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아버지 귀가 아파.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09-11-06 11:54

조회수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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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크리스마스 며칠 남았어?"

설거지를 하는데 다향이가 묻습니다.

"왜?"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받을 거 미리 기도하려고."

"......"


11살인 다향이는 아직도 산타의 존재를 굳게 믿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받고 싶은

선물을 파악해서 꼬박꼬박 챙겨줘서 그런가 봅니다.

한번은 다향이가 받고 싶어하는 선물과 다른 걸 준 적이 있습니다.

바로 지구본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다향이가 실망할 것 같아 이런 카드도 썼습니다.


* 제주도 다향이에게!

  세상엔 많은 민족과 나라가 있단다. 그러니 여행을 많이 해보렴.

  그렇게 경험을 쌓아서 내가 살고 있는 북극에도 꼭 찾아와 다오.

  언제나 널 기다리고 있겠다. 너를 사랑하는 산타클로스가 *


아침에 눈을 뜬 다향이가 시무룩합니다.

그러다가 아빠한테 달려와서, 엄마한테 뛰어가서 카드를 읽어줍니다.

만나는 아이한테마다 산타할아버지한태 카드를 받았다고 자랑합니다.

아이들이 핀잔을 줍니다."야, 산타가 어딨어?"

"산타클로스같은 건 이세상에 없어." 다향이가 말합니다.

"아냐. 산타클로스할아버지는 세상에 있다고. 아니면 어떻게 선물을 갖다 줘?"

아이들이 말합니다.

"어휴! 이 바보야. 그건 엄마나 아빠가 사주는 거지?"

"아냐, 산타할아버지는 정말로 있어. 있다고." 다향이가 단호하게 말합니다.


몇 년 전의 일입니다. 누워서 빈둥거리던 다향이가 말합니다.

"아빠, 산타할아버지는 귀가 많이 아플 것 같아."

".... 왜?"

"이세상 모든 아이들이 선물을 달라고 하면 귀가 얼마나 아프겠어?"

"... 그러네. 야 그러니까 자꾸 선물달라고 하면 안 되게다."

"그러니까 1년에 딱 한번 한가지씩만 부탁해야지."

"...."


유은실이라는 동화작가가 있습니다.

그 작가의 '나의 린드그렌선생님'이란 동화책을 읽던 다향이가

벌컥 화를 냅니다.

유작가가 말한 게 아니라 그 작품에 등장하는 헌책방에서 일하는

언니가 '산타는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 말에 발끈한 것입니다.

나는 다향이처럼 산타를 믿는 아이들이 좋습니다.

꿈을 꾸는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 크리스마스선물은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벌써 걱정이 됩니다.

"아빠 올해는 말야.

 해리포터 안경이랑(음, 그정도야 얼마든지)

 해리포터 망토랑(그것도 가능하지)

 해리포터 빗자루랑(날아다는 것만 아니면야)

 해리포터 마법지팡이(유니콘의 피와 갈기가 들어간 것만 아니라면)이를

 달라고 할 거야."


"그렇게 많이 부탁하면 산타할아버지 귀가 아프다면서."

"... 그러네. 아!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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