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선다네

글쓴이 만석

등록일 2009-10-22 14:07

조회수 2,377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옥수수 타령


  남편의 퇴근길.

  현관을 들어서는 그이의 손에 아무 것도 들리지 않은 채다. 그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자 영감도 나를 빤히 쳐다본다. 왜? 냐고 되묻는 표정이다.

  “옥수수."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환히 웃는다. 그리곤 그만이다. 잊었나 보다.


  다음날 남편의 퇴근.

  빤하게 바라보는 내 얼굴에서 ‘옥수수’를 읽었나 보다. 씽끗 웃는다. 그리곤 그만이다.

  “옥수수 먹을라다 목 빠지겠네.”

  오늘도 옥수수 먹는 일은 글렀나 보다. 또 잊었을까.


  또 그 다음 날.

  아마 내 삐죽한 입이 더 돋보였는가.

  “그넘에 옥수수. 없더라구.”

  정말일까? 또 잊은 건 아니고? 늦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다음 날 며느리가 아들에게 전화를 거는 모양이다.

  “오빠. 어머니 잡수시게 옥수수 좀 사와.”

  “아니야. 아버지가 사 오시는 거 보고 싶어서 그래. 먹고 싶어서가 아냐.”했지만, 사실은 옥수수가 많이 먹고 싶다. 수술 전에 남들이 먹는 옥수수가 그리도 먹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올해도 옥수수를 먹지 못했다.


  저녁에 아들이 옥수수를 든 봉투를 무겁게 내려놓는다.

  “아이구. 서너 자루만 사오지.”

  “비싼 것도 아닌데 진작에 사오라고 문자라도 보내시지.”

  그러게 말이다. 왜 그이만 볶았을까. 남편이 더 편한 상대인가 보다.

 

  그 저녁에 남편도 무거운 비닐봉지를 든 채다. 허나 오늘은 반갑지도 않다.

  “애를 스나? 무슨 옥수수 타령은…….”

  “애 서는 입만 입이요? 그 옥수수 참 먹기 힘드네. 쯔쯔쯔.”

  애 서는 며느리가 뒤에 섰지 않았더라면 한 소리 더 했겠다. 오늘은 옥수수가 풍년이다.


  거실에서 며느리가 낮은 소리로 속삭인다.

  “오빠. 어머니 귀엽지?”

  남편도 들은 모양이다.

  “거 봐. 며느리가 흉본다.”

  히히히. 그래도 그이는 싫지 않은 표정이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글수 글수(36,877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21722   무지 피곤하네요 3 이겨울님..2009-10-231308
21721   핸드폰 바꿀라 그러는데 스타일폰 어때요?? 전 괜찮..2009-10-232410
21720   노란국화 5 현이2009-10-235648
21719   울 막둥이가 리마리오 아들과 많이 닮았다네요 ㅎㅎ 5 똑순이2009-10-223833
21718   수능 D- 20!! 시험 당일까지 ‘수험생 건강관리’ 해주기~!! 4 태익맘2009-10-222997
21717   김작가~ 동숙씨 힘내요~ 3 차미화2009-10-221456
21716   첫째는 고열에 둘째는 뱃속서 축구를... 3 차현지2009-10-221246
21715   처음 사이트 접하네요 5 길동부인..2009-10-222979
21714   D-2 2 김선화2009-10-221293
21713   신종플루 2차감염이 무서운 이유를 알려주세요 3 지아2009-10-223718
21712   청태산 자연 휴양림으로 단풍구경 가세요^^ 2 니모2009-10-221753
21711   어린시절 기억하세요? 2 하루양2009-10-221855
21710   애를 선다네 12 만석2009-10-222378
21709   아 무기력해지는 하루 ㅠ 2 젊음의행..2009-10-221748
21708   article is deleted 맘마미야..2009-10-222573
    울신랑이랑 비슷 해피데이..2009-10-231104
21707   오랫만에 들어왔네요!! 1 바람2009-10-221304
21706   인생은 연극이다~ 박소영2009-10-221680
21705   청계천의 담쟁이 현이2009-10-221485
21704   제주도에 다녀왔어요 iris2009-10-221649
21703   잠.. 이겨울님..2009-10-221376
21702   담백한 시월, 시월, 시월 새벽처럼..2009-10-211956
21701   누나들의 로망 유승호의 헤어스일로 로맨틱하게~!!! 삼각김밥..2009-10-211691
21700   아이가 많아서 신종플루 걱정되네요 별이맘2009-10-212277
21699   착각.. 2 이겨울님..2009-10-211692
21698   가을엔 음악... 또미2009-10-211356
21697   도봉산 당풍구경 하세요 2 현이2009-10-212543
21696   전역 후의 삶.. 2 꼼앵이2009-10-202442
21695   가을이 깊어 가네요 억새 구경하세요 2 현이2009-10-201184
21694   울아들이 자꾸 깨네요 이겨울님..2009-10-201386
21693   어제 아들맘2009-10-191248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