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선다네

글쓴이 만석

등록일 2009-10-22 14:07

조회수 2,397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옥수수 타령


  남편의 퇴근길.

  현관을 들어서는 그이의 손에 아무 것도 들리지 않은 채다. 그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자 영감도 나를 빤히 쳐다본다. 왜? 냐고 되묻는 표정이다.

  “옥수수."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환히 웃는다. 그리곤 그만이다. 잊었나 보다.


  다음날 남편의 퇴근.

  빤하게 바라보는 내 얼굴에서 ‘옥수수’를 읽었나 보다. 씽끗 웃는다. 그리곤 그만이다.

  “옥수수 먹을라다 목 빠지겠네.”

  오늘도 옥수수 먹는 일은 글렀나 보다. 또 잊었을까.


  또 그 다음 날.

  아마 내 삐죽한 입이 더 돋보였는가.

  “그넘에 옥수수. 없더라구.”

  정말일까? 또 잊은 건 아니고? 늦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다음 날 며느리가 아들에게 전화를 거는 모양이다.

  “오빠. 어머니 잡수시게 옥수수 좀 사와.”

  “아니야. 아버지가 사 오시는 거 보고 싶어서 그래. 먹고 싶어서가 아냐.”했지만, 사실은 옥수수가 많이 먹고 싶다. 수술 전에 남들이 먹는 옥수수가 그리도 먹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올해도 옥수수를 먹지 못했다.


  저녁에 아들이 옥수수를 든 봉투를 무겁게 내려놓는다.

  “아이구. 서너 자루만 사오지.”

  “비싼 것도 아닌데 진작에 사오라고 문자라도 보내시지.”

  그러게 말이다. 왜 그이만 볶았을까. 남편이 더 편한 상대인가 보다.

 

  그 저녁에 남편도 무거운 비닐봉지를 든 채다. 허나 오늘은 반갑지도 않다.

  “애를 스나? 무슨 옥수수 타령은…….”

  “애 서는 입만 입이요? 그 옥수수 참 먹기 힘드네. 쯔쯔쯔.”

  애 서는 며느리가 뒤에 섰지 않았더라면 한 소리 더 했겠다. 오늘은 옥수수가 풍년이다.


  거실에서 며느리가 낮은 소리로 속삭인다.

  “오빠. 어머니 귀엽지?”

  남편도 들은 모양이다.

  “거 봐. 며느리가 흉본다.”

  히히히. 그래도 그이는 싫지 않은 표정이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글수 글수(37,115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21712   청태산 자연 휴양림으로 단풍구경 가세요^^ 2 니모2009-10-221773
21711   어린시절 기억하세요? 2 하루양2009-10-221877
21710   애를 선다네 12 만석2009-10-222398
21709   아 무기력해지는 하루 ㅠ 2 젊음의행..2009-10-221778
21708   article is deleted 맘마미야..2009-10-222594
    울신랑이랑 비슷 해피데이..2009-10-231129
21707   오랫만에 들어왔네요!! 1 바람2009-10-221332
21706   인생은 연극이다~ 박소영2009-10-221711
21705   청계천의 담쟁이 현이2009-10-221510
21704   제주도에 다녀왔어요 iris2009-10-221674
21703   잠.. 이겨울님..2009-10-221400
21702   담백한 시월, 시월, 시월 새벽처럼..2009-10-211982
21701   누나들의 로망 유승호의 헤어스일로 로맨틱하게~!!! 삼각김밥..2009-10-211715
21700   아이가 많아서 신종플루 걱정되네요 별이맘2009-10-212299
21699   착각.. 2 이겨울님..2009-10-211719
21698   가을엔 음악... 또미2009-10-211375
21697   도봉산 당풍구경 하세요 2 현이2009-10-212563
21696   전역 후의 삶.. 2 꼼앵이2009-10-202462
21695   가을이 깊어 가네요 억새 구경하세요 2 현이2009-10-201206
21694   울아들이 자꾸 깨네요 이겨울님..2009-10-201413
21693   어제 아들맘2009-10-191265
21692   엄마 바람나겠네.. 또미2009-10-192235
21691   빨간 색연필과 어머니 순간2009-10-191760
21690   마음에 가을바람이 불어요~ ㅎ; 곰이네2009-10-191254
21689   하이여~~ 1 이겨울님..2009-10-192114
21688   양평의 황금들녘 2 현이2009-10-192080
21687   판타스틱 보고싶어 글올립니다 1 찰리2009-10-192853
21686   울아들과 채소나라 고고씽보고~ 이겨울님..2009-10-181225
21685   족두리꽃 현이2009-10-182084
21684   외포항에 새우젓 맛보러 오세요 ham2009-10-172179
21683   메리골드에 취해 보세요 현이2009-10-171440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