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가훈 확정!

글쓴이 디토

등록일 2009-09-28 12:57

조회수 2,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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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민이와 나, 두 사람만의 가정이니 단출한 가훈이 어울릴 것 같다.


맘 잡고 앉아 생각한 적은 없지만 농담 비슷하게 생각해둔 것이 있었는데


오늘 부로 결정했다.




'애써 찾지 마라. 이사 갈 때 나온다'




요것이 우리 집 가훈이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 왈,


'넌 어찌 그리 찾는 데는 중이냐? 아니 원효대사, 사명대사가 울고 가겠다'




찾는 데는 중이다- 이런 속담이 실제 있는지 모르겠는데


울 부모님은 물건을 앞에 두고도 잘 찾지 못하는 내게 저 말씀을 많이 하셨다.


아마도 중은 불공 드리느라 일상 생활에 신경을 안 쓴다는 편견(?)에서 비롯된 말이 아닐까?




이상하게도 해민이 역시 물건 못 찾는 데는 원효대사 급이다.


항상 자신의 물건- 그것도 찾기 난감한 작은 열쇠,


낙서한 종이 쪼가리, 전자제품 부속 등-이 어디 있는지 찾아 내라고 울먹거린다.


바로 앞에 두고도 어디 있느냐고 울부짖기 일쑤이다.




물론 나의 습성 역시 그대로여서 물건 못 찾는 건 여전하다.


모자간에 요상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요즘 내가 터득한 정신건강 비법은, 안 보이는 물건을


안달하며 찾아 헤매지 말라는 거다.


언젠가 나오겠지 느긋하게 생각하면 굳이 당장 찾지 않아도 될 물건이거나


대체할 만한 것이 있기 마련이다(물론 당장 없으면 외출이 안 되는 자동차 열쇠나


상비약 같은 거라면 비상 대책이 있어야 겠지만).


그렇게 잊고 있다가 나중에 생각지 않은 곳에서 나오면 어찌나 반가운지^^




옛날 교사시절, 개구쟁이 남학생들을 데리고 학급운영하기가 쉽지 않아서


급훈을 정할 때마다 고심하곤 했다.


'인간에 대한 예의', '최고보다 최선을' 등 해마다 그럴듯한 급훈을 정했는데


정확히 아이들은 급훈과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인간에 대한 예의에는 전혀 관심 두지 않거나,


최고는 당연 바라지 않았으되 최선을 다하는 모습 또한 찾아볼 수 없었다.




나중엔 이 녀석들에게 어울리는 건 구체적인 급훈이다 싶어


'학급회의를 잘하자'라고 정했는데 그 해는 제법 학급 자치가 이루어졌다.




가훈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럴듯한 말들은 많겠지만 일상에서 맘에 와 콕 박히는 말이 필요하다.


그런 뜻에서 가훈에 관해 해민에게 한 말씀 남겨두련다.




'해민아, 네 거라고 생각했던 물건이 눈 앞에 보이지 않을 때


애달파 하며 찾아 헤매지 말아라.


집안에서 잃어 버렸다면 이사 갈 때 나올 것이고


집 밖에서 잃어 버렸다면 애초부터 네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렴.




비싼 보석을 잃어버려 울고 있던 여배우에게 어떤 이가 말했단다.


너를 위해 울어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면 너도 그 때문에 울지 말라고.


잃은 대상이 사람이라면 울지 않을 수 없는 일도 있겠지만


정말 네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꼭 다시 만날 수 있단다.


저 세상으로 이사가서라도 만날 수 있어.


그러니 너무 마음 아파 말아라.


잃어버린 모든 것은 이사 갈 때 나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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