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24일 아침. 그러니까 크리스마스이브를 앞둔 아침의 일이다. TV 화면 속에서 요란하게 반짝거리며 흘러가는 거리를 가리키며 며느님이 묻는다.
“어머니. 저기가 어디예요? 참 멋있어요.”
“시청 앞.”
대답은 간단했으나 마음은 복잡하다. 그녀는 우리 집에 시집을 오기 전에, 서울 나들이를 별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기 때문이다. 몸이 가벼우면 오늘쯤은 가 볼만 할 터인데…….
잠시 동안을 띄우고 며느리가 다시 묻는다.
“어머님은 가 보셨어요?”
“연례행사(年例行事)니까.”
나는 이미 가 보았다는 대답이다.
“올해에도 가실 거예요?”
그녀의 물음엔, 시어미가 나서면 따라 붙고 싶다는 뉴앙스가 담겨있다.
“추워서 생각 없다. 너는 가보고 싶으면 오빠하고 가거라. 옷만 따뜻하게 차려입고. 그런데 오늘 저녁에 나가면 아마, 가만히 서 있어도 사람 물결에 이렇게 걷게 될 걸?!”
내가 두 손을 가슴에 붙이고 오리걸음을 지어 보이자 며느리가 씽긋 웃는다. 그런데 내 말에도 또 다른 뉴앙스가 묻어 있다는 것을, 대답을 한 뒤에서야 알았다. 며느리는 아마, ‘그래서. 가라는 것이여 말라는 것이여.’했겠지? 사후처리를 하느라고 딸아이에게 말했다.
“네 올케가 시청 앞 야경을 보고 싶은가 본데, 오늘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겠지?”
딸아이가 말한다.
“좀 이른 저녁에 나가면 야경은 볼 수 있을 걸요. 그러구 나서 좀 일찍 빠져나오면 되는데……. 오빠 회사도 그쪽이니까 퇴근시간 맞춰서 나가면 될 텐데…….”
옳거니. 딴은 그렇기도 하겠다 싶어서 며느리의 방을 똑똑 노크했다.
“오빠한테 전화해라. 퇴근시간 맞춰서 나간다고 해 봐라. 저녁은 내가 할 게 걱정 말고.”
“오빠가 사람 많다고 안 간데요.”한다. 벌써 전화를 해 본 모양이다. 녀석!! 어찌 그리 멋도 없이……. 상경 후 첫 크리스마스가 아닌가. 아니, 결혼 후 첫 크리스마스이브인데. 그래도 며느리는 내 아들의 말에 수긍을 하는 모양이다. 내 앞이라서 그런가?
딸아이의 생각도 내 생각과 이하동문(以下同文)이다. 제 오라비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적지 아니 구시렁댄다.
“엄마. 내가 잠깐 데리고 나갔다 올까요?”한다.
“아서라.”
마음잡고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 며느리의 심사를 다시 다치게 할까 싶어서다. 아니면 이러쿵저러쿵하다가 내외에게 말다툼이라도 생길까 걱정이 되기도 해서다.
저녁에 퇴근 해 온 아들에게 한 소리한다.
“좀 데리고 나가지…….”라고. 별로 먹히지는 않은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아들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그게 뭐 그리 보고 싶을까.”
썩 내키지는 않지만 저녁엔 제 댁을 데리고 나가겠다는 뜻이겠다. 녀석! 기분 좋게 데리고 나간다 하드라도 누가 뭐래남? 마지못해 나간다는 티를 내는 녀석이, 혹 내 눈치를 보는가 싶어 측은하다. 며느리는 아침 설거지를 끝내고는 머리를 감아 말리며 수선을 떠는 것 같다. 왜 안 그러겠어. 길지는 않지만 생전에 처음인 것을.
점심을 먹고 바로 나가도 좋으련만 컴 앞에 앉은 아들이 서두르지를 않는다. 내가 다 속이 탄다. 며느리는 그래도 어서 서두르라고 조르지를 않는 모양이다. 서재와 제 방을 오가며 눈치만 살핀다. 공연히 건드려서 기분을 잡칠라 싶은가? 그래서 힘들게 얻어낸 저녁 데이트를 망칠라 싶은 겨? 에구~. 여려 빠지기는! 쯔쯔쯔. 가끔은 대차게 굴어서 내 맘에도 안 드는 아들 녀석의 나쁜 버릇을 좀 잡아 주어도 좋으련만…….
늦은 밤. 귀가하는 며느리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다녀왔습니다.”
“좋았어?”
“예. 멋져요 어머니. 감사합니다.”
“내가 뭘?!”
시어미가 저녁밥을 맡아줘서? 아님 데이트를 서둘러줘서? 아무 쪽이라도 좋다. 이제 아기가 태어나면 그도 힘들 터이니. 그나저나 나는 ‘손도 안 대고 코를 푼 격’이로구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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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샤시
만석님~~
멋지십니다^^*
며느님이 복이 많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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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수정 삭제
만석
사랑님.
상업성 댓글은 사양합니다ㅜㅜ.
황혜영
울 시어머니도 이랬음....
당최 분위기도 없으시고, 눈치도 없으시니. 원~
답글
만석
황혜영님.
안녕하세요.
시어머님께서 연세가 높으신가 보네요.
아님 다른 장점이 있으실 겝니다.
찾아보시고 좋게 생각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지환엄마
으이구~ 속이 디집어 지네요..우리 신랑도 함 나갈려면 엉덩이 무서워서리..ㅋㅋㅋㅋ
남정내들은 당채 왜 그런지 ㅋㅋ
참으로 착한 며느님이심다 ~^^
답글
만석
지환엄마님.
그렇죠?
내가 다 속이 터지더라구요.
그래요.
제 며느리가 그리 착할 수가 없어요.
매사에 아주 착해요.
댓글 감사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웃에선 제 복이라고들 하지요.
수선화..
ㅋㅋㅋ 이래서 같이 산다는것 ......
좀 애매할적도 있다는 냄새가 물씬 풍기네요....
그래도 같이 있기에 배우는것도 많을 겁니다.....
오손 도손 사시는 모습.....이보이네요...
답글
만석
수선화님아.
아들과 며느리가 그리도 이쁘게 살 수가 없다네.
정말로 천생연분이야.
아들이 데리고 나가면서도 밥 때문에 눈치를 보는 거 같았어.
어른 모시고 산다는 게 그래서 힘들겠지?
새해에는 더 건강하고 행복하기요.
답글 고마워^^
목련꽃
어른노릇하기 쉽지 않지만
며느님과 따뜻한 대화로 좋은사이 유지 하시는것 같아
보기좋은 고부사이인것 같네요
더욱 사랑 하시고 행복 하세요
답글
만석
목련님아.
맞어.
어른노릇 힘들지.
그래도 젊은 사람들은 어른 모시기가 더 힘들다 하겠지.
글 읽어 줘서 고마워.
댓글도 고맙고.
새해에는 더 건강하고 행복하기요^^
제비꽃
며느님 배려하시는 시어머니 모습이 참 좋으네여
이제 아가도 생기고 세월이 좀 지나면
아내가 호랑이가 된다는 노래도 있잖아여 ^^
요즘 젊은사람들이 더 지혜롭기도 하니까여
시어머니는 건강만 챙기시면 될거에여 ~`
답글
만석
며느리가 아주 이름 있는 양반댁 규수였다네.
서울에 올라와도 하루 밤을 잘 수가 없었다 하더군.
집안이 엄해서 말일세.
잔정이 많은 아이라서 나도 정이 간다네.
새해에 더 건강하고 행복하시라요^^
라일락
손지 낳고 난뒤에도 자주 배려해주세요~
시어머님 사랑 며늘이 넘 좋아할것 같네요~
답글
만석
그래요. 라일락님.
내가 모자랄 땐 자주 조언 주구려.
영원히 지금처럼만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야.
새해에는 하는 사업이 더 잘 되고.
그래서 더 부~~~~~자 되시게^^
쿨한여자
서울 사람들은 자주 보는 광경이지만..
결혼후 처음맞는 야경모습은..
저 같은 사람에게도 들뜨게 만들것 같아요..
그래도 시어머니가 챙겨주시공..
너무 멋진데요...
늘 건강하세요..
답글
만석
쿨한여자님.
닉네임이 맘에 들어요 ㅎ~.
작은 것에 감동하는 아이지요.
사진 속에 활짝 웃고 섰는 며느리를 보며,
참 잘했다 싶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