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건 귀로부터 시작하고
사랑하는 건 눈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좋아하다 싫어지면 귀를 막아버리면 그만이지만
사랑은 눈을 감아도 눈물이 나오는 것이다.'
사랑은 눈을 감아도 눈물이 나는 것,,,,,
가을은 사랑이 절실한 때, 말짱했던 사람도 까닭모를 처연함이 가슴 끝을 적시기 일쑤다.
보고파, 보고파서 눈시울 젖게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그리움이 느닷없이 솟구치는 바람에 어찔어찔하여 마음속 파동이 좀체 잦아들지 않는 계절.
금빛 햇살이 참깨처럼 오소소 쏟아지는 시월에
'톡'하고 퉁겨나온 콩깍지같은 마음으로
속리산 너른 품속인 보은 그리고 상주를 찾았다.
신라의 난공불락 요새, 삼년산성.
벽돌을 쌓기라도 한듯 촘촘한 매무시로 쌓은 거무스름한 석벽은
장대함에 말을 잃게 한다.
위에서 내려다보기도 까마득하고 아슬아슬한 높이로 능선을 따라 일렁인다.
이 견고함을 이루느라 3년 동안 찝찔한 땀을 숱하게 닦았을 이들의
노고와 그 집념이 눈물겹다.
얼렁뚱땅 해치우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삼년산성에 와보라.
성 안의 군사가 급작스레 출동할 때 수레가 드나들 수 있도록 문지방돌에
파놓은 홈이며 납작납작한 점판암계의 판돌을 밑바닥에 기초를 단단이 해두고 켜씩 엇물려 쌓은 저 야문 손끝.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한 켜는 가로로 쌓고 다음 한 켜는 세로로 쌓아
무게가 고르게 퍼지게 했다.
어디 한 군데 허투루 볼 수 없는 것이 벽에 뚫린 수구좀 들여다봐라.
사다리꼴 모양에 아래쪽 모양은 성벽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층단을 이루며 높아진다.
수구바닥은 끝이 성벽보다 조금 더 튀어나오게 해 쏟아지는 물이 성벽을 타고
번지지 않게 땅으로 떨어지게 했다.
어머니가 자식을 생각하여 찬찬이 살피고 단속하듯이 섬세한 손길이 곡진하다.
아, 가슴속의 셔터를 쉼 없이 터트리고 싶은 원정리 황금들녘 느티나무여!
내 삶에서 1초 1초를 떼어내는 듯한 시곗바늘을 고장내 놓고
슬로우 슬루우 무르익고 싶다.
소리없이 그윽하게, 고즈넉이 스며들고 싶다.
가르마같은 저 길을 고요히 걸으며 해질녘까지 해찰 할 수 있는 시간을
하늘이 허락해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금빛 들녘, 금빛 햇살 퍼지는 언저리쯤에 치마폭만한 흙땅 빌려
납작 지붕, 낮은 처마가 있는 집 짓고 사랑하는 이와 갓맑게 살 수 있다면,,,,,
개구리 울음 글썽해지는 계절이면 숨길 것 없이 같이 글썽해지면 될 것이고
배가 홀쭉한 달이 뜨거나 노란 살구같은 별들이 후두둑 쏟아지는 날엔
밤잠을 축내고 밤하늘바라기를 해도 좋을 것이다.
다정다감한 어머니같은 원정리 황금들녘의 따스한 웃음 입가에 물고
귀밑볼이 홍시처럼 발개지는 사랑 키우며 곱디곱게 늙어갈 수 있다면야
인생이 서럽지 않을 것 같은데,,,,
살붙이 같은 사람들이 그립거든 황금들녘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삶의 무늬를 짜느라 녹록했을 짭조름한 이야기 살갑게 들어주고
저녁놀을 함께 베어먹으며 깔깔거리고 부등켜안다 보면 슬픔도 고단함도
따뜻한 눈물이 되겠지.
촘촘한 일상이지만 가붓한 마음으로 어딘가로 떠나기 담백한 시월, 시월, 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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