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하는 아이들에 대한 기억

글쓴이 디토

등록일 2009-10-11 13:23

조회수 2,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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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얼마 지났을 때 흡연이 나의 화두로 떠올랐던 적이 있었다.

그 시절 대학에서 여학생의 흡연은 진보의 상징으로 읽히기도 했으나

이런 시류와는 별개로 궁금했다.

여성의 흡연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특별한 사회적 의미를 갖는 건가?

내가 담배를 피울 수 있을까?

숨어서 피울 거면 아예 하질 말자 생각하여 어느 대학가 카페에서 흡연을 해보았다.

그때 주변 사람들의 경악하는 표정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사건은 한 번의 치기로 끝났다.

결론은, 공개적인 곳에서 흡연할 만큼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할 여력이 없다는 거였다…

 

교사 시절, 학생들의 흡연 문제는 엄청난 소모전이었다.

그때 동료들과 모여서 흡연에 대해 나름대로 공부를 해보았다.

담배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오던 시절, 희소가치 때문에

사대부 집안 남자들의 전유물이 되었고

여기에서 비롯되어 흡연에 묘한 계급성이 부여되었다.

어른 앞에서 젊은 사람이 흡연하는 것을 무례하다 생각하고

계급적으로 열등한 여성, 아이의 흡연은 어불성설이 되었다.

 

실제로 성인 남자에 비해 여자와 미성년자의 흡연이

건강상 더 위험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순수하게 건강 문제로 접근한다면 훨씬 호소력이 있었을 것을,

품성이나 예절 문제가 되니 민감한 청소년 시기에

흡연이 반항의 표출구가 되고 만다.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흡연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 들고 나온 도구가 흡연을 부추기게 된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

 

내가 학교에서 흡연 학생들과 만나 편한 자리에서 얘기를 나눈 것은,

학교 규정상의 징계와는 별개로 그들에게 정확한 건강 정보를 주기 위함이었다.

아이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먼저 할 일은

흡연에서 도덕적 의미를 완전히 덜어 내는 일이었다.

얘기 끝에 한 마디 붙였다.

“너희들 오늘 돌아가서 ‘야, 흡연 강의도 들었으니 기분도 꿀꿀한데 한 대씩 태우자’

이러는 거 아니겠지?”

그때까지 ‘이 사람이 무슨 의도를 갖고 있나’ 하는 의심을 풀지 않던 아이들이

순간 환하게 보여준 웃음을 기억한다.

아이들이 흡연 행위를 통해 말하고 있는 건

바로 어른의 이해와 공감을 원한다는 사실이었다.

 

 

공개적인 곳에서 공공연히 담배를 피우는 어린 학생들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까?

불온 시 하는 어른들의 시선에 복수하는 심정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평범한 아줌마인 내 친구가 오래 전 새댁 시절,

집 앞 놀이터에서 담배 피우는 아이들을

제 발로 돌아가게 한 일이 있었다.

아이들 앞에서 눈물 글썽이며 그 친구가 한 말은 이랬다.

 

“나도 너희들 같은 남동생이 있어서 심정을 잘 안다.

학교에서, 집에서, 힘든 일 있으면 담배 피우고 싶은 마음 당연히 생길 수 있다.

근데 지금 너희가 담배 피우는 곳은 아이들이 다니는 곳이고

그 아이들이 너희를 보고 배울 것이다.

담배를 피우는 행동을 나무라는 게 아니라 너희가 꽁초 버리고

침 뱉고 하는 행동을 아이들이 보고 있다.

형아들을 보고 그 아이들이 배우고 너희가 가르치는 거란 말이다.”

 

험상궂은 남학생들이 친구의 눈물 어린 호소에 조용히 자리를 떴다고 한다.

흡연행위 자체를 나무라지 않는 것, 공감해 주는 것,

그 친구는 직관적으로 적절한 반응에 대한 지혜를 갖고 있었다.

 

덧붙일 것 하나.

흡연학생 지도를 고민하며 함께 공부하던 남자 교사들에게

처음 흡연한 나이를 물었다.

‘나는 고2 때’ ‘나는 고1 때’….

앞서거니 뒤서거니 전부 청소년 시절 흡연을 시작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헛웃음을 날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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