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심은데 콩나지, 팥나냐?

글쓴이 누봉이

등록일 2010-01-16 08:53

조회수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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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앞머리가 덥수룩하게 자라 귀신같은 딸뇬을 미장원에 보내서 머리를 다듬고 오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30여분 후, 문자가 띠롱왔다

'옴마, 당분간 집에 못들어가. 나 찾지마'

이뇨니? 또 먼 짓을 저지른거야?

득달같이 전화를 해서 빨리 집구석에 안들어오면 다리몽댕이를 뽀사뿌리겠다고 다정하게 말했다.

평소 즤어미가 언행일치를 하는 걸 아는 딸뇬은 번개처럼 기어들어왔다

미장원에서 ... 머리를 다듬어 준게 아니라 감자처럼 깎아놓은게 아닌가?

' 머리 깎을동안 뭐했길래 이지경까지 놔뒀어?'

뇬은 벌써 아줌마스타일을 배워서 머리깎는동안 미장원 원장과 수다를 떠느라 어떻게 깎는지

주의를 소홀히 했다고 한다

머리 길동안 바깥출입을 절대로 못하니 심부름도 시키지말라는 딸뇬을 엉덩짝을 걷어차줄까하다가

사춘기소녀의 감성을 십분 이해하기로 하고, ' 귀엽네, 초딩같이..' 라고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건네주었다.

그리고나서 자세히 보니... 어디서 많이 본 저 얼굴....

딸뇬도 날 지그시 바라보더니 갑자기 제방에서 사진 하나를 들고 나왔다.


나 고딩때 사진이다....... 사진속의 내가 지금 딸뇬하고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게다가 통통한 저 볼살....... 쌍둥이같다.........헐.....


딸뇬과 뇬의 오빠와 그 둘의 부친은 세쌍둥이같이 생겼다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다못해 친구여동생에 대한 환상에 들떠 우리집으로 우르르 몰려왔던 아들 친구놈들이

뭐야~ 머리만 긴 겨레네 ~ 요따구로 지껄이고는 친구여동생에 대한 환상을 샥 접어버렸던 일화는

두고두고 내 딸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는데, 지금보니 내 딸이 그나이때의 나랑 똑같이 생긴게 아닌가?

이게 우째된 일이랴?????


아들놈이 내 딸을 놀릴때마다 '넌 참 남자답게 생겼어. 라고 하는 바람에 둘이 방바닥 꺼질정도로 치고받고 하는데, 어느틈에 내 딸이 나랑 똑같이 변신을 한거지?


유전자의 신비스러움이여.....


하긴 콩심은데 콩나지, 팥나것냐?

내 중얼거림에 울 딸뇬이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콩만 닮았으면 좋을걸, 몸매는 완전 고모들 콩이야....'


그리스 신전처럼 튼실한 두 다리... 떡벌어진 등짝... 맷방석으로 써도 손색이 없는 궁둥이...

얼굴은 제 아빠를 찍어놓은 아들넘이 몸매는 외가를 닮아 호리호리한데, 울 딸뇬은 얼굴은 날 닮아가면서도 몸매는 친가를 닮아버리고 말았다........오, 신이시여~~~~~~~~~~~~

확실히 콩심은데 콩이 나버리고 말았다....


2.

방학이라 집에 다니러온 아들놈이 하도 귀찮게 뭐해내라 뭐 먹고 싶다 칭칭거리길래

'야! 너네 엄마 찾아가! 너 애기때 다리밑에서 줏어왔거든? 니네 엄마 떡장사한다더라' 하고 밀쳐버렸다

그러자 아들 놈.. '그래? 왠떡이래? 아줌마 그동안 고마웠어, 안뇽~~' 요지랄.

쏘 쿨~~~~~~ 한 놈이다

'근데 우리 아빠는 누구야?'

'엿장사한다더라. 얼른 가라'

'얏호  떡도 먹고 엿도 먹고 신난다~' 요지랄.


어렸을때도 심심찮게 다리밑에서 줏어왔다고 놀렸지만 그나이에 다른 애들이 징징우는 것과는 달리

아들넘은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거울보는 것처럼 똑같이 닮은 애비가 있으니 에미의 거짓말이 먹혀들지 않았던 것이다.

콩심은데 콩나는건 당연한 이치거늘, 가끔 심하게 복제된 아이들 얼굴을 보면 유전자의 신비스러움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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