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장바구니.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0-01-12 08:04

조회수 1,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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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게 어려웠던 시절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페인트 통을 잘라 만든 물지게를 져야 했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어머니가 물지게로 물을 떠 날라야 하던 때가 있었지요.

내게는 여덟 살이 어린 막내동생이 있는데요.

그 아이로 인해 만삭이었던 어머니가 눈밭에서 나뒹구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남산만한 몸으로 물지게를 지고 오다가 발을 헛디딘 것이지요.


그때부터 어머니의 건강은 급속도로 나빠졌습니다.

몸이 아프니 약을 먹게 되고, 약을 먹음으로써 부어던 몸은 그대로 살이 되고.......

관절도 차츰차츰 나빠지고, 살이 찌니 고혈압이며 당뇨 증상까지 나타나고.

만신창이가 되어갔습니다.


옛 사람들은 그런 몸으로 시장엘 가더라도 몇 정거장씩 걸어다녔지요.

물론 어머니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 성치 않은 몸으로 시장까지 걸어다니셨지요.

가는 건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돌아오실 때였지요.

배추 몇 통을 머리에 이고, 손에는 이것저것 산 보퉁이까지 들려있곤 했으니까요.


그 모습이 보기에 참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버스비 아끼지 말고, 올 때만이라도 버스타고 오라해도

어머니의 대답은 늘 한결같습니다.


"뭐 하러 버스비를 쓰니? 그리고 짐이 이렇게 많으면 버스 운전사가 세워주지도 않아."


그래서 어머니가 시장에 갈 때면 함께 다니게 되었습니다.

구입하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받아들다가 돌아올 무렵이면 짐이 무거워서 낑낑대곤 했지요.

어머니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워 하면서도 뿌듯해 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장을 다 본 다음에 먹거리를 사주곤 하셨습니다.

고작해야 국화모양의 풀빵이나 순대가 전부였지만 어머니와 함께 먹던 그것은 바로 정이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내게 장바구니가 익숙해진 건 순전히 어머니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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