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이야기

글쓴이 만석

등록일 2009-10-24 00:04

조회수 2,850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목욕탕 이야기


  산행을 하고 났는데 몸이 가볍질 않다. 오히려 무겁다. 이 체중에 무거울 정도는 아니질 않는가. 따신 물에 무거운 몸을 푹 담그고 싶다. 집에 들어가 샤워를 하느니 사우나로 직행을 해야겠구먼. 카운터에 서서 생각을 하니 친구도 없어서 재미도 없겠다. 그냥 목욕만 하자. 탕에 들어  앉으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몸도 마음도 녹적지근하게 풀어진다.


  밥시간이어서 일까. 사람들이 많지 않다. 엄마야~. 남정네들이 열심히 벌어다 잘들 먹였나보다. 하나같이 배가 남산만 하다. 아닌 사람은 찾으려 해도 못 찾겠다. 아니, 요즘은 처녀들도 배가 제법 부르네? 분명 임신부는 아닌 듯한데 말이지. 오이~ㅇ. 아가들도 배가? 으하하. 당연한 사실인데 아가들 본 기억이 희미해서 가물가물하다. 막내 딸아이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사람이 옷을 입고 살기를 잘했어. 안 입혔으면 참 봐 줄만 할 거야.”


  어깨를 툭 치기에 돌아보니 낯선 아줌씨가 누우라는 시늉을 한다. 사람이 바뀌었나보다. 내가 먼저 인사를 하고 큰 대(大)자로 누우니 이런, 이런. 시어머니도 그리는 않겠다. 눈꺼풀만 잠깐 내렸다가 올라간다. 도도하기는. 팔 한쪽을 어찌나 세차게 문질렀는지 얼얼하다. 수건이 덮혔나 싶어 돌아다보니 가엾은 팔이 벌겋다. 옆구리를 툭 치니 이건 돌아누우라는 신호렸다?! 기운껏 등판을 반죽하는가 싶더니 다시 툭. 입은 뒀다 뭐에 쓰려는지.


  아무리 피부가 그렇지 않다 손 치더라도, “피부가 좋으세요.”라던지, 하다못해, “상처가 깊군요.”라는 말이라도 좀 건네지. 사실은 전에 아줌씨는 내 피부를 칭찬했걸랑?! 히히. 아줌씨의 내 민 입술에선 후자의 말이 더 쉽게 나오겠구먼. 그래서 입을 자물쇠로 채웠나보다. 머리에 얹은 팔을 툭 건드리니, 힘없는 내 팔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공중 잡이로 나가떨어진다. 제~기랄. 천 원짜리지만 공연히 몇 장을 더 얹어 주었는가 싶다. 선불이라기에.   


  반쯤 뒤척이니 옆 침대에 누군가 누워 있다. 얼굴에 귤을 싼 얼레 망 같은 걸 뒤집어썼는데, 그 속이 시퍼런 배추를 갈아엎은 듯하다. 수건으로 몸통 전체를 덮어씌워 놓고는, 올라타고 앉아 레슬링을 하듯 다리를 꺾는다. 봉긋한 젖 몽우리를 제 것 인양 주무른다. 하하하.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으니 문지르는 아줌씨는 더 재미있겠다. 흐흐흐.


  뭘 저리 처발랐을꼬. 온 몸이 번질번질 구두에 광을 내 듯 광택이 눈부시다. 갓 부어놓은 묵 함지 같은 배를 보아하니 족히 내 나이는 됐을 듯. 오이~ㅇ. 그 나이에 얼굴 마사지도 아니고 몸 전체를 마사지 해? 뭘 놀라? 제 멋인 걸. 돈 뒀다 뭘 하겠느냐는 데에야. 허긴. 아직 종아리는 쓸 만한 걸? 아하~ㅇ 하체 부실이로고. 크크크.


  어~라. 내 얼굴에도 뭔가 바르네. 요구르트 냄새가? 나도 마사지 하는 겨. 웬걸. 두어 번 쓱싹 지나가더니 그만이다. 그럼 그렇지. 몸에도 뭔가 바르네. 젠~장. 비누다. 두어 번 왔다 갔다 하더니 양동이로 물세례만……. 나도 저런 것 좀 해 주지 싶지만 끽소리도 못하고 일어나라는 신호에 몸을 발딱 일으킨다. 뭐여. 바디로션도 좀 없는 겨? 치사하다 치~.


  홀에 나오니 안면 있는 주인장이 기다렸다는 듯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아줌마가 좀 불친절하죠? 손님들이 하두 불만이 많아서, 오늘까지만 하고 내일은 다른 아줌마가 올 거예요.”한다. 오~라. 그러니까 내가 희생양이 된 겨? 그 아줌씨 기분을 알만 하구먼. 시간으로 보아하니 족히 몇 사람은 더 알지도 못하고 나처럼 당하게 생겼네. 그런 줄도 모르는 성질 괴팍한 손님이나 만나서 그 아줌씨가 된통 욕을 볼까봐 오히려 걱정이다.


  요금표를 보니 전체 마사지는 사만 원. 때밀이는 만 오천 원이라 한다. 그러니까 나는 만 오천 원짜리고 옆 침대의 손님은 사만 원짜리인가 보다. 영감에겐 대단히 미안하지만 수술을 한 뒤로부터는 볼품도 없는 부끄러운 몸을 도우미 아줌씨에게 맡겨 세탁(?)을 한다. 나도 다음엔 사만 원짜리가 되 볼까나? 개가 웃을 일이여. 왜? 나는 왜 안 되는데? 그 긴긴 여름 내내 오이 한 쪽을 발라보지 못한 주재에 무슨 마사지씩이나? 그건 그래. 푸하하하. 내일은 오이라도 좀 사다 붙여 봐봐?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글수 글수(36,877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21753   ... 회 상 ... 1 이순정2009-10-281607
21752   아! 결혼하고 싶다. 2 밥상차리..2009-10-281798
21751   휴식.. 1 이겨울님..2009-10-281523
21750   님들은 어찌 하셨을지 갑자기 궁금해졌거든요....? 3 현규현서..2009-10-281466
21749   다양한 국화랍니다 3 현이2009-10-281314
21748   신종플루 가을,겨울 걱정이네..ㅠㅠ 2 icanv32009-10-281609
21747   아이의 독서습관..어렷을떄부터 잡아주세요 1 무지개2009-10-272358
21746   다이어트 2 lucid152009-10-271122
21745   마음의 감기 3 남순금2009-10-271826
21744   관리가 꼭 돈있어야 하나요 .. 2 돌돌이맘..2009-10-271829
21743   가을을 타나? 1 민하맘2009-10-271404
21742   꽁짜는 다 좋아? 쫑맘2009-10-271171
21741   늦잠.. 이겨울님..2009-10-271781
21740   도봉산의 가을 함께 느껴봐요 3 현이2009-10-272336
21739   이쁜말 한번 보실래요? 2 누봉이2009-10-265179
21738   중2딸이 탐폰쓴다는데..쩝... 1 윤이맘2009-10-264932
21737   선입관에 대하여 2 소엽2009-10-262486
21736   로상의 국화 예쁘네요 5 현이2009-10-263353
21735   열무 3 이겨울님..2009-10-252407
21734   주말에 심심해서..헬로키티.. 나의라임..2009-10-251428
21733   은행나무의 변신 3 현이2009-10-252255
21732   최근에 시력교정수술 하신분이요? 1 자연에서..2009-10-252558
21731   애버랜드 정말 이쁘고 좋든데요~ 김종곤2009-10-242857
21730   굿모닝프레지던트를 보고와서.. 2 이겨울님..2009-10-243133
21729   용산에 다녀오는 길. 4 밥상차리..2009-10-242433
21728   보라색 용담화 2 현이2009-10-242150
21727   목욕탕 이야기 6 만석2009-10-242851
21726   울 남편을 어쩌면 좋죠? 1 바람2009-10-232721
21725   남편이랑 두피검사를 받아봤는데요.... 1 진수2009-10-231382
21724   유쾌백양! 학교 때려치고 생각대로!! 하루양2009-10-231688
21723   묶은지 고등어 조림 5 teresung..2009-10-234687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