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같지 않은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날씨가 예전에 비해 덜 추워서, 그나마 어려운 경제에 난방비라도 줄일 수 있으니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오늘은 비 소식이 있군요. 비가 오고 나면 내일부터는 강추위가 올 거랍니다. 아직 비는 오지 않지만 짙은 회색의 구름은 금방이라도 뚝 하고 굵은 빗방울을 떨어뜨릴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마음도 이럴 테지요.
어제 인간극장을 보는데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남자의 마음 속에 든 보석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남자의 마음 속의 슬픔도 같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늦은 밤 놀이터에 혼자 앉은 남편이자 아빠인 그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정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내 남편도 저렇게 혼자 외로워하고 혼자 힘들어하고 그랬을 시간이 분명 있었을 것이고, 어쩌면 지금도 그럴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지요.
이번 주 인간극장 주인공인 남자는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건설회사에서 잘 나갔던 그가 실직하고 1톤짜리 작은 트럭으로 새로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빠라는 이름으로 결코 쓰러질 수 없는 마흔 살 남자의 세상살기 입니다. 아니 죽지 않고 버텨서 살아남아야 하는 우리들 남편이자, 아이들 아빠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남자 나이 마흔이면 정말 신나게 일할 때겠지요. 책임지고 키워야 할 아이들도 있을 테고, 나이 들어 의지하는 부모님도 있습니다. 집도 사야 하고 노후 준비도 해야 하고 정말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때고 그만큼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때에 닥쳐오는 실직은 정말 큰 고통일겁니다. 인생극장을 보면서 그냥 구경꾼의 마음으로 편하게 볼 수 없는 이유가 우리 가족 역시 당할 수 있는 일 일수도 있기 때문이겠지요. 재취업 역시 어려울 겁니다. 불황에는 경력자가 인정을 받는다고 하지만, 경력자로 선택 받는 일 역시나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겠지요. 그래서 살아보려고 거리로 나선 인간극장의 세 아이 아빠에게 공감합니다.
대단히 높으신 어떤 분은 냉난방 잘된 사무실에만 있으려 하지 말고 지방의 중소기업으로, 현장으로 취업을 하라고 하셨다지요. 그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거친 현장에서 십 년도 넘게 일하다 하루 아침에 실직된 저 가장은 뭐란 말인지요? 어제 멀쩡하던 회사가 오늘 부도가 나는데, 지방의 중소기업 어디가 취업문이 활짝 열려있다는 건지요?
오늘 신문기사에도 ‘취업시장은 이미 빙하기’란 기사가 떴습니다. 취업과 관련된 뉴스를 볼 때마다, 자영업도 어렵고 중소기업도 어렵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자꾸 남편 얼굴에 눈길이 갑니다.
전에 없이 출근하는 남편 모습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퇴근해서 돌아온 얼굴이 밝은지, 전과 달라진 것은 없는지 슬며시 살펴보게 됩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기원합니다. 용기를 잃지 않고, 희망을 버리지 않고 버텨낼 수 있기를. 자격증 없는 선장에게 배의 운명을 맡겨 버렸으니, 좌초하고 난파하더라도 죽지만 말고 끝까지 살아 남아보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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