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한 3주간의 여행 23.(끝)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09-09-22 11:09

조회수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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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아빠>


이제는 여행을 끝내야할 시간이다.

강릉과 동해, 삼척, 태백을 거쳐 울진, 영덕으로 빠지거나 아니면

문경, 상주, 구미를 거쳐 김해 봉하마을에 들리고 싶지만 욕심을 접기로 한다.


식구래야 달랑 셋인데 나는 늘 두 여자 사이에서 눈치를 본다.

어느 한쪽으로 관심이 기울어지면 다른 한 사람이 불만이니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나랏일은 오죽할까? 싶기도 하다.

단 세 사람의 민주주의도 실현이 어려운데.


방문 앞에 그림자가 어른거리더니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는 대답을 하기도 전에 드르륵 문이 열린다.

속옷차림인지라 얼른 이불을 끌어당긴다. 다영이가 빼곡이 얼굴을 들이민다.

그리고 다향이를 부른다. 하지만 다향이는 한밤중이다.


다영이가 들어와서 몸을 흔들어도 눈을 뜨지 못한다.

“야, 야 빨리 일어나. 나 조금 있으면 학교간단 말이야.”

그래도 다향이는 꿈나라를 헤맨다.

새초름해진 다영이가 휙 나갔다가 곧 되돌아온다.

“다향아, 다향아. 다영이 학교간대. 인사해야지.”

어깨를 토닥이면서 얘기하니 겨우 일어난 다향이.

화장실에 들렀다가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간다.


뭐가 그리 좋은지 둘이 까르륵 웃는다. 다영엄마가 돌솥비빔밥을 준비해준다.

여행을 하면서 배운 것 중의 하나가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둘 것.’

완도까지 움직이려면 한참을 가야하니 든든하게 먹는다.

다영이랑 다경이가 학교에 가고, 다향이는 맥이 빠진 표정이다.

다영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난다.


다영아빠가 주라고 했다면서 헛개나무와 열매를 한 봉지 싸준다.

다영이아빠가 산에서 직접 채취한 거라는데,

힘이 많이 들었을 텐데 나그네에게 싸준다.

이제 다영이네와는 손님과 주인이 아니라 친구가 된 것 같다.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고 집을 행해 출발한다.


낙안민속마을과 벌교를 지나 해남으로 방향을 잡다가 강진으로,

강진에서 완도를 향해 부리나케 달린다. 바닷가를 지나는데 장이 섰다.

‘남창시장’ 어른 주차하고 시장구경을 한다. 완도행배는 오후 3시 30분.

자동차는 2시 30분까지만 가져가면 되는데 시계바늘은 11시 30분.


“아빠, 이게 뭐야?” 다향이가 묻는다.

“뭐긴, 가재지.” 가재라고 대답하는데 상인들이 웃는다.

웃으면서 ‘오도리’라는 새우로 일식집에선 한 마리에 5,000원이나 한단다.

다향이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

상어도 보고, 꼬막도 보면서 사과 두 알을 1,000원에 구입한다.

삶은 옥수수 네 개에 3,000원.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다향이의 관심을 잡아끈 것은 사탕가게다.

알사탕, 눈깔사탕으로 불리는 걸 갖고 싶어 해서 하나 사주려는데

3,000원어치나 5,000원어치씩만 판단다. 그래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냥 돌아선다.

남창시장은 해남과 완도의 중간이란다.


완도에 도착하니 집에 다 온 듯이 마음이 푸근해진다.

집이 가까워서이기도 하지만 제주에 살면서 자주 들락거려서일 것이다.

“청해진 세트장을 구경할까?” 물으니 싫단다. 그래서 “그럼 명사십리는 어때?”

명사십리가 뭐냐는 물음에 설명해줘도 역시 싫단다.

짧지 않은 여행으로 지쳐서인가? 카페에서 사과랑 옥수수를 먹자고 한다.


완도여객터미널 앞으로 갔는데 카페가 없다.

그래 가스충전소아주머니가 말해준 완도타워에 올라가기로 한다.

타워에는 차를 마시면서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겠지 싶어서

올라가는데 가파른 언덕길이 많이 힘들다.

겨우 올라갔더니 카페도 식당도 없다는데 아뿔싸! 매점까지 문을 열지 않았단다.


시원치 않은 다리로 겨우 올라가는데. 완전히 지쳐버렸는데.

자동판매기 옆의 코드를 사용하기로 하고, 여행기를 정리한다.

다향이는 전망대를 먼저 구경하고. 사과랑 옥수수를 먹는다.

충분히 쉰 다음에야 전망대에 올랐는데 여지껏 본 것 중에 최고다.

서울의 남산타워도,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의 전망대보다도 훨씬 낫다.


완도시가지와 양식장, 여객터미널, 둥글둥글한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굉장히 풍요롭고 아름다운 섬이라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배를 타고 출항한다. 3시간 뒤면 제주항에 닿을 것이다.

다향이가 선실에서 노트북을 켜고, 일기를 쓰는 동안 난 눈을 붙인다.

여행의 고단함과 즐거움, 집으로 돌아가는 평안함이 교차된다.


이리저리 뒤척이는 동안 두 시간이 흘렀다.

늘 느끼는 거지만 선실안의 냉방온도가 지나치게 낮다.

다향이랑 카페리호 후미, 볕이 잘 드는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

스크루자국이 먼 바다까지 이어져있다.

“이번 여행은 어땠어?” 하고 물으니 “너무 짧은 것 같아.” 한다.

“그럼, 제주에 가서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며칠 돌아볼까?” 하니까 좋단다.


제주항에 배가 닿은 시각이 6시 30분. 자동차를 내려서 집으로 향하는데 배가 고프다.

제주시에, 퇴근시간이라서인지 길은 막히고.

식당에서 밥을 먹을까 했는데 다향이가 빨리 집에 가자고 한다.

그래 차안에서 김밥을 먹으면서 한라산을 넘는다.


성판악을 넘어서 서귀포로 넘어가는데 길가에서 노루가 풀을 먹고 있다.

“다향아, 봤어?” 하고 물으니 “뭘?” 하고 반문한다.

길가에서 풀 뜯는 노루얘기를 하니까 안타까워한다.

‘아, 이제 정말 제주에 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돈내코에서 우회전해서 제2산록도로로 올라선다.

이번엔 노루 한 마리가 도로 가운데에서 서성인다.

“다향아, 노루.” 했더니 “아빠, 나도 봤어. 천천히 운전해. 노루 다치면 안 되잖아.”

에그, 귀여운 녀석!

건너편에서 달려오는 자동차를 보고

“아빠, 노루가 저 차에 치이면 어떡하지?” 다향이가 걱정을 한다.

“아직도 노루가 길 가운데 있겠니?” 하고 안심시켜 준다.


텅 빈 집. 정희씨의 회식. 짐정리를 하면서 정희씨를 기다린다.







 



<다향>


아빠랑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씻고 바로 잠을 잤다.

꿈도 하나도 안 꾸고, 한 번도 안 깨고 다음날 아침까지 푹 잤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햇볕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래서 배게에 얼굴을 파묻었다 다시 잠이 들고 말았다.


두 번째로 잠이 깨서 빨리 일어나려다가

선반에 머리를 ‘쾅’ 박고 넘어져서 다시 잠이 들고 말았다.


세 번째로 잠이 깼을 때는 잠이 싹 가실 때 까지 누워있다 일어났다.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8씨 45분이었다.

11시간이나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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