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반위에는 커다란 무가 있고, 냉장고에는 쇠고기가 있습니다.
쇠고기 옆에는 피망과 브로콜리, 청양고추, 당근, 두부도 있습니다.
정희씨가 사다논 찬거리를 보고 생각합니다. '뭘 만들라는 거지?'
전화로 쇠고기의 용도를 물었더니 무국을 만들거라고 합니다.
그래 "나 단식중인데..." 했더니 자신이 만들겠으니 놔두라고 합니다.
하지만 새해들어 인사이동이 있었고, 정희씨의 업무가 바뀌었습니다.
새로운 일을 익히려고 그러는지 바뀐 동장의 마인드인지 모르지만
평균 9시나 돼야 집으로 돌아옵니다.
도시에서처럼 출퇴근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걸어서 15분 거리인데도 그렇습니다.
아침 7시 30분에 집을 나섰다가 오후 9시의 귀가라니...
그래 무국을 끓이기고 합니다.
양지의 핏물을 제거하고 고기를 삶으면서 무를 썹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국을 보면서 다향이한테 부탁합니다.
"다향아, 국자로 거품 좀 거둬 줄래."
책을 읽던 다향이가 조르르 달려와서 일손을 거듭니다.
그런 다향이를 보면서 2/3나 남은 무를 고민합니다.
'무채를 만들까?'생각했다가 깍두기를 담그기로 합니다.
무채는 아삭아삭해야 제맛인데 그러기에는 양이 많습니다.
거품이 말끔하게 제거된 국 국물에 무를 넣고 깍둑썰기를 합니다.
숭덩숭덩 썰어나가는데 아뿔사 깍둑썰기된 무 두세 개가 뻘겋게
변합니다. '웬일이지?'하고 살펴보니 왼손 검지를 조금 베었습니다.
초보 살림꾼도 아닌데 무를 썰다가 손을 베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큰 상처는 아닙니다.
깍둑썰기를 마무리하고, 굵은소금을 뿌려서 절굽니다.
국 간장으로 무국에 간을 하고, 절여진 무를 채로 거릅니다.
파를 썰어넣고, 마늘을 으깨 넣습니다. 그리고 고춧가루를 넉넉히
넣어 쓱쓱 버무립니다.
드디어 무국과 깍두기가 다 담아졌습니다.
무국에 밥을 말아서 아삭아삭한 깍두기와 저녁식사할 정희씨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무국과 깍두기의 간을 본 다향이가 투덜거립니다.
"아빠. 아빠는 왜 내가 다이어트할 때 맛있는 걸 만들어?"
"......"






> 


최신
이전



















뽀샤시
무 음식은 저희 서방이 엄청 좋아라하는데요~
저도 무국이랑 무나물 좀 만들어야겠어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좋은 토양에서 잘 자란 무를 채썰어서
칼칼한 고춧가루에 비벼내면 정말 맛나는
중독성있는 무채가 되지요.
어느 반찬과는 잘 어울리는 훌륭한 무채!
은지맘
글을 정말 재미잇게 잘쓰시는것 같아요...
다이어트할때 맛난걸 참기란 너무 어렵네용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5년전의 단식과 생식요법으로 10kg을 감량하고
처음입니다.
그래도 한번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처음보다는
견딜만 합니다.
그래 나의 의지를 시험하기위해서라도 국을 끓이고,
김치를 담그로, 오이지르 무쳤습니다.
멸치랑 어묵볶음도 만들었는데 다양한 반찬을 만든 덕분에
함께 단식을 시작했던 11살 딸아이가 밧있는 식사를 합니다.
쏙이♡
ㅋㅋ 정말 곤욕이어요~ 다이어트 하는 여성에게
맛있는 반찬이 눈에 보이는건 ㅠㅠ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쏙이님.
전 살림하는 남자랍니다.
하긴 뭐 남자든 여자든 음식냄새는 치명적이지요. ㅋ-
꼬야
ㅋㅋ 꼭, 소설의 한편을 보는거 같아요..!!
매번 글을 읽을때마다 저도 모르게 서서히 빠져드네요..!!
제목을 보고 혹시나 햇는데, 역시나 깍두기 하시다 손을 배셔네요..!
흠;; 그래도 요리솜씨가 좋으신가봐요..!!
정희씨가 와이프인거죠? 와이프가 완성된 무국과 깍두기를 보면 무척 행복해 할거 같아요..!!
다이어트 빨리 끝나서 가족이 모여 오순도순 맛나게 식사하셧슴 좋겠네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고맙습니다 꼬야님.
정희씨는 제 각시가 맞고요.
무국을 밥말아서 깍두기를 먹으면서
"맛있다"고, 당신도 조금 먹으라고 유혹을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이틀 동안 굶은 게 아까워서
꾸욱 참았습니다.
저 잘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