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화났을 때는.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09-09-25 13:12

조회수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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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화났을 때는 말 시키지 말아요."  저녁밥을 먹던 정희씨가 말합니다.

모처럼 정희씨가 좋아하는 주꾸미와 오징어채볶음, 청국장을 만들어서

맛난게 밥을 먹는데 얘기합니다.


아침의 일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전화의 결제카드를 바꾸라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퉁명스럽게 말합니다.

또 이사를 가야합니다. 자신이 아는 이삿짐업체가 있다기에

전화했었는지의 여부를 물은 것 뿐인데도 역시 불쾌하게 말합니다.


'도대체 왜 저러지? 어젯밤에도 영화 '슬럼 독'을 보고 잘 잤는데.'

때때로 정희씨가 화를 냅니다. 내가 잘못했을 때는 사과를 하면 되지만

이유를 알지 못할 때는 정말 답답해집니다.


'다른 이들에게는 친절하면서도 왜 유독 내게만 저러는 걸까?

역시 나만 정희씨를 좋아하고, 정희씨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가슴 깊은 생채기가 납니다.


어제 아침의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

"당신한테 내가 뭘 잘못했어요? 왜 그리 쏘아붙입니까?" 물었더니

"당신한테 화난 게 아니라 어제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합니다.


아!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요?

바깥에서 받은 모든 스트레스를 나한테 푼다는 얘기인데,

뭐 부부간에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불쾌했던 일을 얘기하면서 함께 성토하거나 대응방안을

강구하면 좋을 텐데 어째서 나를 동네북 두들기듯 하는가?


그래도 세상에서 믿을 사람이 나 밖에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편안하고 만만한 사람이 나 밖에 없어서 그렇다고 해도

엉뚱한 화풀이는 한 달에 한번 쯤만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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