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사랑했는데.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09-12-28 11:37

조회수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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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을 어디로 가지?' 젊은날에 한번쯤 하는 고민입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누구에게도 침해받지 않는 둘만의

조용한 공간이지요.

맹모삼천지교라는 말도 있지만 아이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엄마아빠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지내는 모습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꽤 오랫동안 많이 부족했습니다.

사사건건 부딪쳤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그때마다 다향이는 안절부절했고, 얘기를 전하는 중간자가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난 왜 이렇게 불행하지?'

'잠시만 떨어져 있어도 보고싶은데 왜 얼굴만 보면 다툼이 생길까?'

'함께해서 행복하지 않다면 갈라서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면서 행복했던 날들을 돌이켜보았습니다.

노래라고는 민중가요밖에 모르던 내게 유행가가 들리게 해준 사람.

첫키스의 감동으로 밤새도록 걷게 만든 사람.

경기도 의왕시의 단칸방에서도 행복한 꿈을 꾸게 만든 사람.

함께 일하면서 툭하면 강원도로 놀러다닌 사람.

과천에서 늘 산책하며 문화에 취해서 살았던 시절.

과천의 재개발로 박탈감을 겪었지만 그에 못지 않았던 분당생활.

제주교래리에서 출퇴근을 함께 하면서 연인처럼 지낸 시간.

아! 이렇게 행복했던 날들이 많았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된 것일까?


아주 오랫동안 불행하기만 했던 것 같은데 차근차근 정리하다 보니

사랑하고 행복했던 날이 훨씬 더 많습니다.

부부간에 분란이 생기기 시작한 건 서귀포시로 오면서부터입니다.

정희씨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업무와 그것으로 인한 스트레스,

그 스트레스가 내게 고스란히 투사되고, 그 횟수가 잦아지고 반복되면서

끊임없는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 '사람이 더 중하니까 그렇게 힘들면 회사를 그만두라'는 말이 나왔고,

'그러면 무얼 먹고 사냐?'는 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꼬박 10년 동안 살림을 했으니 3년만 뒷바라지를 해달라고,

그동안에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겠'으니 역할을 바꾸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미덥지 못했는지 회사를 그만두지 않아고, 갈등은 계속 되었습니다.


문제의 원인이 드러나니까 해결의 방향 또한 가닥이 잡히는 것 같습니다.

1. 일단 서귀포(제주도)를 벗어날까?

아니면 그래도 기회가 있는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해 돈이라도 벌 것인가?

2. 정희씨의 근무지를 변산으로 옮겨서 회사에 다니고 하고,

나랑 다향이는 공동체에서 지내면(일하고, 학교에 다니면) 어떨까?

3.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시골이 싫으면 정희씨는 친정 근처로 옮기고,

나랑 다향이만 변산공동체로 들어가서 주말부부로 살아갈까?

4. 다 그만두고 정희씨인 로망인 과천이나 분당으로 돌아갈까?

다향이는 2번을 골랐고, 정희씨는 아직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의견이 모아지면 거처를 또 옮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외부의 문제를 극복하고 다시 오랫동안 사랑하며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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