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먹고 싶은데...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0-01-14 11:18

조회수 1,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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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서귀포에서 나고자란 사람들도 '이런 눈'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눈이 내린 것까지는 괜찮은데 평소처럼 해가 떠도 녹지 않습니다.

눈이 쌓였다가도 해가 퍼지면 녹아없어지는 게 제주의 특성인데

이번엔 꽁꽁 얼어버렸습니다.

단지의 경사진 출입로도 얼어붙어서 자동차가 올라가지 못합니다.


저녁밥을 해놓고 기다리는 정희씨의 전화가 옵니다.

여덟시에 퇴근한다고 합니다.

그그저께는 회식을 한다고 자정이 다되어서 귀가했고,

그제는 9시 30분 경에 돌아왔습니다.

'많이 힘들 텐데...'생각하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습니다.

여덟시가 다 되어서 또 전화한 정희씨, 9시에 출발한답니다.

어둠이 깔린 창밖에선 우우웅, 바람소리가 으르렁거립니다.


양말을 신고, 두터운 외투를 입고, 털모자와 장갑으로 중무장한 채

집을 나섭니다.

이렇게 춥고 을씨년스러운 날, 홀로 돌아올 정희씨 생각에

마중을 나갑니다.

인도에는 눈이 수북하고 차로는 빙판길로 변해서 번들거립니다.

털모자를 쓰고 점퍼에 달린 모자까지 썼건만 흰눈이 눈안으로

몰려들어옵니다.

식당들은 일찌감치 셔터를 내리고 오가는 행인도 없습니다.

교차로에 섰던 차들이 출발하면서 빙그르르 미끄러집니다.


장갑낀 손이 시려워 주머니에 넣을까 하다가 그만둡니다.

미끄러져 넘어지면 낭패를 볼 것 같습니다.

주춤주춤 걸어서 중문동사무소에 도착했습니다.

불빛이 새나오는 버티칼사이로 보니 정희씨가 퇴근준비를 합니다.

인사이동이 있었다더니 동장의 자리에 있는 사내도 얘기를 나누는

아주머니도 낯선 얼굴입니다.

숨어서 놀래켜줄까 하다가 동행인이 있어서 그냥 기다립니다.

정희씨의 잠깐동안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눈보라치는 길을 둘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걷습니다.

"내일은 또 뭘 해먹지? 다향이가 매일 같은 것만 준다고 하던데..."

"그럼 마트에 갔다 갈까?" 그래 마트에 들렀습니다.

감자탕용 돼지등뼈와 양배추 반통, 고구마, 막걸리 두병을 삽니다.

고구마보다 감자가 먹고싶다 했더니 정희씨가 가격표를 가리킵니다.

감자 100g에 275원, 고구마 100g에 26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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