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한 3주간의 여행 15.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09-09-22 10:27

조회수 1,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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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아빠>

카페회원인 해처리님을 과천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9시쯤에 뵙기로 했는데 머물고 있는 집의 세탁기가 돌아간다.

누리아빠는 새벽 5시 50분, 엄마는 7시, 누리는 8시에 집을 나선다.

그런데 세탁기가 돌아간다.

‘온종일 세탁기 안에 있으면 냄새가 나고 주름질 텐데…’ 싶다.


그래 해처리님께 10쯤에 만나자고 문자를 보낸다.

설거지부터 해놓고, 해가 잘 드는 베란다에 빨래를 넌다.

그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다향이는 서울랜드로 놀이기구를 타러가자 하고,

해처리님은 뉴욕자연사박물관의 기후변화체험전을 보았으면 한다.

그래 서울랜드는 자주 가는 곳이니 하루 이틀 미루기로 하고 혜화동으로 향한다.


열다섯인 춘석이와 열 셋인 춘우는 다향이처럼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집과 도서관을 오가면서 저희들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한다.

해처리님은 두 사내아이 뒷바라지를 하고.

어제오후에 하은이를 만난 것처럼 세 아이가 잘 어울려 논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혜화역에 하차.

한창 나이인 아이들을 위해 빵을 하나씩 먹는다. 금강산도 식후경.

기후변화체험전의 각격이 만만치 않다. 어른 8,000원. 아이들은 6,000원이다.

먼저 입장료를 내려고 했지만 엉뚱한 매표소 앞에 서고 말았다. 참 민망하다.

그래 ‘점심값은 내가 치러야지’  생각한다.


이산화탄소의 폐해가 끔찍하다.

지금 당장은 인간에 앞서 동식물군이 죽어가지만

인간도 곧 직면할 문제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빙하가 다 녹아내려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북극곰과,

40년 뒤의 모습을 가상해서 만든 물바다가 돼버린 서울한옥마을이 인상적이다.

2004년 유럽을 휩쓸어 수천 명의 사망자를 낸 고온기후 역시 섬뜩하다.



혜화동의 간달프.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북극곰.




국립과학관을 나서서 ‘어디로 움직일지?’ 의논한다.

인사동얘기가 또 나왔지만 한낮의 더위와 결코 넉넉하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오후 5시, 과천에서 모 방송국작가를 만나기로 돼있다.

그래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창경궁을 구경하기로 했는데

식사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아주머니. 엄청나게 무뚝뚝하다.


잘 듣지 못해서 다시 물으니 식사가 되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면서 말한다.

충분히 알아들었음에도 일할 사람이 없어서 그런다고 불친절하게 말한다.

식당가로 가는 길을 물어도 퉁명스럽게 들어온 곳으로 가란다. 정말 왕짜증이다.

식당 문을 열어놓고, 식사제공을 하지 못하면 사과를 하는 게 당연할 텐데

마치 우리책임인 것처럼 군다.

‘저래 돈을 벌겠는가?’ 쓴웃음이 나온다.


다시 대학로(혜화동거리)로 나온다.

세 아이에게 무엇을 먹을지 물으니 춘천닭갈비를 먹겠단다.

그래 딱 반병씩만 마시기로 하고, 춘천닭갈비에 소주 를 주문한다.

막국수도 주문했는데 ‘막국수가 이런 것이었나?’ 싶다.

식사를 먼저 마친 아이들이 밖으로 나간다.


해처리님과 살림하는 남자의 애환을 토로한다.

여자들은 가끔 친정에라도 가서 도움을 받지만 남자는 그럴 곳도 없다.

사회적으로나 가족, 친구들의 시선도 곱지 못하다.

그러니 살림이나 육아를 담당하더라도 은밀하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수행할 밖에.

해처리님 또한 예외일수가 없다.

그래 나의 사적인 고민도 털어놓으면서 서로를 위로한다.


시간이 꽤 되었음에도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낯선 곳에서 길이나 잃지 않았는지 염려가 된다.

해처리님이 아이들을 찾아보겠다면서 일어선다.

화장실에 다녀오니 해처리님이 돌아와 있다.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데 큰 아이인 춘석이가 들어온다.

아이들이 옆 게임방에서 기다린단다.










그래 계산대로 가는데 아뿔싸! 해처리님이 먼저 계산을 했다.

나의 눈치 없음에 곤혹스러워진다.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다녔는데 입장료에 식사비까지 모두 계산하시다니,

이러려고 만난 게 아닌데 싶다.


두 아빠와 세 아이가 혜화동거리를 어슬렁거린다.

소극장이 밀집한 골목을 다니면서 연극포스터를 구경하기도 하고,

옛 추억을 들려주기도 한다.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먹으면서 골목구경을 하다가 파랑새극장옆 마로니에 공원에 앉는다.


그런데 아이들이 음악을 연주하거나 춤을 추는 공간에

‘서울대학교유적기념비’라는 게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도대체 저런 게 왜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대학로의 마로니에라는 작은 공간의 공연장(? 물론 공연장으로 허가받은 곳은

아니지만)을 아이들로부터 빼앗을 필요가 있을까? 가슴이 답답해진다.


오후 4시에 일어선다. 아이들은 아쉬워하지만 선약이 있으니 어쩔 수가 없다.

여행 중에 전화를 받았다. 모 방송국이라는데 9월 11일에 한 시간짜리 강의를 해달라고.

그런데 9일 오후에 만나서 이야기를 하잔다. 그래 만났는데 출연료가 없단다.


당혹스럽다.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와 정희씨랑 통화를 한다.

여행을 하면 보통 하루에 10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밥값과 숙박비, 교통비와 입장료를 더하면 대충 그 정도 선이다.

한 시간 강의를 하려면 하루는 준비해야한다.

다향이는 혼자 도서관에서 지내야 한다.

남지는 않더라도 손해를 봐서는 곤란한데 완전히 밑지는 장사다.


정중히 거절하고 일어선다.

어차피 내 비용을 들이는 것이라면 방송보다는 다향이랑 즐거운 시간을 갖는데

훨씬 낫다는 생각으로 거절한다. 다향이랑 누리네 집으로 간다.

누리네 가족과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벌써 저녁상이 차려져 있다.

다향이는 밥을 조금 먹고 나는 조금 쉰다.


저녁 8시에 약속이 있다. 1년 넘게 과천중앙공원에서 촛불집회가 있단다.

그곳에 가면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리라 기대를 했건만 대부분이 낯설다.

한 시간 동안 시위를 하고, 맥주 집으로 자리를 옮긴다.

오랜만에 과천소식을 듣는다. 반가운 얼굴도 두엇 나타난다.

누리네 집에 핸드폰을 두고 왔다.



 

<다향>

아빠랑 과천도서관에 갔다.

왜냐하면 누구랑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빠 둘도 있었다.

전철을 타고 혜화동으로 갔다.

만나서 국립과학박물관에서 전시중인 뉴욕기후변화전시장으로 갔다.

이어폰을 귀에 걸고 바닥에 있는 숫자를 밟으면 자동으로 설명이 나온다.


2층도 있었는데 그때는 귀에 꼽는 이어폰을 빼고 들어 가야된다. 

2층에는 누워서 타는 자전거가 있었는데 오백 원만 내면 원하는 만큼 탈수 있다.

그런데 그 자전거는 오래 못 탈거다. 처음에는 움직이기가 무척 힘들다.

그런데 오빠 둘하고 나는 열 바퀴도 더 돌았다.


큰오빠는 중2, 작은오빠는 6학년이었다.

근데 큰 오빠하고 나는 잘 타는데 작은 오빠만 잘 못타고 커브돌때 자꾸 부딪쳤다.

그래서 우리가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 계속 자기가 먼저 가겠다고 우겼다.

작은오빠는 몸이 잘 안 움직이는 것 갔다.

그 자전거는 몸을 움직여서 방향을 조절하는 거라 더 재미있었다.


다음에 가능 하다면 그 자전거를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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