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글쓴이 만석

등록일 2010-01-05 17:50

조회수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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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24일 아침. 그러니까 크리스마스이브를 앞둔 아침의 일이다. TV 화면 속에서 요란하게 반짝거리며 흘러가는 거리를 가리키며 며느님이 묻는다.

  “어머니. 저기가 어디예요? 참 멋있어요.”

  “시청 앞.”

  대답은 간단했으나 마음은 복잡하다. 그녀는 우리 집에 시집을 오기 전에, 서울 나들이를 별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기 때문이다. 몸이 가벼우면 오늘쯤은 가 볼만 할 터인데…….


  잠시 동안을 띄우고 며느리가 다시 묻는다.

  “어머님은 가 보셨어요?”
  “연례행사(年例行事)니까.”

  나는 이미 가 보았다는 대답이다.

  “올해에도 가실 거예요?”
  그녀의 물음엔, 시어미가 나서면 따라 붙고 싶다는 뉴앙스가 담겨있다.


  “추워서 생각 없다. 너는 가보고 싶으면 오빠하고 가거라. 옷만 따뜻하게 차려입고. 그런데 오늘 저녁에 나가면 아마, 가만히 서 있어도 사람 물결에 이렇게 걷게 될 걸?!”

  내가 두 손을 가슴에 붙이고 오리걸음을 지어 보이자 며느리가 씽긋 웃는다. 그런데 내 말에도 또 다른 뉴앙스가 묻어 있다는 것을, 대답을 한 뒤에서야 알았다. 며느리는 아마, ‘그래서. 가라는 것이여 말라는 것이여.’했겠지? 사후처리를 하느라고 딸아이에게 말했다.

  “네 올케가 시청 앞 야경을 보고 싶은가 본데, 오늘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겠지?”


  딸아이가 말한다.

  “좀 이른 저녁에 나가면 야경은 볼 수 있을 걸요. 그러구 나서 좀 일찍 빠져나오면 되는데……. 오빠 회사도 그쪽이니까 퇴근시간 맞춰서 나가면 될 텐데…….”

  옳거니. 딴은 그렇기도 하겠다 싶어서 며느리의 방을 똑똑 노크했다.

  “오빠한테 전화해라. 퇴근시간 맞춰서 나간다고 해 봐라. 저녁은 내가 할 게 걱정 말고.”

  “오빠가 사람 많다고 안 간데요.”한다. 벌써 전화를 해 본 모양이다. 녀석!! 어찌 그리 멋도 없이……. 상경 후 첫 크리스마스가 아닌가. 아니, 결혼 후 첫 크리스마스이브인데. 그래도 며느리는 내 아들의 말에 수긍을 하는 모양이다. 내 앞이라서 그런가?


  딸아이의 생각도 내 생각과 이하동문(以下同文)이다. 제 오라비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적지 아니 구시렁댄다.

  “엄마. 내가 잠깐 데리고 나갔다 올까요?”한다.

  “아서라.”

  마음잡고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 며느리의 심사를 다시 다치게 할까 싶어서다. 아니면 이러쿵저러쿵하다가 내외에게 말다툼이라도 생길까 걱정이 되기도 해서다.

  저녁에 퇴근 해 온 아들에게 한 소리한다.

  “좀 데리고 나가지…….”라고. 별로 먹히지는 않은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아들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그게 뭐 그리 보고 싶을까.”

  썩 내키지는 않지만 저녁엔 제 댁을 데리고 나가겠다는 뜻이겠다. 녀석! 기분 좋게 데리고 나간다 하드라도 누가 뭐래남? 마지못해 나간다는 티를 내는 녀석이, 혹 내 눈치를 보는가 싶어 측은하다. 며느리는 아침 설거지를 끝내고는 머리를 감아 말리며 수선을 떠는 것 같다. 왜 안 그러겠어. 길지는 않지만 생전에 처음인 것을.


  점심을 먹고 바로 나가도 좋으련만 컴 앞에 앉은 아들이 서두르지를 않는다. 내가 다 속이 탄다. 며느리는 그래도 어서 서두르라고 조르지를 않는 모양이다. 서재와 제 방을 오가며 눈치만 살핀다. 공연히 건드려서 기분을 잡칠라 싶은가? 그래서 힘들게 얻어낸 저녁 데이트를 망칠라 싶은 겨? 에구~. 여려 빠지기는! 쯔쯔쯔. 가끔은 대차게 굴어서 내 맘에도 안 드는 아들 녀석의 나쁜 버릇을 좀 잡아 주어도 좋으련만…….


  늦은 밤. 귀가하는 며느리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다녀왔습니다.”

  “좋았어?”

  “예. 멋져요 어머니. 감사합니다.”

  “내가 뭘?!”

  시어미가 저녁밥을 맡아줘서? 아님 데이트를 서둘러줘서? 아무 쪽이라도 좋다. 이제 아기가 태어나면 그도 힘들 터이니. 그나저나 나는 ‘손도 안 대고 코를 푼 격’이로구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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