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살이 뻗칠 뻔.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0-01-28 08:25

조회수 1,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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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오후에 다향이랑 산책을 합니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컨벤션센타까지 내려가서 오른쪽(중문해수욕장)으로 갈지,

아니면 왼쪽(주상절리와 대포항)으로 갈지 결정을 합니다.

어느 곳으로 가도 아름다운 제주의 남쪽바다(태평양)를 스쳐지나갑니다.

요즘 뜨고 있는 제주올레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코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해가 구름뒤로 숨고, 바람까지 불면 체감온도가 뚝 떨어집니다.

온도계상으로는 분명 영상의 날씨인데도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림니다.

(바람이 자고, 해가 나면 가을점퍼를 입어야할 정도로 따뜻하지만)

그런 날이면 바지 안에 여자들이 입는 레깅스같은 걸 껴입고 나갑니다.

며칠 전에도 그랬습니다.


집안에 앉아있는데 우웅, 우우웅. 바람이 불고 나뭇가지들은 금방이라도

찢겨져나갈 것처럼 비명을 지릅니다.

"다향아, 산책가게 준비하자."

말해놓고 팬티위에 레깅스(?)를 입습니다. 그리고 양말을 신고,

운동선수들이 즐겨입는 긴 점퍼에 털모자, 장갑까지 단단하게 준비해서

산책을 나섭니다.


언제나처럼 다향이랑 산책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다향이가 말합니다.

"아빠, 아빠 양말이 다 보여."

"그래 왜 그러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면서 발을 내려다 봅니다.

정말 등산화위로 양말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보기 좋지 않은데...'

그리고 몇 발자국 더 내딛는데... 아뿔사! 종아리가 시립니다.

뭐에 홀렸는지 모르지만 레깅스(?) 위에 바지를 입지 않았습니다.

그냥 레깅스에 양말만 신고 외투를 걸친 것입니다.


"다향아, 아빠가 미쳤어, 미쳤어..."

손담비노래를 부르면서 얼른 집으로 뛰어가 바지를 껴입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집에서 몇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단지 안이었고,

허리께까지의 점퍼가 아니라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점퍼차림이었습니다.

정말 망신살이 뻗칠 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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