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결혼하고 싶다.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09-10-28 12:59

조회수 1,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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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이가 피아노를 칩니다.

매일 아침마다 몇 곡을 집중적으로 연습합니다.

12월에 여덟 살 어린 막내동생이 혼인식을 올립니다.

그때 반주와 축하곡을 쳐주겠다고 웨딩마치를 연습합니다.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와 엘비스 프레슬리릐 '러브 미 텐데'도

연주합니다.


다향이가 피아노를 치는 동안 베란다에서 빨래를 넙니다.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레슨시간이 갑자기 바뀌어서 그러질 못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피아노수업이 진행되는 옆에서 빨래를 넙니다.

다향이가 피아노를 칩니다.

"딴딴따라 딴딴따라 라라 라라라..."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옵니다.

"아! 결혼하고 싶다."

다향이가 쳐다봅니다. 선생님도 쳐다봅니다.

다향이가 말합니다. "아빤 결혼 했잖아."

"또 하고 싶다고!" 내가 말합니다.
"누구랑? 소녀시대랑?" 다향이가 묻습니다.

내가 말합니다. "소녀시대가 아빠랑 결혼해 준대?"

"아니. 절대로 안 하지." 절. 대. 로. ??? 그렇겠지.


"누구랑 하긴? 엄마랑 한 번 더 하면 되지?" 선생님이 말합니다.

"결혼했는데 또 해요?" 다향이가 묻습니다.

"오래 살다 보면 지루해질 때가 있어. 그럴 때 다시 한 번 결혼하면 좋잖아.

친한 사람들 초대해서 파티하면 기분전환도 되고." 내가 말합니다.

"아! 난 또 다른 사람이랑 결혼한다는 줄 알았지."

다향이가 웃으면서 말합니다. 그리고 피아노를 칩니다.


'결혼식 한 번 더할까?' 옛 생각이 납니다.

결혼 전에 많은 약속을 했습니다.

- 나이와 상관없이 경어 사용하기.

- 결혼 후에도 꼭 이름 불러주기.

-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늘 상의해서 결정하기.

- 능동적이고 합리적으로 가사노동에 참여하기.

- 고부간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중재하기.

- 시가와 처가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하기.

- 육아는 부모의 몫이고, 당신이 여의치 않을 경우엔 내가 감당한다.

- 결혼생활이 지루해지면 다시 결혼하기.

- 부족함이 없는 경제생활.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잘난 여자 이정희의 남편이 아닌,

                      잘난 남자 오성근의 부인도 아닌

                      잘난 여자와 잘난 남자로 서자고 약속했는데...


돌이켜보면 '잘난'이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아직 경제적인 여유는 주지 못했네요.

'어게인 웨딩'도 하지 못했고.


아직 이행하지 못한 두 가지의 공약을 지켜려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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