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생모는 다른가?

글쓴이 디토

등록일 2010-01-09 16:19

조회수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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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처음으로 해민이 입에서 '나 엄마 배 속에서 나왔어?'하는 말을 들었다.


TV만화영화로 태아의 모습을 같이 보며


 '해민이도 아기때 저렇게 엄마 배 속에 있었어' 하고 말해준 뒤였다.


밤에 자려고 할 때 갑자기 해민이가 이 질문을 하길래


'응, 해민이는 다른 엄마 배 속에서 나왔는데


그 엄마가 키울 수 없어서 지금 해민이 엄마가 키우게 된거야'


하고 더 말을 하려 하자 해민이는 무관심하게


다른 화제로 말을 돌렸다.




이제 시작이구나...


입양선배들의 경험담을 많이 들었어도 막상 내게 닥쳐야 실감이 나는구나 싶었다.


지금 시기의 아이는 서서히 입양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이해가 가지 않지만 퍼즐 조각 처럼 조금씩 입력될 것이다.


그러다 학령기가 되면서 그 퍼즐 조각들이 서서히 맞춰질 것이고


아이와 나는 생부모 상실의 애도 시기와


지금의 만남을 감사하는 시기를 같이 겪어 가겠지.


그 시간이 생각했던 것보다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겠다.




내 생각을 좀더 깊이 들여다 보면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입양에 대한 편견들이


그대로 녹아 있음이 보인다.


해민이 생모에 대해서도 몇가지 단편적인 정보만 갖고


머리속에서 온갖 이상화를 겪으며


그래 내 아이의 생모는 달라, 특별한 경우야..하고 생각하기도 하고


생모가 내 딸이 되고도 남을 어린 나이라


그를 입양해도 마땅할 만큼 내가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


온갖 감상적인 생각에 애틋해 하다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내 마음가짐이 해민이에게 그대로 전달될 텐데


감상적인 것, 이상화를 하는 것 모두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선배 입양부모들은 어떻게 했을까?




생부모와 완전히 터놓고 지내는 개방입양에 대한 꿈도 있다.


언젠가 TV에서 본 외국의 사례가 선명히 기억에 남아 있는데


입양아의 집 뜰에서 입양부모와 생모가 함께 아이와 놀아주는 장면이었다.


보육원에선 생부모와 사이에 있을 수 있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


서로 정보 주는 일에 최대한 신중하다.


여러 변수들을 모르지 않지만 복잡한 생각들 다 접어버리고


언젠가 해민이와 생모를 함께 만나


가족처럼 지낼 수 없을까 하는 꿈을 꾼다.




한편으로 '내 아이의 생모는 달라' 하는 생각의 이면에 또아리 틀고 있는


왜곡된 시선을 스스로 분석해 봐야 한다.


나의 불완전한 생각들에 동생이 매서운 비판을 했다.


'언니, 미혼모들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해민이 생모만 특별한 게 아니야.


준비된 사람,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만 아이를 낳아야 하나?


가난한 사람, 장애인은 아이 낳을 자격이 없나?


결혼한 사람들의 사랑과 섹스만 인정해야 하나?


언니,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읽어봐.


우리 사회가 어린 세대에게 얼마나 잔인한지를..'




차분하게 앉아서 얘기한 게 아니라서(설겆이 하며 왔다갔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지만


분명 어설픈 내 생각들에 공부가 필요함을 알린 것이다.




점점 총명한 눈빛을 더해가는 해민이 앞에서


미숙한 엄마로 더듬더듬 길을 가는 내 모습을 본다.


그러나 두려움 없이 이 길을 가야지...


내 옆에 있는 입양가족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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