-051156
24271   부산 갔다 올께용 8 이경화2010-02-051296
24270   이곳에 온지도 벌써 반세월이 지내다 보니 11 teresung..2010-02-051372
24269   좋은아침입니다 16 자연2010-02-051297
24268   저도 연극 뮤지컬 좋아하는데요 4 뚱이2010-02-051184
24267   브~~이^^* 6 뽀샤시2010-02-04973
24266   article is deleted 향기2010-02-04554
24265   사는게 힘들더라도 감사하며... 4 해피맘2010-02-041178
24264   다시금 저를 다잡습니다... 6 은지맘2010-02-041121
24263   아귀찜.. 3 이겨울님..2010-02-041450
24262   어른다워야 어른인것을 나이많다고 어른은 아니다. 6 박경진2010-02-041284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