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미친 늑대 한 마리

글쓴이 디토

등록일 2009-12-11 22:30

조회수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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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가족 모임을 하면서 건강가정 지원센터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거의 무료로 부모 상담, 아이 놀이치료를 하고 있어서 둘 다 신청을 했는데


큰 도움을 받고 상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민이와 사별 후 우리 집에 직접 찾아와 아무 대가 없이 상담해 주신


호스피스 전문가 선생님으로부터 정신적 응급 치료를 받았다면


그 이후 동생이 등록해준 서강대 상담소에서 중환자 치료를,


지금 건강가정 지원센터에서는 심리 재활치료를 받는다는 생각이다.




해민이를 잘 키우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 마음 속의 분노와 슬픔을 잠재우고자 이번 상담을 시작했다.


선생님 말씀,


'상담을 한마디로 말하면 부정적인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보게 하는 것'이란다.




민이에 대한 생각,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 해민이에 대한 생각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도록 적절한 질문을 던져 주셨다.


민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해서 망설이다 시작하니


오직 할 말은,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 죄책감의 본질을 샅샅이 들춰보기 시작했다.




해민이가 무엇을 흘리거나 더럽혔을 때


비정상적으로 내가 느끼는 분노에 대해서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그 원인을 조금씩 파악하고 있다.


요즘 해민이의 어휘 중 '귀찮아' '대충 해' 이런 말이 거슬렸는데


24시간 해민이에게 올인하며 놀이치료, 요리 미술놀이 등에 몰두하고


내 시간이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바로 내가 아이에게 이런 말들을 수시로 하고 있었다.




신경이 곤두선 날은 별 일 아닌데도 아이를 다그치고


히스테릭하게 소리친다.


그럴 때 어머니가 '왜 그러냐. 화 낼 일도 아닌데 왜 아이한테 그래!'하고


나무란다.


내 속에선 들끓는 말이 올라온다.


'엄마, 나 어릴 때 엄마가 내게 얼마나 화를 많이 내셨는지 아세요?


아주 어릴 때도 숨막혔지만


우리 서울에서 공부시킨다고 아버지는 지방에 계시고


두집 살림하며 엄마가 힘들었을 때


사춘기인 내게 엄마가 얼마나 히스테릭하게 화풀이했는지 기억 안 나시죠?'


속으로 이런 말들이 올라오는 걸 꾹 누른다.


온힘을 다해 키워준 부모에게 내 나이가 몇인데 이제사 투정을 하랴?




어제 놀이치료 선생님의 말이 가슴을 울렸다.


해민이와 같은 분리불안은 입양 과정에서 올 수도 있지만


엄마가 병이 나거나 우울하거나 해서 아이에게 불안을 주는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가 충분히 기댈 수 있는 강한 존재가 아니어서 오는 불안!


해민이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겉으로는 강해 보일 수도, 여유있어 보일 수도, 차분해 보일 수도 있는 내가


어느 순간 통제할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히면


이건 내가 나 자신이 아니라 우리에서 풀려나온 광분한 늑대 한마리가 된다.


그 미친 늑대는 아이에게 왈왈 거리고 입에 거품을 물며


날카로운 앞발을 들어 아이를 위협한다.


아..그토록 안전하게 지키고 싶은 내 아이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바로 내 속에 있었다니!




지금 내가 아이를 향해 짓는 표정들이 모이고 모여


미래의 아이 얼굴이 된다는 말이 있다.


참으로 두려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저토록 찬란하게 아름다운 내 아이의 얼굴에


어떤 표정을 새기고 있었단 말인가.


사무치게 해민이에게 미안하다.




내 부모님이 자식들을 위해 젊음을 바쳐


물질적으로는 유복하게 키워 주셨으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이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셨던 것,


방어기제로 수동공격을 택해 스스로의 생명을 갉아먹었던 나 자신,


시모와 갈등으로 끝없이 우울했던 결혼 생활,


어린 딸의 죽음과 뒤이은 이혼...


써놓고 보면 이런 소설도 없다.


인간이 진화하는 존재라면 이 슬픔의 사슬을 끊고


내 아이에게는 다른 미래를 선사할 의무와 권리가 내 손 안에 있다.




상담 선생님은 명민하게 구조 도구를 선택하여


물에 빠진 내게 가장 맞는 것으로 던져 주었다.


'하느님은 우리를 보고 기쁨에 겨워 어찌할 바를 모르신다'


내가 가톨릭 신자임을 알고 성경의 한 부분을 인용하여 전해줄 때


가슴 깊이 눈물이 흘렀다.


나 따위를, 하느님이 그토록 깊이 사랑하신다고?




어린 시절부터 한번도 진정한 자존감을 가져보지 못한 이에게


무미건조했던 성경의 한 구절은 상담 선생님의 체험을 통해


피와 살이 흐르는 생명력을 갖추고 가슴에 흘러들었다.




분노와 슬픔의 원인 파악이 된 후엔 어쩐다?


과거의 나에게 돌아가 충분히 애도하고


그 시절의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는 것,


그게 출발점이라고 한다.




<분리 불안을 겪는 아이와


성인 아이 증세를 가진 엄마가


상실에 대한 충분한 애도를 통해


행복한 삶으로 거듭 나기?>


오오..이런 거창한 제목으로 공부를 시작하면 어떨지.


심리학의 깊이 있는 이론은 내가 알 수 없지만


생활 속에서 체험 위주로


'상실과 애도'에 초점을 맞추어 정신 건강에 대해


공부하여  나누면 어떨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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