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늦둥이 개 녀석 이야기 ..

글쓴이 천선아

등록일 2009-12-15 00:57

조회수 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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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어떤 분께서 "미즈 사이트라면 애견 채널 같은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게 없더군요."라고 하셔서 언젠가 미즈 담당자 중의 한 친구가 애견채널을 만들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모두 시큰둥하게 반응해서 멋쩍어 하던 풍경이 생각났습니다.


우리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한 지, 두어달만 있으면 일년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개 녀석이 똥 오줌을 가리질 못해서 ... 온 집안에 개 냄새가 .. 정확하게는 개 오줌 똥 냄새가 배어 있고, 이 추운겨울 문을 열어 놓고 환풍을 시켜도 잘 가시질 않는데 녀석은 꼭 안방과 아들 녀석 방을 자기 화장실로 쓰는 바람에 죽을 지경입니다.


어릴 때, 강아지를 키워본 분이라면 한두번 느껴본 적이 있으시겠지만 키울 때보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죽음 때문에 헤어져야 하는 그 순간이 싫었던 기억도 있고, 암튼 저는 개인적으로는 자식도 잘 키우지 못하는 게으름으로도 그렇고 사람도 잘 먹고 살기 어려운 세상에 개를 너무 귀하게 키우고 거두는 일 같은 건 제 인생에 절대 없을 줄 알았습니다. 정말로 그랬답니다.


화장실에서 미혼인 여직원이 우리집 아기가 어쩌고 저쩌고 해서 저 말이 몬 말인고 했더니 강아지 이야기라고 해서 기 막혀 했던 게 ...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난 겨울 즈음에 다 큰 아들녀석이 엄청 졸라대서 결국 친정어머니가 한마리 얻어준 개가 고속도로를 타고 ... 서울로 상경, 우리집에 기거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엔 털을 모두 밀어서 ... 까까머리여서 볼품없었고, 그 털이 길기 시작해서 북실북실해졌을 때는 개 털을 한 번도 빗어준 적이 없어서 .. 털이 떡이 되도록 엉켜 돈 주고 털을 다시 밀었습니다. 제가 미용실에서 쓰는 돈보다 더 들었습니다. 아이들 병원비보다 강아지가 매월 맞아야 하는 주사 비용이 더 들고, 식비에 간식비까지. 온갖 비용이 들어가는데 신기한 건 이 상황에 대처하는 우리 가족입니다.


모든 것을 책으로 해결하는 딸 애는 강아지를 위해서 애견 키우기 책을 구입해서 열독했고, 궁금한 것 무엇이든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아들은 네이버 지식인을 통해 Dog doctor가 되었습니다.(그래서 아들도 맘 먹고 공부하면 성적이 오를 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동시에 갖기 시작했다는...ㅜ.ㅜ)


마트에서 쇼핑카트에 주섬 주섬 이거저거 올려 놓으면, 뒤에서 그걸 다시 제자리에 내려놓는 옆지기도 이젠 개 녀석에게 쓰는 돈을 그다지 아깝게 생각지 않은 듯 합니다.


저녁 식사 뒤에는 옆지기 품 안에 앉아서 꾸벅 꾸벅 졸고 있고 개 녀석을 보면 우리집 늦둥이가 따로 없습니다. 옆지기가 놀라운 건 개녀석의 목욕을 절대 귀찮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본인이 항상 안고서 부벼대니 냄새나면 힘든 이유도 있겠지만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저도 엄청 변했습니다. 길거리에서 개 안고 지나가는 분들 보면 ... 그리 우호적이지 않던 제 눈빛은 이제 애 키우는 엄마가 다른 애들한테도 사랑스런 눈길을 보내듯이, 그 강아지가 예뻐보이고 그 강아지가 입고 있는 옷을 유심히 보기도 하고, 급기야 녀석을 혼자 집에 두는 것이 미안해서 외출할 때면 꼭 동반 외출을 시도하다가 아이들에게 구박을 받거나 ... 가장 심했던 적은 강아지를 처음 데려왔을 때 코트 속에 강아지를 몰래 숨겨서 식당까지 데려갔다가 주변의 심한 눈총을 받는 파렴치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다소 심하게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렇게 되더라구요. ㅠ.ㅠ


똥 오줌은 ..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딸 아이가 맡아서 치우는데, 어느날은 왜 개 녀석의 똥 오줌을 자기 혼자 치워야 하느냐는 우리에겐 다소 불편한 질문을 했지만 묵묵부답, 누구 하나 대답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넘어가서 지금도 그녀 혼자서 똥오줌을 모두 치웁니다. 개 오줌은 다소 독한 모양입니다. 딸이 없는 시간, 마룻바닥에 녀석이 소변을 보면 모두 모른 체 두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 마루바닥 나무결이 모두 일어서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그 자리엔 항상 신문이 깔려 있답니다. (엄청 게으른 가족입니다.)


집이 좁습니다. 결코 넓은 집이 아닌데, 그 거실 한켠을 차지하고 가끔은 코까지 골며 배를 내보이며  뒤집어 져서 자고 있는 녀석을 보면 정말 웃음이 픽 나옵니다. 그려 니 팔자 상팔자다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살아 있는 것의 따듯함, 돌봐야 하는 것에 대한 마음을 쓰다보니 우리 가족들도 서로의 온기와 관심을 되찾은 듯 싶고. 이 녀석에게 고맙습니다.



이 녀석, 이름... 처음 우리집에 데려올 때 ... 이미 붙여진 이름이 있어서 그 이름을 계속 불러 주었는데 그때 바꿀 걸 좀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름이 뭐냐구요? 흠...그러게요.


우리 가족은 밖에 나가면 절대 녀석의 이름을 부르지 않습니다.


가끔 아무 생각없이 녀석의 이름을 부르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거든요.


누구에게나 주목 받는 녀석의 이름은 "로또"랍니다.


절대! 절대로!! 우리 가족이 지은 이름이 아니어요. 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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