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아빠>
“아침예불은 올릴 거지요?' 지난밤에 후배가 묻는다.
“그러지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른다고,
절집에 왔으니 절집의 법을 따라야지 싶어서 대답한다.
“예불 법은 아시지요?” 아니라고 했더니만 자신의 옆에 서있으란다.
산사체험을 간 것도 아니고, 예불 법 또한 알지 못하며
단지 자신을 보러간 것인데 굳이 예불에 참석하라니.
어쩌다가 절집에서 잠을 자게 되면 예불시간이 퍽이나 낯설다.
그건 교회나 성당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결혼식이나 장례미사에 참석하면 옆 사람을 훔쳐보기에 바쁘니
불편할 밖에.
원체 깊은 잠을 자지 못하니 일어나는 건 별 문제가 아닌데
대웅전 안에서는 늘 헤맨다.
도대체 뭔 소리인지 알지도 못하는 걸 읊조리는 것도 달갑지 않다.
11시에 불을 끄고 눕는다. 한숨자고 나니 새벽 3시 36분.
다시 잠들면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서 맨손체조를 한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니 별이 밝다.
별빛을 맞으며 경내를 한 바퀴 도니 몸이 으스스 떨린다.
쪽마루에 앉아서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는데 인기척이 없다.
한참을 기다리는 한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면서 걸음을 옮긴다.
‘이제 예불시간인가?’ 싶은데 여전히 인기척이 없다.
너무 추워서 다시 방안으로 들어와 눕는데 징소리가 들린다.
얼른 일어나 대웅전으로 간다.
그리고 스님들과 보살이 하는 대로 따라한다.
아침공양시간이 6시. 다향이는 지난밤에 밥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나도 굳이 먹고 싶지 않아 다향이 곁에 눕는다. 달콤한 잠속으로 빠져드는데
“처사님, 처사님. 아침공양하세요.” 문을 두드리면서 부른다.
아! 그냥 놔두지! 하지만 종무님께서는 배려해주신 것이니 어쩔 수가 없다.
간단하게 아침공양을 한다.
카메라를 들고 경내를 휘 둘러본다.
일출과 일몰을 전후한 시간의 사진색이 가장 좋다는 선생님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건물 앞마다 붙어있는 설명서를 보고, 사진을 촬영한다.
그렇게 한 시간을 돌고 방으로 들어가니 다향이가 눈을 뜬다.
지난밤에 종무님이 주신 참외랑 다래도 그냥 있는데 방 한 구석에 흰
비닐봉지가 보인다.
‘뭐지?’ 하고 열어보니 빵 세 개랑 두유 두 개가 들어있다.
아침공양을 하지 않은 다향이를 배려해주신 종무님이 고맙다.
다향이는 빵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난 이불을 정리하고 방을 청소한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송광사를 떠나 O's GALLERY를 다시 찾았다.
다향이랑 사진을 몇 컷 찍고 테라스에 앉아 시를 외우고, 책을 읽는다.
안을 볼 수 있다면, 어젯밤처럼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너무나 좋았다.
다향이는 중국황실에서 키웠다는 차우차우를 들여다보고, 사진도 찍는다.
주인없는 테라스에서...
야외 화장실
어디로 가지? 수분님과 천장스님이 계시는 대전으로 갈까?
변산공동체로 갈까? 아니면 전주한옥마을을 갈까? 고민하는데 걸려오는
수분님 전화.
어머님의 기일이고, 다음날은 미술관에서 작품이 나가는 날이라 바쁘다고,
휴일에 오시지? 한다.
뭐 바쁠 것 없는 여행이니 주말에 보기로 약속을 한다.
그리고 다향이 말처럼 전주한옥마을에 갔다가 천안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후배도 만나고, 처리해야할 일도 있다.
여행 중에 모 방송국의 전화를 받았다.
9월 11일에 50분짜리 강의를 해달라는 것이고, 알았다 했는데 자꾸 전화가 온다.
혹시 펑크를 낼까봐 염려스러운 눈치다. 그도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낸 메일을 열어보지도 않고, 전화 한통 해주지 않으니
진행자입장에서는 얼마나 초조할까?
그래 후배 집에서 메일도 열어보고, 빨래도 신세질 생각으로 그렇게 결정한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찾은 한옥마을. 확실히 더 많이 보인다.
경기전에서는 해설사를 만나서 설명까지 듣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체험 장이 상시적이 아니라는 것, 바꿔 말하면 대부분의 행사가 찜통더위인
여름휴가(방학)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그렇다.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었으면….’ 아쉬움이 남는다.
전주 오목대.
오목대에서 내려다 본 한옥마을.
지난해, 월요일에 방문했던지라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최명희문학관에도 들렀다.
단순히 소설 ‘혼불’의 작가로만 알았는데 존경할만한 분이다.
나의 무지와 게으름을 탓한다.
17년에 걸쳐서 완성했다는 ‘혼불!’ 겨우 두어 권 사놓고도 다 읽지 못한
나의 게으름이 인생을 치열하게 살다간 작가와 너무 대비가 된다.
오후 3시가 넘어서 전주한옥마을을 출발한다.
대전을 거쳐서 천안으로 가면 좋겠지만 틀 속에 갇힌 분들이
휴일에 보기를 원하니 어쩔 수 없다.
천안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고향이다. 또 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생후 백일 만에 서울로 이사를 갔으니 고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태생지임은 분명하다.
제주로 이사를 가면서 한 번도 천안을 찾은 적이 없다.
그중의 하나가 경비이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집 안의 일이니 그냥 넘어간다.
아무튼 4년 만에 찾은 천안은 내가 알고 있는 고장이 아니다.
너른 논이었던 평촌이나 산본이 신도시로 뒤바뀐 끔찍함(?)
사람마다 다른 느낌일 테지만 내게는 끔찍한 자체다.
후배와 와인을 마시면서 밀린 얘기를 나눈다.
‘20년 동안의 직장생활이 지겹다.’, ‘정년퇴직만 하면 여행을 다닐 거다.’ 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 한다.
정희씨의 심정도 다르지 않으리라. 아니 그런 마음이 어디 둘 만의 것이랴.
<다향>
아빠랑 차를 타고 전주한옥마을에 갔다.
그리고 제일먼저 오목대에 갔다.
오목대에 올라가니까 한옥마을이 몽땅 보였다.
걸어 다닐 때는 시멘트로 지은 집들도 많았는데
위에서 보니까 너무 경치가 좋았다.
그래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나무 위에서 뭔가가 후딱 지나갔다.
깜짝 놀라서 나무를 잘 살펴보았다.
그러면서 ‘뭐지?’ 생각하고 있을 때 언뜻 갈색 줄무늬를 봤다.
그건 바로 다람쥐였다.
그래서 빨리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왜냐하면 다람쥐가 있는 나무랑
내가있는 오목대랑 꽤 가까웠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당겨서 찍으면 아주 정확이 나올 것 같았다.
아빠한테 카메라를 받아오니까 다람쥐가 없어졌다.
정말 아쉬웠다.
다음에는 꼭 찍고 싶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전주한옥마을.
최명희문학관.






> 


최신
이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