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크리스마스 며칠 남았어?"
설거지를 하는데 다향이가 묻습니다.
"왜?"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받을 거 미리 기도하려고."
"......"
11살인 다향이는 아직도 산타의 존재를 굳게 믿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받고 싶은
선물을 파악해서 꼬박꼬박 챙겨줘서 그런가 봅니다.
한번은 다향이가 받고 싶어하는 선물과 다른 걸 준 적이 있습니다.
바로 지구본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다향이가 실망할 것 같아 이런 카드도 썼습니다.
* 제주도 다향이에게!
세상엔 많은 민족과 나라가 있단다. 그러니 여행을 많이 해보렴.
그렇게 경험을 쌓아서 내가 살고 있는 북극에도 꼭 찾아와 다오.
언제나 널 기다리고 있겠다. 너를 사랑하는 산타클로스가 *
아침에 눈을 뜬 다향이가 시무룩합니다.
그러다가 아빠한테 달려와서, 엄마한테 뛰어가서 카드를 읽어줍니다.
만나는 아이한테마다 산타할아버지한태 카드를 받았다고 자랑합니다.
아이들이 핀잔을 줍니다."야, 산타가 어딨어?"
"산타클로스같은 건 이세상에 없어." 다향이가 말합니다.
"아냐. 산타클로스할아버지는 세상에 있다고. 아니면 어떻게 선물을 갖다 줘?"
아이들이 말합니다.
"어휴! 이 바보야. 그건 엄마나 아빠가 사주는 거지?"
"아냐, 산타할아버지는 정말로 있어. 있다고." 다향이가 단호하게 말합니다.
몇 년 전의 일입니다. 누워서 빈둥거리던 다향이가 말합니다.
"아빠, 산타할아버지는 귀가 많이 아플 것 같아."
".... 왜?"
"이세상 모든 아이들이 선물을 달라고 하면 귀가 얼마나 아프겠어?"
"... 그러네. 야 그러니까 자꾸 선물달라고 하면 안 되게다."
"그러니까 1년에 딱 한번 한가지씩만 부탁해야지."
"...."
유은실이라는 동화작가가 있습니다.
그 작가의 '나의 린드그렌선생님'이란 동화책을 읽던 다향이가
벌컥 화를 냅니다.
유작가가 말한 게 아니라 그 작품에 등장하는 헌책방에서 일하는
언니가 '산타는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 말에 발끈한 것입니다.
나는 다향이처럼 산타를 믿는 아이들이 좋습니다.
꿈을 꾸는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 크리스마스선물은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벌써 걱정이 됩니다.
"아빠 올해는 말야.
해리포터 안경이랑(음, 그정도야 얼마든지)
해리포터 망토랑(그것도 가능하지)
해리포터 빗자루랑(날아다는 것만 아니면야)
해리포터 마법지팡이(유니콘의 피와 갈기가 들어간 것만 아니라면)이를
달라고 할 거야."
"그렇게 많이 부탁하면 산타할아버지 귀가 아프다면서."
"... 그러네. 아!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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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차리는 남자
'산타할아버지 귀가 아플 거'라는 다향이 말을 듣고
제가 뭐라고 했는줄 아시는지요?
"그러니 하나님이나, 부처님, 알라신은 얼마나 귀가 따갑겠니?
온세상의 사람들이 건강하게 해달라, 부자되게 해달라,
건강하게 해달라, 자식들 공부잘하게 해달라고 매일같이
기도하잖아."
다향이가 말합니다. "아! 정말 그렇겠네."
"그래서 아빠는 그런 거 달라고 기도하지 않아.
그건 이미 우상이고, 미신이거든."
다향이가 묻습니다. "그럼 아빠는 뭘 기도해?"
"마음을 잘 다스려서 착하게 살게 해달라고,
욕심부리지 않고 이웃과 나누게 해달라고
뭐 그런 거."
다향이의 반응 "아, 그렇구나."
답글
디토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아닙니다 디토님.
이번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나야 현명하게 보내는 것인지
걱정이 큽니다.
그 전에 다향이의 선물조건을 움직이거나 아니면
산타에 대한 환상이 깨질 테니까요.
'이젠 뭐?', '아직까지도...'라고 말하는 분들에게는
할 말이 없지만 전... 꿈을 지켜주고 싶거든요.
마리☆
해리포터 망토가 가능하다구요?
하긴 다향이 망토 쓰니 안 보인다!!!!!!!!!!하면 되겠군요
어차피 다향이가 망또 쓰면 아빠 눈에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 모를테니~~ㅎㅎㅎㅎㅎ
아직도 산타를 믿는 다향이의 순수함이 귀해 보입니다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아! 그렇군요 마리님.
다향이가 말하는 건 투명망토일 텐데...
왜 전 까만색 망토만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게 세 가지나 되는군요.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