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글쓴이 만석

등록일 2009-10-16 13:20

조회수 3,311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밤의 대화


  남편이 늦은 퇴근을 해 왔다.

  지금 시각이 11시. 다른 날 같으면 벌써 잠이 들었을 시간이다.

  “이거 너무 길어서 바보 같아. 좀 줄일 수 없나?”

  금방 벗은 바지를 들고 하는 말이다. 바느질 잘하는 마누라를 둔 덕에 쉽게 하는 소리다.

  “내일 고칠게요. 다른 바지 입고 가요.”

 

  내 말을 잘 듣는 그이인데 오늘은 좀 유별나다. 바지를 든 채 서있다.

  “이거 입고 갔으면 좋겠는데…….”

  이런, 이런. 아무리 그렇기로 이 밤에? 더군다나 ‘멋’하고는 거리가 먼 이 남자가 말이야.

  “왜 꼭 이거예요? 이 바지 멋지다는 여자나 만나러 가요?”
  “…….”

 

  아니라고 펄쩍 뛰어야 하는데 머뭇머뭇 하는 폼이 심상치 않다. 자리에 누었다가 벌떡 일어나 정색을 하고 묻는다.

  “솔직하게 말하면 해 주지. 누굴 만나? 여자야? 여자 만나는 거면 해 주지.”

  이제 생각하니 조금은 취재하는 말투였는지도 모른다. 씨이~ㄱ 웃으며 그이가 말한다.

  “어떻게 알았어?”

  에구 에구우~.  아니, 단 한 방에 넘어가는 영감도 그렇지만, 아무 반응이 일지 않는 나도 우습다. 

 

  거실로 나와 영감의 바지 단을 손질하며 피식 웃는다. 나는 좀 더 조근조근 물어야 했고, 그이도 천장에 머리를 박을 정도로 펄쩍 뛰었어야 하질 않는가. 나이 탓이겠다.

  안방에선 벌써 코 고는 소리가 요란하다. 내일 만나는 여자는 누구일까? 정말 여자를 만나는 건 맞는 겨? 그리 쉽게 이실직고를 할 수 있는 겨? 날 놀리려고 한 소린 겨? 으하하. 푸하하. 나도 아직 여잔가 보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글수 글수(36,877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21692   엄마 바람나겠네.. 또미2009-10-192215
21691   빨간 색연필과 어머니 순간2009-10-191738
21690   마음에 가을바람이 불어요~ ㅎ; 곰이네2009-10-191237
21689   하이여~~ 1 이겨울님..2009-10-192093
21688   양평의 황금들녘 2 현이2009-10-192064
21687   판타스틱 보고싶어 글올립니다 1 찰리2009-10-192827
21686   울아들과 채소나라 고고씽보고~ 이겨울님..2009-10-181208
21685   족두리꽃 현이2009-10-182064
21684   외포항에 새우젓 맛보러 오세요 ham2009-10-172165
21683   메리골드에 취해 보세요 현이2009-10-171420
21682   님들은 정말 쓸 의향이 있으신지요 고민2009-10-171811
21681   웃으세요`~ 이겨울님..2009-10-171347
21680   비가오네요 이겨울님..2009-10-161532
21679   천사들의 하모니가 듣고 싶을때 노루2009-10-161456
21678   취조실에서~! ㅋㅋㅋ 재밌는 웹툰! 루비다야..2009-10-161737
21677   완전부끄..휴양지 바닷가에서 탐폰써도 되요? 1 여행가고..2009-10-161618
    답변이에요 ^^ 곰곰이2009-11-051136
21676   감기 조심 ! 또 조심하세요 ㅠㅠㅠ 수혜2009-10-161426
21675   밤의 대화 3 만석2009-10-163312
21674   상사에게 칭찬받는 내 남편의 사소한 패션 센스 ! 미쎄스홍..2009-10-161660
21673   라이프스타일쇼퍼 활용하는 법! 변화하자..2009-10-161328
21672   힘내라고 용기 좀 주세요... 1 강 정 희..2009-10-161109
21671   판타스틱한 겨울을 맞이하고싶네요~~ 이혜정2009-10-161610
21670   다양한 패랭이꽃 현이2009-10-161603
21669   무료간기능건진과유방암거진 왕예쁜2009-10-151614
21668   신종플루가 휩쓸고 간 우리 집 5 디토2009-10-152662
21667   사랑해보신적 있어요 1 샨메이2009-10-151450
21666   채식덕분에 피부가 고와졌네요^^ 무지개2009-10-152983
21665   굿닥터 보고와서~~ 이겨울님..2009-10-151052
21664   문단속 잘하세요 ㅜㅜ 2 포동이2009-10-152273
21663   사과가 주렁주렁 눈으로 드세요 2 현이2009-10-151509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