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한 3주간의 여행 12.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09-09-22 10:12

조회수 1,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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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6일]


<아빠>

창밖이 밝아오는데도 일어나기가 힘들다.

적당히 쉬고, 무리 없이 놀아야하는데 지인들을 만나면 쉽지가 않다.

지난해에는 더 힘들었다. 나그네는 날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만

지인들은 몇 달에서 몇 년 만에 만나는 것이다.

그러니 반갑다고 너도나도 술을 권해서 힘들었다.


스님이 법당 문 여는 소리에 얼른 일어나 옷을 꿰입는다.

법당으로 나오니 수분님이 새벽기도를 드린다.

하아! 기도도 좋고, 운동도 좋지만 잠도 그에 못지않게 소중한 것인데….

백팔 배를 올리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OO함.

뭐라도 하나 드리고 싶은데 가진 게 없다. 그러다 퍼뜩 떠오르는 염주!


결혼 한지 3년이 넘어도 아이가 생기지 않자 정희씨가 마음고생을 했다.

병원에도 가보고, 한약도 지어먹고.

1998년 봄, 오대산에 갔다가 대웅전에서 삼배를 올렸었다.

불자도 아닌 사람이 삼배를 올리면서 ‘아이 하나 점지해 주십시오.

딸이고, 아들이고 상관없습니다. 그저 건강한 아이 하나 점지해주십시오’라고

기도를 했다.


그리고 불교용품판매소엘 들어갔는데 염주 하나가 눈길을 잡아끈다.

그 소재를 물었더니 살구씨란다. 그 말을 듣고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진다.


“살구씨”


뵈었네 뵈었네

부처님을 뵈었네

천년사찰 월정사에

부처님을 뵈었네

대웅전이 아닌

팔각구층석탑도 아닌

불교용품판매점에서

부처님을 뵈었네

제살 모두 나눠주고

둥근 염주 되어 빛나는

살구씨, 뭇 중생들의

마음공부를 기원하네


스님과 수분님, 다행이랑 아침공양을 한다.

스님이 드시는 선식과 떡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서둘러 길을 재촉한다.

일요일이라 길이 막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지만

서울에 머물고 있는 정희씨가 그립다.

장모님생신을 맞아 서울에 올라온, 다행히 육지에 출장이 있어서 어렵게 친정을 찾은

정희씨를 향해서 달려간다.


늘 그렇듯이 기대는 실망을 낳는다.

친구와 약속이 있다면서 천천히 저녁식사시간에 맞춰오라는 정희씨.

‘어휴! 내 팔자야.’ 다향이한테 사정을 얘기하니 과천에 가서 파마를 하겠단다.

그래 비좁은 주차공간에 겨우겨우 차를 댔는데 정기휴일.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딱 그 짝이다.


달기네 전화를 걸어본다.

과천에서 친하게 지낸 몇 집 안 되는 곳인데 수 년 동안이나 인사를 못했다.

그래 아이들도 볼 겸해서 전화를 거니까 아직 집이란다.

다향이의 기저귀친구인 달기와 오빠인 산이네로 간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차도 마시고, 이야기를 하다가 달기, 다향이를 데리고 집을 나선다.


다향이랑 국립과천과학관엘 가려고 했는데 마침 달기도 가보지 않았단다.

그래 두 아이를 데리고 과학관을 구경하는데

독립기념관에서 관람하는 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야할 것 같다.

개인적으론 옆에 있는 카메라 박물관에 더 흥미가 있지만 다음으로 미뤄둔 채

아이들을 따라다닌다.




세 시간 가까이 구경을 하니 모두 지친다.

과학관 밖으로 나와 놀이터에서 잠시 놀고, 달기네로 이동한다.

입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리니 힘들다는 불평이 싹 사라진다.

달기를 집 앞에 내려주고 송파(처가)로 향한다.


처음 뵈었을 때부터 탐탁치 않아하더니만 십 수 년이 지나도록 변함이 없는 장인장모님.

이건 또 무슨 인연이란 말인가?

딱히 잘못한 것도 없이 왜 찬밥신세를 당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다.

전생의 업이 많은가? 그래도 별 수 없다. 정희씨의 부모님이고,

정희씨가 그곳에 있으니 꿋꿋하게 행동할 밖에.


모처럼 두 분을 모시고 외식을 한다.

다른 집처럼 장인장모님과 정답게 지내면 좋을 텐데….

이 숙제 또한 풀 수 있을까?


고양이처럼 담을 타는 아이들, 다향이랑 달기.


장미가시를 코에 붙인


















<다향>

과천에서 만나 친구 달기랑 국립과천과학관에 갔다.

화성체험관 안으로 들어갔더니 집이 기울어져 있었다.

계단도 기울어져 있었다. 애들이 낮은 쪽으로 우르르 밀려갔다.


공룡의 위석이 신기했다.

덩치가 얼마나 컸으면 주먹만 한 자갈을 삼키고,

그것이 뱃속에서 소화를 도왔을까?

자전거페달을 밟아서 전기를 만드는 체험도 했다.

가만있던 큰 공이 페달을 빠르게 밟을수록 불이 환하게 들어왔다.


닥터피시로 알려진 가라루파도 만져보았다.

만져본 게 아니라 가라루파가 손가락에 있는 때를 벗겨먹었다.

간질거리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하나 아쉬운 게 있었다.

우주인이 되기 위해서 훈련을 받는다는 - 둥근 모양의 틀에 매달려서

상하좌우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 것을 타보지 못했다.

한참이나 기다렸는데 미리 신청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엔 꼭 타보고 싶다.


엄마아빠가 할머니생신이라고 저녁식사를 대접했다.

맛있게 잘 먹고, 오랜만에 엄마랑 셋이 잠을 잤다.

셋이 자니까 기분이 너무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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