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아빠>
열흘 만에 만나 정희씨가 반갑다.
한동안 둔감해진 연애감정이 촉촉하게 살아난다.
아침밥을 먹은 정희씨가 부리나케 외출을 한다.
함께 근무했던 송파구청사람들을 만나러 간단다.
12시까지 짐을 가지고 송파구청으로 오란다.
카페 ‘밥상 차리는 남자’에 가끔 들어오시는 호롱불님과 점심식사를 한다.
호롱불님은 정희씨의 직장선배다. 그
런데 같은 공무원이라도 어쩜 그리 다른지!
호롱불님은 한 곳에 정체돼있는 법이 없는 것 같다.
적어도 카페 ‘밥상’에 남기는 글을 보면 그렇다.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진화하며 당신을 위해서 시간을 잘 활용한다.
아, 나의 사랑하는 여인은 어떻던가?
매사에 수동적이고, 자기계발을 위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
딱히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일도 없단다.
그냥 세월이 흐르면서 저절로 잘 되기만을 바란다고 할까?
함께 산지 벌써 15년이 지났건만 ‘뭘 해보자(배워보고)’고 제안한 적이 한번 도 없다.
호롱불님을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결혼 전에 했던 여러 가지 약속중의 으뜸인
‘잘난 여자 이정희의 남편이 아닌, 잘난 남자 오성근의 아내도 아닌
독립된 개체로 자리매김하자’는 약속을 함께 실현하면 좋겠다.
호롱불님과 작별하고 셋이 과천으로 향한다.
다향이는 파마를 하겠다하고, 정희씨는 녹색가게에 가서 옷을 구입하겠단다.
늘 둘의 의견이 일치를 보기 어렵고, 난 왜 중간에서 눈치를 보고 사는지?
녹색가게에 가서 옷가지를 구입하고, 파마를 하기로 한다.
오랜만에 찾은 녹색가게. 자원 봉사하는 분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한 직장에 수년 동안 근무하는 것도 어려운 때에 하물며 자원봉사라니.
존경심이 생긴다.
옷을 고르다보니 정희씨가 공항버스를 타야할 시간이다.
만날 땐 반가움으로 가슴이 벅찼는데 헤어지려니 온갖 감정이 교차한다.
차라리 만나지 않은 것만 못하다.
정희씨가 올라탄 공항버스위로 비가 내린다. 내 마음속에도 빗물이 흘러내린다.
어떤 이유에서든 가족이 떨어져있다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살던 과천 11단지(지금은 고층아파트가 들어섰다) 옆 1단지 상가로 간다.
다향이랑 정희씨가 좋아하는 미용실이다.
다향이가 파마를 한다. 미용실 언니들이랑 새살을 떤다.
‘언제 저렇게 자랐을까?’ 신기하다. 또 ‘난 그만큼 늙었겠지!’ 생각하니
씁쓸해지기도 한다.
미용실언니들이 주문한 김밥을 얻어먹은 다향이, 누리네 집으로 향한다.
미안한 마음이 앞서지만 교통이 좋고, 인터넷사용이 가능한 누리네 집에서
일주일가량 신세를 지기로 했다.
그런데 현관열쇠를 내주면서 자유롭게 사용하라니 황공한 마음이 앞선다.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다향>
엄마랑 엄마선배랑 아빠랑 다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갔다.
엄마하고 아줌마는 돼지두루치기를 먹고, 아빠하고 나는 돈가스를 먹었다.
그런데 돈가스가 엄청나게 커다랬다.
태어나서 먹어본 돈가스 중에서 제일 커다랬다.
커서 그런지 맛도 좋았다.
두루치기 안에 떡도 있어서 한번 먹어 봤는데
끝은 부드러우면서도 입안에서는 쫄깃쫄깃하고
떡볶이보다 덜 매워서 훨씬 좋았다.
다음에는 두루치기는 말고 떡만 먹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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