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설소대 수술!

글쓴이 디토

등록일 2009-10-02 22:51

조회수 3,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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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해민이의 설소대 수술을 하는 날이었다.


전날까지 동네방네 기도 부탁하고


오전 7시에 잠든 해민이를 깨워 병원으로 출발.


감기로 몸이 아픈 할머니는 병원에 따라오지도 못하시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해민이의 손을 잡고 눈물 글썽이셨다.


7시 반에 일산병원 원무과에 접수하고


이비인후과에서 간단히 의사 설명을 들은 후 동의서에 서명했다.

8시쯤 통원수술실에서 링거를 맞기 시작.


젊은 간호사분이라 살짝 걱정스러웠는데 아니나 다를까


손등의 혈관을 찾지 못해 바늘로 찌르며 애를 먹었다.


작년 수술 경험을 되살려 발등에서 혈관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더니


다행히 발등에 바늘 꽂는 데 성공했다.


내 품에 안겨 울긴 했지만 의젓하게 잘 참은 해민이 발에


간호사가 해민왕자라 써주고 이쁜 얼굴까지 그려주었다^^


일산병원.jpg


8시 반에 항생제 알러지 테스트 주사를 팔목에 놓을 때


무척 아팠을 텐데(나의 경험상) 조금 울다가 말았다.


해민이 앞에 수술환자가 한 명 있어서 기다리면서


그림책을 읽어주고 옛날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10시가 되어 수술실로 이동,


수술실 앞에서 마취제를 놓았고 이번에도 해민이는 눈을 뜬 채


바로 잠이 들었다.


수술실에 들어간 시간은 10시 5분, 뒤에서 성호를 그었다.

보호자 대기실에 들어서니 전화기를 든 어떤 분이


'정해민 환자 보호자분 계세요?' 하는 게 아닌가?


수술실에서 무슨 일이 있는가 싶어


허겁지겁 전화를 받았다.


'여기 수술실인데요,


해민이 마취 깰 때 보호자분이 옆에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수술 시간이 짧으니 지금 회복실 앞에 와 계세요!'


원 이렇게 고마울 데가!


바람 같이 회복실 앞으로 달렸다.


병원 도착해서 만나는 의사, 간호사마다 붙들고 같은 말을 했더니


효과가 이렇게 금방 나타나나?


'우리 아이는 불안 증세로 상담 치료를 받고 있어요.


마취 깰 때 꼭 제가 옆에 있게 해주세요!'라고 거듭 부탁을 했었다.


회복실 앞에 서서 아픈 아이들을 위한 기도를 했다.


특히 이번에 언론에 알려진 나영이(가명) 사건의 피해자를 생각하며


고통 받는 아이들을 돌보아 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하는데


회복실 문이 열리며 간호사가 나온다.


 '해민이 보호자 되세요?' 하고 묻기에


헉! 수술이 끝날 시간 아닌데 무슨 일이 또 있나?하고 간이 철렁했다.



'아직 수술이 끝나진 않았는데요, 들어와서 앉아서 기다리세요.'


오오~  정말 감동이었다.

회복실에 들어가 앉아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니 구름과 나무가 보인다.


속으로 중얼중얼 기도하다 문득 민이가 생각났다.


해민이의 수호천사가 민이였는데... 그걸 왜 뒤늦게 기억한 거지?


하늘을 바라보며 민이의 웃는 얼굴을 떠올렸다.


'엄마, 내가 있으면 아픈 아이들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이런 말이 들리는 듯 했다. 마음이 잔잔해졌다.


10시 40분에 해민이가 침대에 실려 회복실로 들어왔다.


'해민아, 엄마 여기 있어. 괜찮아, 잘 했어!'하고 얼굴을 들여다 보니


비로소 으앙~ 하고 울기 시작했다.


심한 가래 기침이 나오자 아이는 몸부림 치며 기침을 하고 울었다.


해민이를 가슴에 안고 등을 쓸어 주며 기침을 하게 했다.


기침과 함께 울며 안겨 있더니 녀석이 '엄마, 어지러워!'하고 말했다.


에구 의사표현도 똑똑하지...


'응, 머리를 아래로 하면 좀 나아질 거야!'하면서


무릎에 아이를 뉘였더니 곧 안정을 찾았다.


잠시 후 해민이는 안긴 채 약하게 코까지 골며 잠이 들었다.


회복실에서 두 시간 가까이 머물며 해민이의 상태를 체크한 뒤


통원 회복실로 이동했다.



 

해민이는 통증에 대범한(?) 유전자를 가진 걸까?


간단한 수술이라고는 하지만 예민한 혀 밑을 잘라내는 수술이었는데


정말 의젓하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누워 있다가


약 30분 정도 또 곤하게 잠을 잔다.


열이 조금 오르면서 땀이 베개를 적실 정도로 흠뻑 났다.


잠시 후 열이 내리고 의사 선생님의 회진!


혀를 내밀어 보라 하니 참 말도 잘 듣는다.


'수술 잘 됐네~ 퇴원 조치 해드릴게요!'하는 의사의 말을 듣고


오후 3시 좀 넘어서 수납하고 퇴원했다.


수술이 어찌나 잘 됐는지 얼굴이 붓지도 않고


입가에 자국 하나 남지 않게 깔끔했다.


간호사 한 분이 '아기가 어쩌면 사슴 같이 예뻐요! 정말 잘 생겼어요' 하며


엄마의 미모 확인차 내 얼굴을 다시 한 번 쳐다본다.


그 분의 머리 위로 내 눈에만 보이는 말풍선이 떠오른 듯 해 속으로 웃음이 났다.


'워쪄. 아이에 비해 엄마 외모참 섭섭하네.  아빠가 무지 잘 생겼나보네'


해민이 할머니와 이모가 모두 몸살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이번 수술은


해민이와 나 둘이서 그래도 잘 치렀다.


입양가족 모임에서 만난 한 엄마의 조언이 큰 도움 되었다.


S병원에서 설소대 수술을 한 아이가 회복실에서 보호자 없이


얼마나 오래 울었던지 그 정신적 충격을 극복하느라 몹시 고생했다고 했다.


그것도 전날 입원하여 다음날 수술하는 등


환자의 입장보다는 병원 편의를 먼저 생각하는 게 대형병원의 시스템인 것 같다.


보호자의 읍소(?)를 외면하지 않은 일산병원 관계자들이 정말 고맙다.


병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감사 인사를 올려야 겠다.




퇴원하고 집에 오니 해민이는 보리차를 꿀꺽꿀꺽 마시고


수프와 빵을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 후


'꺼어억~'하고 미소 짓는 게 아닌가.


저녁엔 누룽지 죽을 잘 먹고 잤다.

오늘 아이의 혀를 보니 참 현대의술이 좋긴 좋다.


상처도 깨끗하고, 아래 입술을 넘지 못하던 혀가 입 밖으로 쑥 나온다.


컨디션도 어찌나 좋은지 밥 잘 먹고 펄쩍펄쩍 뛰며 무지하게 놀아댔다.


'어제 전신마취 수술 한 아이 맞아?' 엄니와 나는 마주보며 어이 없어 했다.




또 한 고개를 잘 넘어준 해민이가 고맙다.


곁에 있어준 민이도,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신 하느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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