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향이의 피아노레슨시간은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
물론 이것은 고정된 시간이 아니다.
방학 때는 선생님의 스케줄에 따라 또 바뀌곤 하니까.
어제(목)는 선생님께 부탁드려서 레슨시간을 오전 10시로 바꿨다.
오후 2시,
제주대 아라뮤즈홀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헤비메탈그룹인 시나위의 노래 '크게 라디오를 켜고'를 들었을 때와
다름없는 충격과 신선함.
젊은 친구들이 그런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또 젊은 층이 그런 음악을 듣고 열광한다는 사실이 가슴설레게 했다.
그러면서 느꼈던 것, '대중문화계에서 음악도 돈 되는 상품으로만 여기고,
쉽게 돈이 되는 것과 유포시켜서 그렇지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다양한 거리를 찾는구나. 아! 정말 다행이다.'라는 감정이었다.
공연시간은 오후 2시. 입장권은 오후 1시부터 나눠준단다.
그래 혹시 늦어서 낭패를 보지 않을까 싶어서 11시에 출발했다.
(홍대앞 클럽에서 보면 더 좋게지만 늘 다향이랑 다녀야하는 관계로
쉬운 일이 아니니까.)
아라뮤즈홀 앞에 도착한 게 12시. 그때부터 줄을 섰다.
구내식당에서 짜장면도 사먹고...
나오자 마자 "하나, 둘 , 셋, 넷"하고는 노래하는 장기하.
노랫말만큼이나 무미건조한 얼굴표정으로 노래를 한다.
그렇게 두어 곡 부르더니만 슬슬 발동을 건다.
간단한 퍼포먼스를 연출하더니만 미미씨스터도 나오고...
공연장 안은 점점 열광의 도가니로 치닫는다.
다향이랑, 헤준이도 덩달아 일어나서 박수를 치면서 환호한다.
일찍 줄을 섰던 탓에 맨 앞줄에 앉았고, 장기하랑 악수도 한 아이들.
물론 나도 했다.
열정적인 무대 뒤의 이야기 자리.
공연에 비하면 내용도 없고, 시간낭비로만 여겨지는 질의와 응답.
일류대학 사회학과를 나왔다는 장기하.
하지만 태생부터 귀족처럼 자란 장기하.
그래서 그는 세상을 '별일 없이 살 수 있는' 특권이 있는지도 모른다.
'느리게, 느리게' 살 수 있는 자유 또한 보장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람즈홀을 가득 채운 학생들은...
88만원짜리 비정규직노동자가 되거나 실업자가 될 텐데.
아버지가 귤밭이라도 많이 가진 아이들이나
엄마가 안정된 식당이라도 갖고 있는 아이들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다인가?
그런 문제에 대해서 동시대인으로서 고 김광석이나 안치환처럼
세대의 아픔을 담아내고, 저항하는 노래를 만들 생각이 없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아파트'와 '남행열차'로 들뜬 노래방에서 '아침이슬'을 부르는 것만 같아서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나, 386이 아닌 학생들 누군가가 얘기해주길 바라며
끝까지 지루한 시간을 참아냈건만 결국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제주대를 나서서 달리(달빛 아래 책 읽는 소리)도서관으로 향한다.
뜻있는 분이 무료로 공간을 내주고, 뜻밪는 여자 몇이서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책을 기부받고, 방을 몇 개 만들어서 자유롭게 책을 읽고,
사전예약하면 방 하나를 빌려서 토론회나 세미나도 할 수 있는 곳.
도서관 사용료 4,000원(회원은 2,000원)만 내면 커피와 머핀이
무료로 제공된다. 귤이나 찐고구마를 내주기도 한다.
'아! 정말 재미있는 공간이 만들어졌구나.'싶다.
역시 사람과 소통을 하고, 일을 하려면 제주시로 나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복잡한 제주시보다는 서귀포시가 마음에 드니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저녁 7시부터 '로드 스꼴라'의 대표교사가 강의가 있었다.
정규 학교가 아닌 여행을 통한 교육을 지향하는 곳에 대해 이야기한다.
15세부터 22세까지의 학생들을 신입생으로 선발한다는데 그 인원이 15명에서 20명.
나이만 아니면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혜준이, 다향이, 준성이 세 아이와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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