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좋은날-도종환

글쓴이 영삼성

등록일 2009-02-06 10:19

조회수 2,264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햇살 좋은 날 - 도종환*^^


봄 햇살이 참 좋습니다.
진달래꽃이 연분홍 꽃잎을 스스로 열게 하는 투명한 햇살입니다.

백목련 흰 꽃봉오리의 눈을 뜨게 하는 맑은 햇살입니다.
제비꽃이 수줍게 몸을 숨기고 있다가 소리 없이
그쪽으로 고개를 들게 하는 밝은 햇살입니다.

꽃나무에게 좋은 햇살이니 우리 몸에도 좋은 햇살입니다.
민들레꽃에서 금단추 같은 빛이 뿜어져 나오게 하는 햇살이니
그 햇살을 받고 서 있으면 우리 몸이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저도 상사화 초록 잎처럼 햇살이 비치는 쪽으로
팔을 힘껏 뻗습니다.

우리 몸의 골짜기와 능선과 들판과 산줄기가
다 눈을 뜨고 일어나 햇살을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낮에는 그 밝고 화사한 햇살 속에 앉아 냉이와 쑥을 캤습니다.
점심에 국을 끓여 먹을 만큼만 캤습니다.

손에 묻은 흙을 털 때마다
짙은 냉이 향이 툭툭 발등에 떨어집니다.

냉이를 캐다가 고개를 드니
산수유나무가 저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저도 노랗게 꽃을 피워놓고 서 있는 산수유나무를
웃으며 바라보았습니다.

잠시 그렇게 서로 마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산수유나무에게 지금의 나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싶습니다.

그저 말없이 바라보고 있어도 마음이 편안합니다.
미풍에 한가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산수유의 마음도 평안한 것 같습니다.

알싸하게 번져오는 꽃향기를 온몸에 묻히며
산수유나무와 나란히 앉아 있는 게 좋습니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 不如 好之者, 好之者 不如 樂之者)고 합니다.

봄날 만난 꽃과 나무에 대해 많이 아는 것보다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아니 좋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꽃과 나무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즐거워야 합니다.
꽃나무만 그렇겠습니까.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에 대해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가 좋아야 합니다.
아니 그와 함께 있는 것이 즐거워야 합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르고서는 일할 수 없습니다. 알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좋아해야 하고 즐겨야 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냉이국 끓여 점심을 먹고 생강나무꽃 몇 송이 따서
노르스름하게 우려낸 꽃차를 마셨습니다.

꽃차 향은 입안 가득하고, 봄 햇살은 뜰에 가득합니다.
다사로운 봄 햇살 아래 앉아 봄산을 바라보는 동안
마음은 고요한 기쁨으로 충만합니다.
하루가  즐겁습니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글수 글수(37,115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22548   행복을 담는 그릇 이선주2009-02-092093
22547   엄마가 아들에게 주는 시 김인현2009-02-092027
22546   돌아서서 후회하지 않는 대화법 장순선2009-02-091972
22545   이룰수 있기때문에 목표는 존재한다. 선인장2009-02-092038
22544   배려하는 사랑이 아름답다 김양현2009-02-092230
22543   사람은 이런 친구가 있어야 한다. 박둘선2009-02-091963
22542   가슴이 따뜻해 지는 이야기 사랑해2009-02-091959
22541   주도의 18단계 김수지2009-02-092117
22540   생각을 다스리는 비결 박선아2009-02-091957
22539   감성의 꽃 우츄프라카치아 첫사랑2009-02-092180
22538   양의 가치 양양이2009-02-092139
22537   내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이미란2009-02-092289
22536   이런 지도자가 돼라 막돼먹은..2009-02-091921
22535   먹을것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 강력 처벌해야되요. 강력계2009-02-092188
22534   서울시, 문화재 24시간 감시한다. 문화재 ..2009-02-082322
22533   [유리의성]화장실안에서 민주통곡 김계모2009-02-082089
22532   기적의 값 자연2009-02-062336
22531   살아 있는 동안은 날마다 축제 서라벌2009-02-062234
22530   단 1초만이라도 사랑하는..2009-02-062259
22529   뽀뽀상자 보리2009-02-062205
22528   살인마 강호순의 재산 상당하다 막심2009-02-062684
22527   근심걱정 놓는법 이미란2009-02-062516
22526   사랑은 나무와같다-이해인 사랑투2009-02-062523
22525   햇살좋은날-도종환 영삼성2009-02-062265
22524   플라시보효과 플로라2009-02-062382
22523   누구에게든 마지막 말은 하지 말라 나순심2009-02-062442
22522   듣는것은 빨리하고 말하는것은 더디게 하라 나순심2009-02-061943
22521   이해라는 나무와 오해라는 잡초 성민영2009-02-062125
22520   바람보다 가벼운 사람과 돌보다 무거운 사람 영심이2009-02-062062
22519   풀리지 않을때는 눈높이를 바꿔라 이성실2009-02-062005
22518   법정스님의 세월과 인생 좋은사랑..2009-02-061958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