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한 3주간의 여행 6.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09-09-22 07:34

조회수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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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아빠>

눈을 뜨자마자 세 아이가 어울려 논다.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도 남돌이랑 논다.

신문을 쓱쓱 자르고 테이프를 붙이더니 모자라며 남돌이머리에 씌어준다.

남돌이는 싫다고, 답답하다고 머리를 흔들어 벗겨내고,

아이들은 예쁘다면서 다시 씌어준다.


다영이아빠가 지난밤에 놓아둔 그물을 건져왔다. 피라미가 여러 마리 잡혔다.

미꾸라지도 다섯 마리가 있고, 작은 모래무지도 있다. 아이들이 신났다.

서로 미꾸라지를 만져보고 - 다향이 혼자였더라면

그렇게 열심히 잡지는 않았을 텐데 - 다향이는 사진을 찍는다.


“아저씨 놀아요.”

저희들끼리 노는 게 지루했나? 다영이가 다가와서 말한다.

그래 선암사에 가자는 아이들을 데리고 반대방향으로 향한다.

두 아이가 다니는 승주초등학교 죽학분교장을 구경하기로 했다.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놀고 있을 텐데.” 라는 다영이 말에 더 호기심이 생긴다.

학교까지 멀다고 막내인 다경이가 주장한다.

그래 학교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기로 한다.


타박타박 걸어 내려가는데 산도 물도 참 좋다.

대부분이 음식점이고, 간간이 전통찻집이 있는데 특이한 메뉴가 눈에 띈다.

‘흑염소떡갈비!’ 흑염소로 떡갈비를 만들면 더 맛있나? 호기심이 생긴다.

중간, 중간에 쉬며 내려가니 학교까지 30분이 걸린다.


생각했던 것만큼 학교가 예쁘지는 않다.

분교하면 으레 떠오르는 단층건물에 교실 두어 개가 아니라 2층 건물이 낯설다.

파란색 기와 - 청와대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 - 가 더 부자연스럽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랑을 한다.

“우리학교 예쁘죠?” 다영이, 다경이가 제주에 오면 교래분교를 보여주고 싶다.


학교에서 놀고 되돌아오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사람은 넷, 우산은 하나.

선암식당에서 출발할 때 우산을 하나 챙기라고 했지만 다영이가 그냥 따라왔다.

아이 셋을 앞세우고 뒤에서 우산을 받쳐주지만 - 다행히 우산은 가장 큰 크기다 -

한계가 있다.

머리에 빗방울을 맞았다고, 팔에 맞았다고,

자꾸 신발뒤축을 밟지 마라하고 의견이 분분하다.


오후 세시 경에 늦은 점심밥을 먹는다.

“막걸리 한잔 하실라요?” 다영이엄마가 묻는다.

괜찮다고 했지만 굳이 한잔 하자고 들고 온다. ‘어제 밤에 그렇게 마시고도 또?’

피라미탕을 안주삼아 막걸리 두어 사발을 마시는데 새로운 아주머니의 등장.

급기야 파전이 부쳐지고 두어 잔 더 마신 나는 까무룩 낮잠이 든다.


눈을 뜨니 오후 5시 30분.

“저녁에 고기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가실라요?”  다영이엄마가 묻는다.

말인즉슨 어제 밤에 술을 마신 어른과 한우를 먹으러 가는데 끼라는 말이다.

동네분들끼리의 모임이고, 한우를 먹는다는 말에 무척이나 곤혹스럽다.

얻어먹기도 그렇고 추렴을 하기에도 장기여행자에게는 큰 부담이다.


그래 다향이를 불러 조용히 사정을 말한다.

하지만 다향이는 친구들을 따라가고 싶다면서 버틴다. 말없는 신경전!

기싸움을 하는데 다영이네 가족이 나오고, 휩쓸려간다.

‘우리가 먹은 건 우리가 내야지’생각하며 자동차에 오른다.

승주읍에서 정년퇴임한 초등학교선생님의 승용차로 옮겨 탄다.

승용차에 어른 넷과 아이 셋.


황우마을이란 고깃집이다.

티비에서나 보았던 - 정육점이 있고, 한쪽에서 구워먹을 수 있는 - 식당이다.

한우라는데 먹어 본 적이 거의 없어서인지 맛있는지 알 수가 없다.


돌 판에 얇은 쇠고기를 구워먹는데 딱히 맛있는 줄은 모르겠다. 또 술을 권한다.

집까지의 거리가 결코 짧지도 않고, 길은 구불구불하고 어두운데 모두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면서도 불안해서 취할 수가 없다.

10시쯤에 돌아왔지만 일기도 쓰지 못하고 그냥 잠자리에 든다.

계속된 술자리로 너무나 피곤하다.


늘 이렇게 술에 젖어 사는 것인지?

아니면 손님대접을 하느라 그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지난 일기를 쓴다. 



<다향>

남돌이, 다영이, 다경이랑 옥상에 올라가서 소꿉놀이를 하고 놀았다.

다영이랑 나는 친구, 다경이는 열 살로 정했다.


옥상에는 쓸모 있는 물건이 많았다.

풀은 채소로 정하고, 돌멩이는 쌀로 정하고, 나뭇가지는 인삼이나 산삼으로 정하고,

애기 볼링공은 분홍색이어서 복숭아로 정했다.

채소하고 산삼을 따와서 국을 끓였다.


국자로 휘휘 저어 가면서 맛을 봤다.(물론 실제로 먹진 않았고)

정말 맛있었다.

그렇게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잠을 자는 것으로 놀이를 끝냈다.

정말 재미있는 하루였다.




승주초등학교 죽학분교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다경이가 벌레 먹은 밤을 주워 탁 내리쳤는데

개미떼와 개미알이 우수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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