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민이와 나, 두 사람만의 가정이니 단출한 가훈이 어울릴 것 같다.
맘 잡고 앉아 생각한 적은 없지만 농담 비슷하게 생각해둔 것이 있었는데
오늘 부로 결정했다.
'애써 찾지 마라. 이사 갈 때 나온다'
요것이 우리 집 가훈이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 왈,
'넌 어찌 그리 찾는 데는 중이냐? 아니 원효대사, 사명대사가 울고 가겠다'
찾는 데는 중이다- 이런 속담이 실제 있는지 모르겠는데
울 부모님은 물건을 앞에 두고도 잘 찾지 못하는 내게 저 말씀을 많이 하셨다.
아마도 중은 불공 드리느라 일상 생활에 신경을 안 쓴다는 편견(?)에서 비롯된 말이 아닐까?
이상하게도 해민이 역시 물건 못 찾는 데는 원효대사 급이다.
항상 자신의 물건- 그것도 찾기 난감한 작은 열쇠,
낙서한 종이 쪼가리, 전자제품 부속 등-이 어디 있는지 찾아 내라고 울먹거린다.
바로 앞에 두고도 어디 있느냐고 울부짖기 일쑤이다.
물론 나의 습성 역시 그대로여서 물건 못 찾는 건 여전하다.
모자간에 요상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요즘 내가 터득한 정신건강 비법은, 안 보이는 물건을
안달하며 찾아 헤매지 말라는 거다.
언젠가 나오겠지 느긋하게 생각하면 굳이 당장 찾지 않아도 될 물건이거나
대체할 만한 것이 있기 마련이다(물론 당장 없으면 외출이 안 되는 자동차 열쇠나
상비약 같은 거라면 비상 대책이 있어야 겠지만).
그렇게 잊고 있다가 나중에 생각지 않은 곳에서 나오면 어찌나 반가운지^^
옛날 교사시절, 개구쟁이 남학생들을 데리고 학급운영하기가 쉽지 않아서
급훈을 정할 때마다 고심하곤 했다.
'인간에 대한 예의', '최고보다 최선을' 등 해마다 그럴듯한 급훈을 정했는데
정확히 아이들은 급훈과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인간에 대한 예의에는 전혀 관심 두지 않거나,
최고는 당연 바라지 않았으되 최선을 다하는 모습 또한 찾아볼 수 없었다.
나중엔 이 녀석들에게 어울리는 건 구체적인 급훈이다 싶어
'학급회의를 잘하자'라고 정했는데 그 해는 제법 학급 자치가 이루어졌다.
가훈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럴듯한 말들은 많겠지만 일상에서 맘에 와 콕 박히는 말이 필요하다.
그런 뜻에서 가훈에 관해 해민에게 한 말씀 남겨두련다.
'해민아, 네 거라고 생각했던 물건이 눈 앞에 보이지 않을 때
애달파 하며 찾아 헤매지 말아라.
집안에서 잃어 버렸다면 이사 갈 때 나올 것이고
집 밖에서 잃어 버렸다면 애초부터 네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렴.
비싼 보석을 잃어버려 울고 있던 여배우에게 어떤 이가 말했단다.
너를 위해 울어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면 너도 그 때문에 울지 말라고.
잃은 대상이 사람이라면 울지 않을 수 없는 일도 있겠지만
정말 네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꼭 다시 만날 수 있단다.
저 세상으로 이사가서라도 만날 수 있어.
그러니 너무 마음 아파 말아라.
잃어버린 모든 것은 이사 갈 때 나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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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차리는 남자
'없으면 없는 대로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요게 저희집 가훈입니다.
인간의 탐욕은 끝도 없고, 걷잡을 수가 없으니
물신주의를 경계하자는 말입니다.
답글
만석
디토님.
제 경험에 의하면요.
가훈은 실행하는 게 아니라
써서 붙여놓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요 ㅎㅎㅎ.
답글
누봉이
이사를 앞두고 ,, 콕 가슴에 와닿네요 ^^
이사갈때 나온다..
그런데.. 요새 포장이사라서 이삿짐센터 사람들이 짐싸고 풀고 하니까, 역시 전 못찾겠더라구요 ㅠㅠ
저도 가훈을 많이 생각해봤는데, 그냥 '거짓말하지 말자'로 정했습니다 ^^
앙.. 가훈은 가훈일뿐.. 지키려고할뿐 그렇게 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