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얘기를 하다 그랬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애한테서 학교 얘기를 듣는 중이었던 것 같은데. 말 끝에 우리애가 그런다.
"우리가 이렇게 된 건 다 어른들 때문이야. 어른들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까, 애들이 그렇잖아."
충격을 좀 받았다.
아, 생각났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건물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을 한 오십대 남자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그 남자는 안 했다고 잡아떼는 중이라는데, 그 사건을 이야기해주면서 조심하라는 당부를 하던 중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저학년 애들의 순수함 얘길 좀 했던 것 같고, 그러다 욕을 쓰는 아이들 얘기까지 했던 것이다.
욕설을 쓰는 것은 나쁘다, 라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아이의 충격 발언을 들었던거고.
욕을 안 해도 되는 세상을 좀 만들어 놓지 그랬냐. 왜 우리가 욕을 쓰고 사람의 말을 못 믿는 세상을 만들어 놓은 거냐. 그래놓고 맨날 우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해라 하지마라 훈계만 하는거냐.
나는 뭐라고 해야했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교과서에는 할머니나 할아버지 등 낯선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행동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내용이 없단다. 그러면서 헤헤 웃었다.
도대체 우리 어른들이 무슨 짓을 한거야?
왜 세상을 이렇게 망쳐 놓았을까. 부끄럽다. 내 자식에게 그런 사람들은 일부고 착한 사람이 더 많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지만. 착한 사람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느냐, 물어보면 어쩌지.
그냥 낯선 사람은 경계하고, 친절을 베풀지 말고, 도와 달라고 하면 냅다 도망 가라고 당부하는 주제면서.
사회가 이렇게 혼란스러운데. 학교마저 흔들리고 있다.
오늘 아침 신문엔 인간띠를 이은 엄마들과 뒤에 늘어선 경찰, 그 엄마들의 띠 안에서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과 선생님 사진을 봤다. 정말 서러운 사진이다.
"우리도 다 알아요."
아이들의 외침이 귀에 쟁쟁 들려올 것 같다.
내가 쫓겨나는 선생님을 본 것이 고등학생이었을 때였다. 이십년이나 흐른 지금까지 그날, 그 햇빛도 찬란했던 오후. 교문을 향하는 굽은 등굣길을 혼자 걸어 내려가던 선생님의 뒷 모습이 잊혀지지 않고 남아 있다. 마치 어제의 그날처럼, 생생하다.
학생들의 손짓과 울음 섞인 인사와 안타까움의 절규를. 목이 아프게 기억한다.
그날의 학생은 엄마가 되고, 그 엄마의 아이는 이미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이십년 전의 그날이 현재로 돌아와 있다. 싫다. 정말 싫다.
저렇게 쫓겨나는 선생님을 목 아프게 부르는 날은 이제 그만 끝나야하지 않나. 쫓겨나야 할 만큼의 죄도 아닌데, 왜 아이들을 저렇게 슬프게 아프게 하는거야. 더 이상 아이들의 원망 섞인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힘 없는 아이들에게 바른 세상을 줄 수 있는, 그런 용기 있는 어른이 되야한다. 그런 어른들이 많은 세상이 되어야 한다. 용기 있는 바른 선생님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하다.
한겨레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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