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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서 논술을 지도하시는 어느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별로 말수가 없는 아이가 있었다.
남들이 토론할 때면 거의 듣고만 있던 아이가 있었다.
느릿느릿 말해서 토론대상이 되기조차 어려웠던 아이가 있었다.
어느 날 마트에서 분유를 훔친 엄마의 유·무죄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아 참! 이 이야기는 초등학교 5학년생들 이야기이다.
모두 돌아가면서 자기 의견을 말하는데 생각 외로 "일단 죄는 죄로 다스려야 한다", "도둑질은 나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물론 "무죄다"라고 주장하는 어느 여학생의 의견도 나름대로는 만만치 않았고···
그런데 평소에 별로 말이 없던 그 아이가 정말 심각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단다.
"그런데 그 아기는 어떻게 되었나요? 우유 먹었나요, 못 먹었나요?"
이 대목에서 논술 선생님은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껏 한없이 작게만 보이던 그 아이가 점점 크게 보이더니 선생님 눈에 한 가득 큰 사람으로 다시 들어오더란다.
"먹.었.다.더.구.나···"
논술 선생님은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럼 그 아기는 죽지 않은 거네요, 휴~~"
논술 선생님은 그날 그 아이에게 최고의 토론 점수를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잘못된 가설, 잘못된 전제 위에 얼마나 쓸모없는 논쟁들이 소모적으로 생겨날 수 있는지를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다.
어떤 님이 쓴 글에서 따와봤다.
이글에 나오는 논술선생님은 이 엉뚱한 대답을 한 아이에게 후한 점수를 주었는가 본데.
현실에서야 그런 선생님이 과연 몇이나 될까?
논술을 처음 도입할 때 취지는 지금 현실과는 달랐을 것이다.
아이들이 저렇게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현실을 보는 눈을 다각도로 열어주자는 의미로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논술에도 정답이 있고, 논술에도 예상문제가 있고. 그걸 또 몇몇 유명한 학원에서 독점하다시피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방학이면 유명 논술학원으로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려들기도 한다.
좋은 취지로 무엇을 시작해도 결국에는 점수와 대입. 명문대로 귀결지어지고 만다.
이건 교사나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고 학부모의 문제도 포함되어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쓸모 없는 가설, 잘못된 전제 위의 토론.
그래도 그것이 논술점수를 높여주기만 한다면야, 아무 상관 없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아닐까. 나 역시도 이 글을 읽으면서 아기가 우유를 먹었는가, 를 되물은 아이가 토론의 주제를 벗어났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나 역시, 쓸모 없는 가설, 잘못된 전제 따위는 생각해보지 않는 사람이 된 것인가.
이런 글을 읽을 때, 그냥 혼란스러워진다.
내가 속물 같은데 그걸 인정하기 보다는 자꾸 핑계거리 변명거리를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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