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방정 김치담구기 - 후기

글쓴이 누봉이

등록일 2009-10-05 05:52

조회수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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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추석맞이 김치담그기라는 절대적 사명을 띄고 미즈에 글을 올려 여러분들의 도우심으로

드뎌 두통의 김치를 담게 되었다....

익으라고 한나절 베란다에 두었다가 냉장고로 직행.. 그리고 드뎌 어제 개봉박두!!!!

김치를 꺼낼때 손에 느껴지는 이 손맛은? 배추 두통을 5시간 절이고 2시간 물빼는 작업을 했건만

손끝에 알알이 느껴지는 푸성귀의 느낌은?????

후두부를 강타하는 불길함 -.-;;


김치를 써는데, 배추를 써는 느낌과 동일한 이.. 암울한 느낌....


아무튼 양념바르는데 엄청난 돈을 들이고 김치통을 사느라 또 돈을 쓰고,, 그것보다는 하루종일

김치담는다고 신경곤두세우고 노동력을 팍팍 들였기에 일단 아이들에게 내놓았다


이것뜨리!!!!

엄마의 정성이 가득한 김치에 왜 젓가락을 대지 않느냐고!!!

젓가락을 대지 않는게 아니라 김치접시를 몹시 겁내면서 젓가락을 피하는 건 뭐냐고!!!


내가 먼저 비장한 마음으로 김치 한쪽을 집어먹었다.


이 오묘한 맛이란???!!!


입안 가득 퍼지는 풋내  -.-

젓갈과 소금이 어우러진 짠맛 -.-

날 고춧가루의 매운 맛 -.-

한나절밖에 안내놨건만 팍삭 쉬어터진 쉰맛 -.-

그 와중에 요염하게 혼자 뿜어내는 미나리의 시금털털한  맛 -.-

아련하게 느껴지는 단맛 -.-


조심스럽게 내 표정을 보던 아이들은 아예 김치접시를 피해 몸까지 돌렸다.....ㅜㅜ


'배추를 잘 샀어야지. 배추가 중요한거야'

웃기고 있네. 난 김치를 담궈보기라도 했지 , 태어나서 먹어본 일 밖에 없는 김치를

무슨 요리연구가처럼 내 김치는 먹어보지도 않고 내 표정만으로 평가를 하는 내 딸 -

자식이지만 얄미운 뇬..


' 아! 그냥 사먹어! 사먹는게 남는거야'

위로인지 비아냥인지 모르는 애매모호한 멘트를 날려주시는 아들놈...


팍삭 익으면 김치찌개라도 하련만 이건 익는게 아니라 이상하게 쉬어터졌으니...

결국 김치접시를 내려버렸다..


'그래두~~ 옴마가 김치빼고 다른 요리는 잘하자나~~ 구치~~이~~ '

두 아이는 그래 그래 앞으론 사먹자. 이해할께 등등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ㅠㅠ


아뉘~~~~~~ 니네는 괜찮은데, 나중에 메누리 보고 사위본 후에 시댁, 처가라고 찾아왔는데,,

김치 사다 내놓으면 체면이 말씀이 아니자나............. 그래서 시도하는 거지...ㅠㅠ


세번째다. 두번까지는 경험상, 병가지상사지..이따구 말로 위로를 했건만

인터넷뒤지고 조언듣고 도전한 세번째마저 이꼬라지가 되다니..


3년전,,

열무김치, 백김치, 총각김치, 배추김치, 파김치 다 담궈서 일년내내 먹으리란 야무진 꿈으로 샀던

김치냉장고는 --- 야채냉장고 역할만 하면서 자리만 차지하다가 결국 아무 쓸모도 없어서

새것인채로 남을 줘버렸었다.... 꼴뵈기도 싫어서...


대체 뭐가 잘못된걸까?

왜 ? 아무리해도 이넘의 김치는 날 거부하는 걸까?

남들은 물처럼 쉽게 담근다는 김치를 난 왜 계랑하고 시키는대로 다 해도 이상한 맛이 되는걸까....


내가 좋아하는 총각김치도 담궈먹구 싶구 ㅠㅠ

파김치도 담궈먹구 싶구 ㅠㅠ

포기김치 담궜다가 익으면 찌개도 볶음도 해먹구 싶은데...


난,,,,,,,,,,,,,난,,,,,,,,,,,,,,,,,,,,,,,, 우째서 !!!

흑흑흑...............


----------------------------


죄송합니다...

요러분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실패하고 말았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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