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로드'를 보고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10-01-08 09:45

조회수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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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다향이랑 영화관에 다녀왔습니다. 다향이가 '앨빈과 슈퍼밴드2'를 같이 보자고 합니다.

1편을 재미있게 보았고, 2편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으니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었고, 상영시간 또한 같습니다.

그래 다향이를 8관(앨빈과 슈퍼밴드2)에 앉혀주고, 난 7관(더 로드)으로 들어갔습니다.


지구멸망 뒤에 살아남은 극소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 아버지와 아들 - 의 여정이

눈물겹게 그려집니다. 먹을 게 없어서 인육을 먹기위한 인간사냥꾼들이 넘쳐나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어서 서로가 서로를 경게하며 공포에 떱니다.

배고픔과 추위에만 떠는 게 아니라 언제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는 공포...


'더 로드'를 보면서 옛일이 떠오릅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심성을 가졌음에도 난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인류의 앞날이 희망적이기는 커녕 너무나 비극적이로 끝날 것 같다는 예측때문이었습니다.

이런 내 의지와는 달리 아내는 간절히 2세를 원했고, 결국 그렇게 되었습니다.

영화 2012를 아이와 함께 보면서 끔찍했고, 영화관을 나서던 아이가 말했습니다.

"아빠, 난 지구의 멸망을 보고싶지 않으니까 그 전에 자살할래."

"......"       10분 쯤 뒤엔 이런 말도 했습니다.

"아빠, 난 지구의 멸망도 보고싶지 않고 자살할 용기도 없는데 어떻게 하지?"


그런데 '더 로드'는 2012보다 훨씬 더 사실적이고, 그래서 더 끔찍합니다.

다향이랑 같은 영화를 보지않은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다시 '더 로드'로 돌아가면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빠가 아이에게 묻습니다.

"불꽃을 가지고 있니?"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면서 묻고, 아이는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긴 여정으로 아빠는 병이 들고, 점점 죽어갑니다.

부자의 물건을 강탈한 남자를 발가벗겨 죽음으로 내몰면서 아빠가 외칩니다.

"너도 이젠 더 혼자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된다."고 합니다.


혼자 살아가는 법이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선 남을 해칠 수 있어야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것과 불씨라!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뇌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 볼 영화로는 '아바타'같은 게 최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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