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아빠>
많이 피곤하다. ‘여행을 계속 해야 할지? 이쯤에서 그만두어야할지?’
기로에 선 것 같다.
횡성에서 출발한 것이 정오. 춘천을 거쳐서 화천까지 내달린다.
소설가 이외수선생을 뵙기 위해서 감성마을을 찾아간다.
중간, 중간에 길을 물으려고 멈춰서인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오후 2시, 점심으로 막국수를 먹는다. 아! 거기까진 좋았는데.
어렵게 찾아간 감성마을에 인기척이 없다. 다향이랑 서로 사진만 찍어준다.
그러고 있는데 이외수선생부부와 제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귀가한다.
반가운 마음에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더니 “예” 하면서 집안으로 들어간다.
‘이건 뭐지?’ 당혹스럽기도 하고,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많은 사람이 방문해서 그렇겠지만 인사말정도는 나누는 게 예의일 텐데….
‘그냥 돌아올까? 인사라도 제대로 드려야할까?’ 고민하는데 네 명의 사내가 들어선다.
그러더니 집안으로 들어간다. 그래 잠깐이나마 인사를 드리려고 하는데 부인이 막아선다.
약속이 돼있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단다.
그래 멀리 제주에서 왔으니 인사라도 드리고 싶다 했더니
“아까 했잖아요.” 한다.
그러면서 다음엔 미리 약속을 하고 오란다.
그래 인터넷에서 전화번호를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하니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서 공개하지 않는단다.
그럼, 전화번호도 알려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약속을 하라는 말인가?
기분이 엉망이 되었다.
다향이도 시무룩하다. “다향아, 기분 많이 나빠?” 하고 물으니
“괜히 허탕만 쳤잖아.”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온다.
“아마 너무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힘들어서 그럴 거야.”라고 다독여주지만
기분 나쁜 건 나도 마찬가지다.
“아이고, 어디서 오셨어요?”
“제가 지금 손님들이 오기로 돼있어서 시간을 내기가 곤란하네요.” 라고 말하면
누가 뭐라 하는가?
한편으로는 이외수선생이 안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쾌적한 자연환경에 널찍한 집이 생겼으니 좋기도 하겠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으로 기웃거릴 테니 얼마나 힘들고 불편하겠는가?
기인, 자유인, 장외인간이 우리 속에 갇혀있는 형국인지도 모른다.
다향이랑 설악산으로 향한다.
춘천에서 머물까도 생각했지만 시간이 이르기도 하거니와
서울을 벗어 난지 얼마돼지 않았는데 또 도시에 묵고 싶지가 않다.
양양으로, 인제방향으로 내쳐달린다. 다향이가 풍선껌을 불면서 지루함을 달랜다.
다향이는 차를 타는 게 지루하고, 난 운전을 하느라 진이 빠진다.
‘도대체 이게 뭐지?’
역시 여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걷는 게 좋은 것 같다.
공연히 - 무릎상태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 차를 가지고 나왔구나? 후회스럽다.
차만 없다면 그냥 원주공항으로 가서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으련만 그럴 수도 없다.
지금위치는 용대리의 백담사 앞.
예전에, 다향이가 생기기 전에 정희씨랑 설악산을 등반한 코스의 출발점이다.
그런 추억을 더듬어서 여기까지 왔지만 정상까지는 무리일 것이다.
내일 다향이가 백담사에서 시작되는 설악산코스를 마음에 들어 하면 좋겠다.
그럼 적당히 걷고, 물놀이도 하면서 하루 푹 쉬고 싶다.
정희씨의 품이 그립다.
개울가의 탁자와 의자.
<다향>
아빠랑 5시간이나 차를 타고 설악산에 왔다.
5시간동안 겨우겨우 껌을 씹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심심해서 주머니를 뒤져보니 껌이 딱 두개 나왔다.
풍선을 불고 싶어서 껌을 입에 넣어 질겅질겅 씹어댔다.
조금 더 가다가 아빠가 너무 졸리다고 해서 껌을 줬다.
껌이 처음에는 달콤하고, 두 번째는 약간 쫄깃하고,
단 맛은 조금 밖에 없었지만 풍선을 불수가 있다.
만약에 ‘달콤한 껌을 먹을 것인가?’
아님 ‘딱딱하지만 풍선을 불수 있는 껌을 먹을 것인가?’ 라고 물어보면
나는 풍선을 불수 있는 껌을 선택할 것이다.
달콤한 것은 금방 없어지지만 풍선은 오래오래 불수 있고,
지루한 걸 잘 참을 수 있기 때문이다.
풍선껌을 부는 것은 너무나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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