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향이가 피아노를 칩니다.
매일 아침마다 몇 곡을 집중적으로 연습합니다.
12월에 여덟 살 어린 막내동생이 혼인식을 올립니다.
그때 반주와 축하곡을 쳐주겠다고 웨딩마치를 연습합니다.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와 엘비스 프레슬리릐 '러브 미 텐데'도
연주합니다.
다향이가 피아노를 치는 동안 베란다에서 빨래를 넙니다.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레슨시간이 갑자기 바뀌어서 그러질 못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피아노수업이 진행되는 옆에서 빨래를 넙니다.
다향이가 피아노를 칩니다.
"딴딴따라 딴딴따라 라라 라라라..."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옵니다.
"아! 결혼하고 싶다."
다향이가 쳐다봅니다. 선생님도 쳐다봅니다.
다향이가 말합니다. "아빤 결혼 했잖아."
"또 하고 싶다고!" 내가 말합니다.
"누구랑? 소녀시대랑?" 다향이가 묻습니다.
내가 말합니다. "소녀시대가 아빠랑 결혼해 준대?"
"아니. 절대로 안 하지." 절. 대. 로. ??? 그렇겠지.
"누구랑 하긴? 엄마랑 한 번 더 하면 되지?" 선생님이 말합니다.
"결혼했는데 또 해요?" 다향이가 묻습니다.
"오래 살다 보면 지루해질 때가 있어. 그럴 때 다시 한 번 결혼하면 좋잖아.
친한 사람들 초대해서 파티하면 기분전환도 되고." 내가 말합니다.
"아! 난 또 다른 사람이랑 결혼한다는 줄 알았지."
다향이가 웃으면서 말합니다. 그리고 피아노를 칩니다.
'결혼식 한 번 더할까?' 옛 생각이 납니다.
결혼 전에 많은 약속을 했습니다.
- 나이와 상관없이 경어 사용하기.
- 결혼 후에도 꼭 이름 불러주기.
-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늘 상의해서 결정하기.
- 능동적이고 합리적으로 가사노동에 참여하기.
- 고부간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중재하기.
- 시가와 처가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하기.
- 육아는 부모의 몫이고, 당신이 여의치 않을 경우엔 내가 감당한다.
- 결혼생활이 지루해지면 다시 결혼하기.
- 부족함이 없는 경제생활.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잘난 여자 이정희의 남편이 아닌,
잘난 남자 오성근의 부인도 아닌
잘난 여자와 잘난 남자로 서자고 약속했는데...
돌이켜보면 '잘난'이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아직 경제적인 여유는 주지 못했네요.
'어게인 웨딩'도 하지 못했고.
아직 이행하지 못한 두 가지의 공약을 지켜려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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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차리는 남자
아! 강헤정과 타블로도 주례없는 결혼식을 했군요.
제 여자친구와 동아리 남자후배도 그런 결혼식을 올렸었는데...
그것도 15년 전에 '예술의 전당' 샐러드바에서 그랬습니다.
신랑신부가 동시 입장하고, 자신들의 사랑과 의지가 담긴 시낭송회를 하고...
너무 보기 좋았지요.
저도 그런 독특하고 즐거운 결혼식을 꿈꿨었는데
양가 어른들의 반대에 부닥쳐서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다시 한다면 양가 어른들은 초청하지 않을 테니 재미있는 파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답글
또미
음,,,결혼을 그렇게 진지한 자세로 하셨군요. 전 그냥..막 결혼하고..막 살고..애도 막 키우고..^^;
이번에 강혜정과 타블로의 결혼식을 보면서..주례 없는 결혼이 정말 보기 좋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저 결혼할 때 주례사..아직도 기억하거든요. 시어머니 인생사를 들어야 했고, 시어머니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생판 본적도 없는 사람의 훈계를 듣고 서 있자니..이게 결혼식인지. 시어머니 수발할 사람 들이는 의식인건지..몹시 당황하고 화가 났었던..(물론 주례사했던 분은 시어머니 아는 분)
다시 결혼식?이란걸 한다면 자유롭게 해보고 싶은데요...
ㅎㅎㅎ전 결혼식같은 의식 같은건 만구 소용없는 짓이다..라고 생각하기 땜에..절대 안 할 거 같고요.
특별한 코스프레를 하고, 우리 가족 셋이 전문가의 손을 빌려 사진 찍는 의식 정도는 좋다고 생각합니다만..ㅎㅎ 역시 문제는 경제적인 여유..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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