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는 여인.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09-11-14 10:18

조회수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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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화장품냄새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 값비싼 향수도 내겐 무용지물이지요.

당연히 내 얼굴에 바르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춥고 건조해져서 살이 트지 않느 한 그냥 지냅니다.

1992년, 처음 만난 정희씨가 마음에 들었던 요인 중의

하나가 화장을 하지 않은 맨얼굴이었기 때문입니다.


딱 한번, 화장품냄새가 좋았던 적도 있습니다.

1986년 7월에 군에 입대를 했습니다.

논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는데 하필이면 장마철이었습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온종일 행군을 하느라 훈련복에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군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질척한 진흙으로 범벅된 걸

저녁마다 닦아놓았지만 곰팡이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몸에서도 내무반에서도 퀘퀘한 냄새만 가득합니다.


영밖을 행군할 때 장맛비가 잠깐 멈추었습니다.

그때 한 아가씨가 행렬과 반대방향으로 지나갔습니다.

그때 맡은 화장품냄새는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뒤로 또다시 화장품냄새는 별로입니다.


'차이코프스키'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그것을 보면 한 여인 오랫동안 차이코프스키를 지원합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채  차이코프스키의 작곡과 연주회를 지원합니다.

차이코프스키가 여러 차례 만나기를 희망하지만 베일 뒤에 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두 사람이 만나기로 합니다.

그 여인이 화장대에 앉아서 화장을 하는데 손끝이 파르르 떨립니다.

가슴도 떨리고, 얼굴에도 파르르 경련이 일어납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일찌감치 깨달았습니다.


"화장한 여인이 아니라 화장하는 여인의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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